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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성형 AI 시대, 우리가 길러야 할 역량은?

방대한 데이터를 학습한 인공지능이 정교한 창작물을 만들어내고 있어요. '생성형 AI’의 등장은, 창작의 영역은 인간 외에는 대체될 수 없는 마지막 보루라고 굳게 믿어왔던 우리에게 큰 충격으로 다가왔어요. 지금도 많은 생성형 AI들이 작사 작곡은 물론이고 기사 작성이나 그림 그리기 등 언론, 예술, 문학, 개발, 디자인 등 거의 모든 영역에서 창작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이제 인간이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일까? 내 직업이 없어지는 것은 아닐까?” 걱정이 앞서는데요. 생성형 AI 시대, 우리는 무엇을 준비하고 어떤 역량을 길러야 할까요?

 

# "인공지능은 프롬프트만큼 똑똑하다"

기술 발달의 속도는 선형적이 아니라 가속적입니다. 마이크로칩의 용량은 2년마다 2배씩 증가한다는 '무어의 법칙'이 대표적이죠. 하지만 인공지능의 발전 속도는 이를 뛰어 넘어선답니다. 챗봇의 계산 능력이 2년마다 100배 향상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할 때, 엔비디아의 CEO 젠슨 황은 10년 후 챗봇의 성능은 지금의 100만 배가 될 것이라고 예측했어요. 2022년 11월 '챗GPT'가 선보인지 1년 여가 지난 지금도 충분히 놀라운 변화를 겪고 있는데, 2년마다 100배라니 아찔하기까지 합니다.

 

하지만 "AI는 프롬프트만큼만 똑똑해질 수 있다"는 말이 있듯이 생성형 AI 서비스를 잘 활용하기 위해서는 질문을 잘 해야 한다는 것이 가장 중요해요. 오픈AI의 챗GPT, 구글의 바드, 마이크로소프트의 빙 등 현재 주목받고 있는 AI들은 모두 '언어 모델' 기반이에요. 수천억 개의 단어를 익히게 한 뒤 학습된 데이터를 바탕으로 답변을 '예측'하는 원리랍니다. 같은 내용이라도 어떻게 질문했느냐에 따라 결과의 수준이 크게 달라져요.

 

그래서 정교하게 질문하고 AI와 상호 작용하는 작업을 뜻하는 '프롬프트 엔지니어링'이라는 영역도 생겨났어요. 이는 데이터 사이언티스트나 머신러닝 전문가에게만 붙이는 호칭이라기 보다, 누구나 프롬프트를 활용해 AI와 소통할 수 있는 시대인 만큼 생성형 AI를 활용하는 사람들은 모두 프롬프트 엔지니어링을 직간접적으로 하고 있는 셈입니다.

 

프롬프트 엔지니어링은 단지 질문 방법에 관한 것이 아니라, 생성형 AI를 어떻게 사용할 것인가에 대한 전체적인 방향성을 가리킵니다. 서울대학교 소비 트렌드 분석센터에서는 생성형 AI의 등장 이후 AI와의 조화로운 상호작용을 통해 인공지능 시대를 선도할 수 있는 인간형으로 '호모 프롬프트(Homo Prompt)'를 제안하기도 했답니다.

 

호모 프롬프트는 자신만이 보유한 인간 고유의 창의성을 더욱 고양시키는 방향으로 각종 AI와의 '티키타카'를 통해 인공지능 서비스를 적재적소에 사용할 수 있는 사용자를 가리켜요.

 

신기술이 등장하면 언제나 그에 대한 이해력 혹은 문해력(Literacy)이 필요해 지는데요. 호모 프롬프트는 바로 'AI 리터러시' 혹은 '인공지능 문해력'을 갖춘 인간에 관한 트렌드 키워드라고 할 수 있어요.

 

단, 이 문해력은 비단 AI 사용 방법에 관한 것만은 아니라, 생성형 AI를 능숙하게 사용하면서도 인공지능의 미흡한 부분을 창의적으로 보완해 나갈 수 있는 인문학적 문해력을 포함해요.

 

# 생성형 AI의 활용과 편의성 확대

2024년 생성형 AI는 우리 경제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요? 인공지능 서비스의 진가는 우리가 각 영역에서 사용하는 기존의 다양한 서비스와 애플리케이션에 접목된, 이른바 ‘버티컬 서비스'에서 발휘될 것으로 보여요. 다시 말해 유통, 여행, 금융 등 다양한 영역에서 인공지능을 활용해 기존의 서비스를 고도화하는 것이랍니다.

 

오픈AI는 일반화된 챗GPT 서비스를 선보이는 동시에, 해당 기능의 APl를 공개했어요. API란 각 분야의 개발자들이 자신의 서비스나 앱에서 해당 기능을 쉽게 사용할 수 있도록 모아 놓은 함수들을 말하는데요. 오픈AI가 API를 공개했다는 것은 모든 서비스에 챗GPT 기능을 가져다 쓸 수 있게 됐다는 의미입니다.

 

한편 챗GPT에 특정 소프트웨어나 웹사이트를 연결한 뒤 이를 통해 공급받은 데이터로 정보를 검색할 수 있도록 한 서비스를 '챗GPT 플러그인'이라고 해요. 플러그인이란 마치 콘센트에 꽂고 뺄 수 있는 플러그처럼 부가 기능을 제공한다는 뜻인데요. 소비자가 사용하는 웹브라우저 안에서 추가 기능을 쉽게 사용할 수 있게 해줘요. 챗GPT 플러그인은 업무 자동화, 효율성 향상, 고객경험 개선 등을 통해 서비스산업을 혁신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답니다.

 

앞으로 우리가 직접 챗GPT나 바드 같은 서비스에 접속하지 않더라도, 컴퓨터나 스마트폰의 앱을 쓰는 도중 나도 모르는 사이에 인공지능 서비스를 사용하게 될 거예요. 지금 이 순간에도 인공지능을 적용한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들이 소개되고 있어요.

 

# 우리가 준비해야 할 역량은?

이처럼 인공지능이 일반인도 무리 없이 사용할 수 있을 만큼 쉬워지면서 더욱 중요해지는 것이 바로 '프롬프트 엔지니어링'과 그 일을 하는 사람인 '프롬프트 엔지니어'예요. 이런 호모 프롬프트에게 필요한 역량은 무엇일까요?

 

흔히 "인간에게 쉬운 것은 컴퓨터에게 어렵고, 인간에게 어려운 것은 컴퓨터에게 쉽다"고 하는데요. 이를 '모라백의 역설(Moravec’s Paradox)'이라고 해요. 뒤집어 말하면 컴퓨터와 인간이 힘을 제대로 합칠 수 있다면 엄청난 성과를 이룰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해요. 따라서 인공지능 시대를 선도하기 위해서는 인공지능이 이룰 수 없는 영역에 대해 인간적 역량을 집중하는 것이 필요하답니다.

 

인공지능을 업무에 활용하면 평소 노력의 20% 정도만으로도 기존 결과물의 70~80% 수준에 해당하는 결과물을 얻어낼 수 있다고 해요. 결국 인공지능이 어려워하는 호모 프롬프트의 역량이란 그 남은 80%의 노력으로 인공지능이 어려워하는 20~30%의 미묘한 여백을 메꾸는 것에 달려있어요.

 

같은 맥락에서 인공지능이 '검색'을 완전히 대체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어요. 생성형 AI는 서비스 이용자의 질문을 이해하고 분석하여 수많은 정보 중 답이 될 만한 필요 정보를 '스스로 찾아서' 이를 '적절히 요약정리해 제공'해 주죠. 그렇기 때문에, 여러 결과의 링크를 줄줄이 늘어놓는 검색 서비스와는 차원이 다르다고 자랑하고 있어요. 기존 검색과는 다르게, 인공지능은 링크 없이 바로 원하는 답을 제시함으로써 사용자가 정보를 얻으려 거쳐야 하는 단계를 크게 줄일 수 있다는 것입니다.

 

진화단계 검색 생성형 AI
대표 서비스 구글, 네이버 챗 GPT
결과 제공 관련 링크의 나열 대화형 즉답 제공
사용자 역할 링크 확인, 유효 정보 정리 진위 확인, 반복 질문을 통한 정제

 

하지만 사용자는 답을 구하는 과정에서 수많은 질문을 거듭해 인공지능에게 전적으로 맡기기보다는, 검색에 의해 나열된 결과를 직접 보고 자신에게 필요한 하이퍼링크를 클릭하며 원하는 정보에 접근하고자 하는 니즈도 가지고 있어요.

 

인공지능이 답을 찾는 단계가 줄어든다고 하지만, 이는 원하는 답을 얻기까지 해야 하는 질문의 수에 달려 있답니다. 아마도 사용자는 검색과 인공지능을 그때그때 상황에 맞게 선택해 사용할 확률이 높아요.

 

이것은 비단 검색만의 문제가 아니라, 인공지능이 앞으로 소비자에게 어떻게 사용될 것인가에 대한 해답과도 관련이 있어요. 사람들은 인공지능의 도움이 필요한 영역과 그렇지 않은 영역을 구분해가며 인공지능을 강력한 보조 수단으로 함께 사용할 가능성이 높아요.

 

인공지능의 작동 원리가 엄청난 양의 '기존 데이터'를 학습한 후, 질문에 대해 확률적으로 가장 답에 근접한 근삿값을 구성해내는 것이므로 기존 데이터의 범위 밖에 있는 사항은 학습을 통해 습득할 수 없고 대답할 수도 없기 때문입니다. 오히려 ‘할루시네이션'이라고 부르는 오류를 보여주기도 하죠.

 



할루시네이션(Hallucination)
Al 모델은 학습한 데이터에 없는 정보를 기반으로 잘못된 결과를 만들어낼 수 있고,
연관성이 낮거나 편향된 정보를 생성할 수도 있기 때문에,
주로 학습된 데이터가 부족하거나 불완전한 경우 할루시네이션이 발생합니다.

세종대왕 맥북 프로 사건이 대표적인 할루시네이션 사례인데요.
GPT 초기 모델에 '세종대왕 맥북 프로 사건'을 묻자 "『조선왕조실록』에
기록된 일화로 세종대왕이 훈민정음 초고를 작성하던 중 분노해 맥북 프로를 던졌다"
답변을 내놔 온라인상에서 조롱의 ''이 됐답니다.

 

할루시네이션 문제는 합성 데이터를 활용해 차차 개선될 것으로 보이지만, 인공지능의 결과물에 대해 인간의 판단이 여전히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점에는 변함이 없어요. 인공지능은 자신의 결과물을 스스로 평가하지 못한답니다. 최종적인 판단과 선택은 결국 인간의 몫이에요.

 

# '인간적인 아날로그 역량’이 중요해지는 시대

인공지능 결과물에 대한 판단은 결국 '비판적 사고'를 할 수 있는 우리의 역량에 달려있어요. 퓰리처상을 수상한 조지 앤더스(George Anders)는 기업에서 요구하는 비판적 사고 능력을 5가지로 정리했어요. 모두 인공지능이 '생성'할 수 없는 역량입니다.

 

[기업에서 요구하는 비판적 사고 능력 5가지]

• 경계를 넘나들며 일하는 능력

• 통찰하는 능력

• 올바른 접근법을 선택하는 능력

• 타인의 감정을 파악하는 능력

• 타인에게 영향을 미치는 능력

 

이러한 역량을 기르기 위해서 앤더스는 '쓸모없는 인문학(Useless Liberal Arts)'이 필요하다고 역설해요. 결국 쓸모없어 보이는 인문학적 소양, 즉 인간과 사회에 대한 본질을 탐구할 수 있는 지적 능력을 기름으로써 우리는 인공지능을 통제할 수 있는 창의력을 갖출 수 있다는 것이죠.

 

창의력에는 크게 ▲ 기존의 것을 조합해 새로운 것을 만들어내는 ‘조합하는 창의력’  ▲ 잘 성립된 구조에 바탕을 두고 그 경계에서 새로운 아이디어를 만드는 '탐구적 창의력’ ▲ 완전히 새로운 구조를 만드는 '변화적 창의력'의 세 종류가 있어요.

 

인공지능은 이 중에서 조합하는 창의력과 탐구적 창의력을 발휘했다고 볼 수 있어요. 인공지능이 창의의 영역에 도전하고 있다고 하지만, 세 번째 변화적 창의력은 여전히 인간의 영역에 해당합니다. 이 영역에 대한 계발을 통해 인공지능을 자유자재로 부릴 수 있는 인재가 진정한 호모 프롬프트인 것입니다.

 

변화적 창의력을 발휘하기 위해서는 '인간적인 것'에 대한 성찰이 필요해요. 프롬프트 엔지니어에게 코딩 능력보다는 생성형 AI의 사용경험과 논리적•언어적 대화 능력이 중요해요. 기본적인 프로그래밍 언어와 머신러닝에 대한 지식은 어느 정도 필요하겠지만, 역사학, 철학, 법학, 언어학 등의 인본주의적인 이해도 필요한 것이죠. 나아가 갈수록 세분화하는 인공지능 서비스의 특성을 감안할 때 공공, 금융, 유통, 의료, 법률, 제조 등 해당 분야의 전문적인 지식도 아울러 갖출 필요가 있습니다.

 

파괴적 혁신을 주도하던 앙터프리너(Enterpreneur)에게 도전 정신과 행동력이 필수였다면 자유자재로 인공지능을 활용하며 성취를 극대화하는 'AI프리너(Al-preneur)'들에게는 아이러니하게도 인본주의적 사색 능력이 필요해요. 생성형 AI시대, 가장 인간적인 아날로그 역량이 오히려 중요해지고 있습니다.



자료: 서울대 소비트렌드분석센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