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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객 데이터와 인공지능이 합쳐지면 어떻게 될까?

기술은 눈부시게 발전하고 있어요. 15년 전에는 생각지도 못한 기술이 인간 생활에 편리를 주는 것을 넘어 생존에 필수 요소가 되었습니다. '언택트' 기술이 없었다면 지난 3년 팬데믹 기간의 경제 생활은 어떤 모습이었을까요? 지금까지 기술은 인간이 명령하면 문제를 해결하는 방향으로 발전해왔어요. 이제는 초개인화된 빅데이터를 인공지능으로 분석해 인간이 명령하기 전에 미리 필요를 선제적으로 파악하고 대응하는 형태로 진화하고 있답니다. 2023년 가장 주목받은 기술은 바로 '선제적 대응기술(Proactive Technology)' 입니다.

 

# 초개인화 서비스의 시대 앞당기는 선제적 대응기술

오늘날 우리가 누리고 있는 안전하고 쾌적한 삶은 기술 진보의 열매라고 할 수 있어요. 돌도끼에서 인공지능에 이르기까지, 인간 생활에 유용한 실용적 지식이나 활동을 통틀어 기술(Technology)이라고 부르죠. ‘technology'의 어원은 고대 그리스어 ‘techne(테크네)'인데요. 이는 삶의 가치나 목적 그 자체가 아니라 인간의 목적을 달성하는 데 필요한 '도구'를 생산해내는 것을 가리켜요.

 

지금까지 기술을 사용하기 위해서는 사람이 기술에 맞춰야 했어요. 편리를 누리기 위해서는 사용자가 필요에 맞춰 기술을 직접 조작했던 것이죠. 사용자 개개인의 필요에 맞추는 개별 맞춤형 제품이 출시되기도 했지만, 이런 제품은 하나씩 별도로 제작해야 해서 비용이 많이 들고 소비자가 일일이 설정해야 하는 불편이 컸습니다.

 

최근 들어 사용자의 맥락을 이해하고 알아서 편의를 미리 제공하는 기술이 점차 보편화되고 있어요. 기술 진화는 여러 분야에 걸쳐 나타나고 있는데요. 특히 '스마트 리빙(smart living)'을 지향하는 건설 업계가 선도하고 있답니다.

 

삼성물산이 아파트 브랜드 래미안에 적용하고 있는 ‘웰컴 투 래미안' 시스템은 거실에 사람이 들어오면 조명을 자동으로 켜고 정보를 홈 패드에 띄워주는데요. 상황의 맥락에 따라 적절한 기능이 작동됩니다. 동일인이라도 잠에서 깨 방에서 나왔다면 거실 조명을 밝히고 오늘의날씨 같은 생활정보를 알려줘요. 외출했다가 귀가했다면 부재중 방문자나 아파트 단지 내 새 공지사항을 알려주는 식이죠.

 

지금까지 선보였던 개인화(individualization) 기술이 고객 한 사람을 '하나'의 대상으로 보았다면 선제적 대응기술은 그 한 사람이 겪는 다양한 맥락을 구분합니다. 예를 들어 같은 사람이라도 평일과 휴일, 출근길과 퇴근길에 듣는 음악 재생목록은 다르죠. 각 상황에 따라 기분이 다르고 취향이 다르기 때문이랍니다. 결국 타깃은 고객 1명이 아니라, 0.1명, 0.01명을 타깃으로 하는 초개인화 서비스의 시대가 펼쳐지고 있답니다.

 

# 적용 수준에 따른 3단계 선제적 대응기술

선제적 대응기술은 이미 우리 일상에 광범위하게 스며들어 하루하루 그 적용 범위가 넓어지고 수준도 높아지고 있어요. 선제적 대응기술의 적용 수준은 소비자와 상호작용할 때의 주도성(proactiveness)을 기준으로 3단계로 나눌 수 있어요.

 

1단계: 사전 대응을 위해 정보를 제공하는 단계

선제적 대응기술의 기본 도입 단계로 상황에 맞춘 정보를 제때에 제공하지요. 사용자 맥락을 읽을 수 있는 기술이 제품에 탑재되고, 이 기술로 분석한 결과를 사용자가 인지하도록 제공하는 것입니다. 현재 상황을 유지하거나 고장 났을 때 사후 관리만이 아니라 사전 대응을 하기 위해 현재 상황에 맞춘 정보를 제공하는 것이 핵심이랍니다.

 

LG전자는 가전제품을 최적의 상태로 관리하기 위해 선제적 기능인 '프로액티브 서비스'를 선보인 바 있어요. PCC(Proactive Customer Care) 서비스는 가전제품에 탑재된 센서로 제품 상태를 실시간 모니터링하고, 그 정보를 클라우드 서버로 보내 인공지능 기술로 분석해요.

 

세탁기 수평이 맞고 온수 호스가 제대로 연결됐는지, 냉장고 내부 온도가 지나치게 높지 않은지, 에어컨 실외기가 과열되지 않았는지 등을 확인하고 문제가 감지되면 앱, 이메일, 문자 메시지로 고객에게 알려줘요. 고객의 제품 사용 패턴을 파악해 세탁기의 통세척 시점, 냉장고 정수기 필터 교체 시기나 내부 고온 현상의 해결 방법 같은 정보도 제공하죠.

 

2단계: 사용자의 맥락에 따라 기능이 자동적으로 맞춤 조정되는 단계

선제적 대응기술의 2단계인 맞춤 조정 단계는 사용자에 맞춘 기능이 맥락에 따라 자동으로 변화하고 구현되는 수준을 가리켜요. 이를 통해 소비자의 사용 편의성은 획기적으로 높아지죠.

 

"이렇게 하면 저렇게 해라(IF This, Then That)"라는 조건 문의 약자인 IFTTT는 특정한 조건에 따라 미리 정해 놓은 행동을 실행하라는 의미를 갖고 있어요. 휴가를 떠나 한동안 집을 비운다면 시간대에 따라 실내조명을 켜고 끄는 것은 물론, 집 안에서 어떤 움직임이 감지되면 사용자에게 즉시 알리는 등의 조건을 설정할 수 있답니다. 휴가 모드 외에 영화관람 모드, 수면 모드, 외출 모드에 따라 사용자의 맥락을 파악해서 사전에 정의된 기능이 실행되도록 하죠.

 

한편, 최근 아파트와 같은 공동주택이나 다중이용시설에 자동환기창 보급이 활발한데요. 금호석유화학의 휴그린, LG하우시스의 지인 자동환기, KT의 AI 청정 환기시스템 등은 창밖의 초미세먼지, 황사, 꽃가루, 온도 등 대기 상황을 체크하고, 실내의 온도, 습도, 이산화탄소 농도 등을 감지하여 기준치 이상 오염됐을 때 자동 환기를 해요. 만약 실외 공기질이 좋지 않다면 필터로 공기를 정화시킨 후 실내로 유입시켜요.

 

3단계: 사용자의 필요를 예측해 해당 기능을 수행하는 단계

선제적 대응기술의 마지막 단계는 패턴을 통해 앞으로의 일을 예측해 사전에 조치를 취하는 기술입니다. 수용적이고 일방적이었던 기존 패러다임과 상반된, 상호적인 커뮤니케이션을 통한 고객 경험을 할 수 있게 하는 초연결 기술에 기반을 두고 있어요. 선제적 대응기술은 특히 '스마트홈'에서 소비자와의 접점을 형성하고 있는데요. 사물인터넷 기술을 토대로 집에 머물러 있는 사람의 생활 패턴을 데이터화하고, 이를 인공지능으로 직조한 편의 기능을 '집'에 구현한 것을 뜻합니다.

 

만약 실내에서 이산화탄소에 과하게 노출되어 사람이 쓰러졌을 때, 그 사람의 자세를 감지해 자동으로 119에 신고한다면 이는 2단계 맞춤 조정에 해당합니다. 반면 실내 공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가 비정상이라는 것을 감지한 상태에서 사람의 표정, 자세, 호흡 등이 평소와 다른 것을 센서가 인식하고 창문을 열어 환기를 시킨다면 이것은 3단계인 예측 수행에 해당하죠.

 

이 기술은 노인 요양·보호 시설에서도 응용되고 있는데요. 어르신의 움직임이 평소와 달라지는 것이 감지되면 쓰러지거나 낙상하는 사고가 발생하기 전에 의료진에게 알려 빠른 조치가 이뤄지도록 돕고 있어요.

 

# 공공영역에서 필요한 선제적 대응

선제적 대응기술은 삶의 각종 편의를 넘어서, 사회적 약자를 돕고 사고를 미리 예방하는 차원에서도 매우 중요한 기술입니다. 선제적 대응기술을 공공영역에서 활용하면 정책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죠.

 

선제적 공공서비스는 국가별·지역별 소비자에 따라 필요한 선제적 대응의 형태가 다르기 때문에 지역성이 매우 중요하답니다. 시민 생활을 보조할 수 있는 충분한 수준의 정책 수행을 위해 선제적 대응을 제공할 인프라를 갖출 필요가 갈수록 커지고 있어요.

 

우리나라 공공주거 부문에서는 선제적 대응기술을 수용하고 있는데요. LH가 2023년 상반기부터 적용 중인 공공임대 전용 스마트 홈 서비스가 대표적입니다. 공공임대주택의 역할을 강화하기 위해 주거약자를 위한 돌봄 시스템을 도입했어요. 이 시스템은 스마트 기기를 통한 제어를 기본으로 선제적 대응기술의 세 단계가 복합되어 있답니다.

 

고령 입주자가 12시간 이상 휴대폰을 사용하지 않으면 사전 등록된 보호자에게 자동으로 연락이 가거나, 입주민의 위치나 수도 사용량 등의 정보를 분석하여 이상 징후가 관찰되면 관리사무소에 알리는 주거약자 전용 서비스가 포함돼 있죠. 또한 날씨 맞춤형 건강 정보, 건강 방송, 복약 알림 등의 사회복지 서비스도 가능하답니다. 찾아가는 공공서비스를 기술로 실천하고 있는 셈이죠.

 

소비자가 환호하는 선제적 대응기술을 선보이기 위해서는 고객 행동을 분석해 데이터로 축적하고 여기에서 의미 있는 인사이트를 추출한 후 적기에 즉각 대응할 수 있어야 합니다. 소비자가 모르는 필요를 먼저 파악하고 아직 발생하지 않은 문제의 해결책을 제공하는 창의성을 먼저, 더 적합하게 발휘하느냐가 선제적 대응기술 경쟁의 승부처가 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자료: 서울대 소비트렌드분석센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