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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대한민국의 소비 풍경을 이끌 10대 키워드

푸른 용의 해, 2024년은 유독 ‘불확실성’이 큰 해가 될 것으로 전망됩니다. 우리나라를 둘러싼 국제 정세와 고금리·고물가로 추세 전환한 경제 상황은 많은 변수가 산재해 있죠. 거기다 날이 갈수록 심해지는 기후 위기, 본격적으로 펼쳐질 엔데믹 경제, 인공지능의 발달 등 불확실성에 영향을 주는 요소도 점점 더 커지고 있는데요. 이럴 때일 수록 유비무환의 자세로 트렌드를 읽고 미래를 대비하는 사람에게 기회가 생긴답니다. 서울대학교 소비트렌드분석센터가 내놓은 2024년 10대 소비 트렌드 키워드를 정리했어요.

 

# 2024년 10대 소비 트렌드 키워드

1. 극도의 시간 가성비를 추구하는, 분초사회

시간이 돈만큼, 혹은 돈보다 중요한 희소자원으로 변모하며 모두가 분초를 다투며 살게 됐어요. '분초사회'는 요즘 사람들이 극도로 '시간의 가성비'를 중요하게 여기며 사용 시간의 밀도를 높이기 위해 노력하는 경향을 가리킵니다.

 

이것은 단지 바빠서가 아닌데요. 소유 경제에서 경험 경제로 경제의 패러다임이 이행하면서 볼 것, 할 것, 즐길 것이 너무나 많아졌기 때문입니다. 초 단위로 움직이는 현대 플랫폼 경제에서 시간은 단연 가장 소중한 자원이고, 시간을 아껴 쓰고 그 가성비를 추구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겠죠? 돈은 대출받을 수 있지만 시간은 어디에서도 구해올 수 없어요. 이 시간을 어떻게 사용하느냐가 이제 우리 생활의 가장 중요한 과제랍니다.

 

2. 인공지능과 공존하는 삶, 호모 프롬프트라

프롬프트는 AI에게 원하는 답을 얻어내기 위해 인간이 던지는 질문을 뜻해요. 인간이 어떤 질문을 하느냐에 따라 AI가 내놓는 결과물은 달라져요. '호모 프롬프트'는 근미래 인공지능의 발달과 그에 대한 트렌드 변화에 관한 키워드입니다. 또 사회·경제적으로 가장 중요한 키워드로 꼽을 수 있답니다.

 

인간 고유의 성역으로 여겨지던 창작의 영역에 도전장을 내민 '챗GPT'는 발표 시점부터 내내 큰 충격이었는데요. 그림·소설·코딩·PPT 등 거의 모든 영역에서 새로운 창작물을 만들어낼 수 있는 '생성형 AI'의 등장은 "이제 인간이 인공지능보다 잘할 수 있는 일이 있을까?" 하는 실존 문제를 제기하고 있어요. 하지만 이 키워드는 '호모' 즉 인간으로 시작하는데요. AI 기술이 아무리 뛰어나도, 결국 ‘화룡점정'의 역량은 사색과 해석력을 겸비한 인간만의 것입니다.

 

3. 무릇 성공이란 타고나야 하는 것, 육각형인간

우리가 어떤 대상의 여러 가지 특성을 비교 분석할 때 사용하는 육각형 이미지를 '헥사곤 그래프'라고 말합니다. 모든 기준 축이 끝까지 꽉 차 완벽한 모습을 보이면 정육각형이 되기 때문에 육각형은 완벽이라는 의미로 종종 쓰이죠. 요즘 젊은이들은 외모, 학력, 자산, 직업, 집안, 성격, 특기 등 모든 측면에서 흠 없는 ‘육각형인간'을 선망하죠.

 

'육각형인간'은 오늘날 완벽을 지향하는 사회적 압박의 반향으로 작용합니다. 어차피 닿을 수 없는 목표라면, 포기를 즐기는 놀이이자 타인을 줄 세우기 위한 잣대로 활용한답니다. 육각형인간 트렌드는 계층 이동의 사다리가 흔들리는 사회를 살아야 하는 젊은이들의 활력이자 절망이면서 하나의 놀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4. 하나의 상품, N개의 가격, 버라이어티 가격 전략

가격은 소비자의 수요 도출, 마케팅, 나아가서는 기업의 이윤 창출에 가장 직접적인 역할을 합니다. 그동안 '주어진 것'으로 생각하거나 원가와 경쟁사의 동향 등을 감안해 주먹구구로 결정되는 경우도 많았어요. 이제 빅데이터와 AI 기술의 발전으로 소비자의 '지불 의향'을 정확하게 측정할 수 있게 되면서, 하나의 상품과 서비스에도 때에 따라, 시간에 따라, 소비 대상에 따라, 그때그때 변화무쌍한 가격을 매길 수 있게 됐어요.

 

다양해진 가격 차별화는 단지 생산·유통자의 이윤을 극대화하는 방편에 그치지 않고, 소비자가 납득 가능하고 지불 가능한 가격 전략으로써 기업 성장과 소비자 복지의 조화를 추구하지요. 이제 ‘최저가'가 아니라 ‘최적가'가 중요해지고 있어요.

 

5. 도파민 도는 거 또 없나? 도파밍

재미는 늘 인간의 화두였습니다. 요즘 젊은이들의 재미 추구 행동에는 과거 어느 때에도 보지 못했던 특별함이 있어요. 새롭고 재미있는 것을 경험할 때 분비되는 신경전달물질인 도파민을 모으려는 요즘 사람들의 행동을 '도파밍'이라고 명명합니다. 도파밍은 도파민(dopamine)과 파밍(farming)을 결합한 말인데요. 파밍이란 게임 용어로서 플레이어가 게임 캐릭터의 능력을 향상시키기 위해 농작물을 수확하듯 아이템을 모으는 행위를 말합니다.

 

도파밍은 즐거움을 가져다주는 도파민이 분출될 수 있는 행동이라면 적극적으로 시도하고 모아보려는 노력을 가리킨답니다. 사람들은 재미를 모아요. 엉뚱하고 기발하고 지극히 무의미한 일들이 주목을 끌고 '역대급 도파민'이 매번 기록을 경신하죠. 자극적인 숏폼 콘텐츠가 범람하는 오늘날 도파밍은 피할 수 없는 추세입니다.

 

6. 결혼생활도 일처럼, 요즘남편 없던 아빠

가정은 소비가 이뤄지는 기본 단위입니다. 과거에는 가정 경영의 주체가 주부였기에 그 관심이 주로 여성에게 머물렀었는데요. 최근 작지 않은 변화로 결혼이 인생의 가장 큰 선택이 된 오늘날, 젊은 남편·아빠들이 이전 세대와는 완전히 다른 방식으로 가사 노동과 육아를 포함한 가정 경영에 나서고 있답니다.

 

권위적 가장에서 평등한 동반자로 역할이 바뀌어 가는 요즘 남편, 자녀와 함께 시간을 보내기 위해 ‘6시 신데렐라'를 자처하는 없던 아빠들이 가족 관계의 균형점을 이동시키며 가정과 기업, 나아가 소비의 풍경을 바꾸고 있어요.

 

7. 유연한 대응과 성장, 스핀오프 프로젝트

격변의 허들을 뛰어넘느냐의 여부는 새로운 시도를 통해 생각하지 못했던 가능성을 타진해 내는 것에 달려있어요. 시간의 기회비용이 커진 분초 사회에서 실패 없는 모색을 하기 위해서는 '스핀오프 프로젝트’가 매우 유효한 전략이 됩니다. 실패에 대한 부담이 적고, 또 성공할 경우 예상 밖의 성과를 기대할 수 있죠.

 

스핀오프(spin-off)란 영화나 드라마에서 "어떤 특정한 주체로부터 파생되어 나온 것"을 의미해요. 이제는 이 스핀오프 개념이 상품, 기술, 비즈니스, 그리고 개인의 경력 개발 영역으로 확대되고 있어요. 특히 최근 직장인들 사이에서 '사이드 프로젝트'가 인기인데요. 지금 하고 있는 일의 연장선상에서 자신의 새로운 경력으로 발전시킬 수 있는, 자기 계발과 적용의 시도도 경력의 스핀 오프라고 부를 수 있어요. 변화의 시대, 스핀오프는 새로운 성장 동력이랍니다.

 

8. 실패 없는 최적의 선택, 디토소비

"나도"라는 의미의 '디토(Ditto)'가 소비 현장에서 인기를 끌고 있어요. 나의 가치관과 취향을 오롯이 반영하는 사람, 콘텐츠, 유통 채널의 선택을 따라 하는 디토소비는 구매 의사결정에 따르는 복잡한 과정과 시간을 건너뛰어 최적의 선택을 할 수 있는 방법이랍니다.

 

상품의 종류와 유통 채널이 다양해지고 품질도 상향 평준화되며 선택의 어려움과 실패의 두려움, 포보(FOBO, Fear Of Better Options)가 크게 증가했어요. 1분 1초가 아까운 분초사회에서 되도록 빨리 실패 없는 선택을 하고 싶다는 열망이 디토소비에 반영되고 있습니다.

 

9. 끊임없이 변화하는 도시, 리퀴드폴리탄

최근 지역과 도시도 급격하게 변화하고 있어요. 지금까지는 이 문제를 대도시와 지방의 양극화라는 프레임 아래서, 정주인구의 증감에 일희일비하는 정책으로 대응해왔죠. 하지만 서울 같은 대도시 안에서도 소외되는 곳이 나오고, 지방 소읍에도 사람이 몰리는 현상이 늘어나고 있답니다.

 

광역 교통이 급속도로 발전하고 사람들의 가치관이 유목적으로 변화하는 사회에서, 지역은 이제 하나의 고정된 공간이 아니라, 물 같은 '흐름'이 중요한 공간으로 진화하고 있죠. 정주인구보다 관계인구에 방점을 찍는 유연도시 리퀴드폴리탄이 불균형 발전과 지역 소멸을 우려하는 이 시대에 새로운 해법으로 주목받고 있어요.

 

10. 엄마도 엄마가 필요한 세상, 돌봄경제

사회는 개인화되는데 각자의 시간마저 부족해지면, 인간 생존을 위해 필수적인 돌봄이 아주 중요한 이슈로 대두할 수밖에 없습니다. '돌봄경제'는 예전에는 가족끼리, 혹은 고령자나 환자 같은 사회적 약자에게 베풀어지던 돌봄 기능이 이제 단순한 배려가 아니라, 나라 경제의 중요한 한 축으로 자리 잡고 있다는 점을 나타내지요.

 

날로 개인화하는 나노 사회의 고독 속에서, 우리는 모두 서로의 돌봄을 필요로 하는 존재가 됐어요. 그 기능을 혼자서 혹은 가족에게만 의지하는 것이 아니라, 기술과 공동체가 함께 나눠갈 수 있는 제도와 인식의 변화가 절실해졌답니다. 돌봄 경제의 패러다임 변화는 각자의 안녕을 챙기기 어려운 분초 사회의 상처를 어루만지는 중요한 기능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입니다.

 

불경기, 고물가, 기후위기, 심지어 AI와도 경쟁해야 하는 2024년에는 인공지능도 대체할 수 없는 인간만의 능력이 더욱 중요해질 것으로 보여요. 용 그림을 완성하기 위해 눈동자에 찍는 마지막 점 하나가 필요하듯, 우리에게도 마지막 완성도를 더하는 ‘휴먼 터치’가 필요하답니다. 화룡점정의 역량을 키우는 방법이 궁금하다면, 지금 바로 트렌드 공부를 시작해 보세요. 2024년 준비에 도움이 될 것입니다.



자료: 서울대 소비트렌드분석센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