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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톰부츠 신어보려고 오픈런까지 한다는 그 전시, 대림미술관 재개관전, MSCHF : nothing is sacred

문화생활에 흥미를 갖게 된 대학생 시절, 그 당시 가장 핫한 뮤지엄은 제게는 대림미술관이었던 것 같은데요. 팬데믹 기간 동안 숨 고르기에 들어갔던 대림미술관이 MSCHF: NOTHING IS SACRED 전시로 재개관전을 선보였습니다.

 

이번 전시는 짓궃은 작품들로 논란을 일으키지만 그 속에서 대중문화에 자리 잡은 관습을 되돌아보게 만드는 작품을 선보이는 미스치프의 전 세계 최초 미술관 전시라는 사실에 떠들썩해졌습니다. SNS 인증이 필수인 요즘, 아톰 부츠를 직접 신어볼 수 있다는 소식에 사람들은 오픈런까지 할 정도라는 뜨거운 미스치프 전시, 12월의 전시로 소개합니다.

 

예술계를 희롱하던 ‘이단아’ 미스치프가 미술관에 나타났다

# MSCHF : nothing is sacred!

• 위치 : 서울 종로구 자하문로4길 21 대림미술관

• 운영 : 11:00-19:00 (금-토 20:00까지 운영, 매주 월요일 후관)

• 예매 : 02-720-0667

• 홈페이지 : http://www.ganghwa.go.kr/

• 티켓 : 성인 17,000원, 청소년 5,000원, 유아 및 어린이 3,000원

• 홈페이지 : https://daelimmuseum.org/

 

7배나 비싼 가격에 ‘조각 판매’된 데미안 허스트 작품, 앤디 워홀의 작품일 수도 있는 1,000점의 에디션 소금알 보다 작은 초소형 백 8,400만 원에 낙찰, 진짜 명품으로 만든 9,300만 원짜리 슬리퍼 등 수없는 이슈 메이킹이 끝도 없는 미스치프의 행보들을 한자리에서 모아 볼 수 있는 전시가 열렸습니다. 기존의 관람형 전시와는 달리 조금 더 가벼운 마음으로 전시장을 둘러볼 수 있다는 것이 매력적이죠.

 

대림미술관 공식 홈페이지에서 예약하면 특별한 혜택이 있다고 하여 저는 홈페이지에서 예약 후 방문하였습니다. 공식 홈페이지 예매 시 티켓 가격을 약 30% 할인해 주는 쿠폰이 있어 1만 원 초반대에 예매가 가능했는데요. 홈페이지 예매 인증 시 리유저블 보틀과 함께 전시 종료 후 바로 옆 ‘미술관 옆 카페’에서 무료 커피 한 잔을 즐길 수 있는 쿠폰이 들어 있습니다.

 

미스치프는 2019년 결성된 미국 아티스트 그룹으로 예술과 종교, 유명 브랜드, 각종 사회현상 등 ‘성역’을 두지 않는 풍자적인 작품으로 젊은 층에서 인지도가 높은데요. 이번 전시에서는 이들의 지난 4년여간의 작품 100여 점을 한자리에서 만나볼 수 있다고 합니다.

 

오디오 가이드가 제공되고 있기 때문에 이어폰을 지참하는 것을 추천드려요. 가장 먼저 만나볼 수 있는 ARCHIVE 섹션은 미스치프가 분기마다 웹 형태로 발행하는 인쇄물과 잡지를 디지털 버전으로 살펴볼 수 있는 공간으로 앞으로 펼쳐질 미스치프의 짓궃은 전시들을 미리 맛볼 수 있는 공간이기도 합니다.

# MULTI PLAYER. 놀이하듯 판을 누비다 보면 알게 되는 것들

전시는 2층부터 4층까지 이어지는데요. 관람객들이 직접 눌러보고 소리도 지르고, 만져볼 수 있는 참여형 작품들이 많아 더 유쾌하게 즐길 수 있지요. 이 랜덤박스는 미스치프가 상자에 무작위로 넣은 상품을 100달러에 판매한 랜덤 박스로 구매자가 이 박스를 개봉하지 않고 100일을 보관하다가 반품을 하면 최대 1,000달러로 환급을 해준다는 조건이 붙었습니다. 일부 박스에는 최대 보상금 1,000달러 보다 더 높은 가격의 상품이 들어 있어 구매자는 보상금과 무엇이 들어 있을지 모르는 랜덤 상품 속에서 선택을 하게 됩니다.

 

실제로 랜덤박스 속 최고 경품인 베스파 스쿠터의 열쇠가 담긴 박스를 구매한 사람은 1,000달러의 보상금을 선택하며 스쿠터를 가질 기회를 놓쳤다고 하는데요, 여러분이라면 어떤 선택을 할 것 같나요?

# “가장 먼저 법적 조치를 취하는 브랜드가 우승합니다.”

미스치프는 레이싱 경기용 티셔츠에 어디서 많이 본 브랜드들의 로고를 찍었습니다. 마이크로소프트와 코카콜라, 아마존과 테슬라 그리고 디즈니까지 브랜드들의 사용 허가 없이 만들어진 이 티셔츠는 판매까지 이루어졌어요. 대놓고 지식 재산권을 침해하고 있는 이 경기용 저지에는 작은 이벤트가 걸렸습니다.

 

이 8개의 브랜드 중 가장 먼저 법적 조치를 취하는 브랜드의 저지를 구매한 고객들에게 챔피언 모자를 증정하는 식이었죠. 과연 어떤 브랜드가 가장 먼저 미스치프에게 법적 조치를 취했을까요?

 

“양말과 모자를 사려면 1,000개를 구매해야 합니다.” 각 1,000개씩 만들어진 미스치프의 모자와 양말은 낱개로는 구매가 불가능합니다. 무조건 1,000개를 한 사람이 구매할 때 계약이 성립되죠.

 

이 경우 구매자에게 단지 상품을 판매했다기보다는 해당 상품의 독점권까지 판매한 것으로 한 사람이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물량을 구매해야 하기 때문에 상품의 희소성이 높고 상품에 대한 완전한 통제권을 갖을 수 있는 독점권의 개념으로 독점권과 희소성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 보게 됩니다.

 

# FRAUD FOR ALL, FRAUD FOR ONE!

이런 유쾌한 반란이 모두를 위한 것이라고 생각해 보면 어때요?

미스치프는 현대 사회의 불합리한 구조에 저항하는 의미의 프로젝트들도 상당히 정성껏 기획합니다. 미국에서 발생하는 의료 절차로 인한 막대한 의료비와 그로 발생하는 빚의 액수는 상상을 초월한다고 합니다. 미스치프는 빚을 상환하기 위해 이 청구서를 그림으로 그려 예술 시장에 판매했고, 이 작품은 실제 청구된 병원비의 비용과 동일한 비용으로 판매해 의료비를 상환했다고 하죠. [Medical Bill Art]이 바로 청구서를 그린 유화 그림인데요. 이 작업은 미국 의료 부채의 시스템적 문제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 보게 합니다.

 

[MSCHF Sunday Serivice]는 치킨버거 프렌차이즈 브랜드 칙필레의 정책을 꼬집기도 합니다. 일요일에는 영업을 하지 않는 보수적인 기독교 회사로 악명이 높고 편협한 정책으로도 유명한데, 미스치프는 이러한 칙필레를 비웃듯이 칙필레가 운영을 하지 않는 일요일에 칙필레 버거의 주문서 작성 링크를 보내 미리 준비해둔 치킨버거를 보내버렸다고 합니다.

길게 편지를 쓰고 있는 이 로봇은 [Children’s Crusade] 작품입니다. 정부를 향한 불만을 보내는 메시지를 아이의 필체로 바꿔 보내는 로봇인데요. 이메일로 오는 건의는 쉽게 무시되지만, 아이들의 편지는 탁월한 SNS 홍보용 게시글이 될 수 있어 해결하려고 드는 정치인이 많다는 점을 우습게 비꼬는 것에서 발상이 시작되었다고 합니다.

 

제시된 지시를 따라가며 작품에 참여하다 보면 주류 사회를 날카롭게 비판하는 작품의 의미를 깨닫게 되죠.

 

궁극적으로 미스치프는 규칙을 위반하면서까지 얻게 될 공공의 이익과 집단의 만족감을 더 우선순위로 두었다고 할까요?

 

pKey 4 All]은 미스치프가2004년식 PT크루저 자동차 한 대에 5,000여 개의 전자태그 열쇠를 연동하고, 이것을 미국 전역에 판매하며 관찰한 사회실험적 프로젝트입니다. 열쇠를 소유한 사람은 누구든 이 차를 운전할 수 있도록 만들어졌는데요. 열쇠 구매자들은 핫라인으로 전화를 걸어 위치를 실시간으로 추적해 먼저 찾은 사람이 차를 이용할 수 있습니다.

 

이 자동차는 그 과정에서 미국 전역을 횡단하며 손상되거나 도난당하고, 수리되었다가 낙서가 되기도 하였습니다. 열쇠를 소유한 사람들이 한 대의 차를 수천 마일 이상 이동시키며 계속 프로젝트를 유지할 수 있었다는 것을 보여주는 공동 소유권 모델의 성공적인 프로젝트죠.

# FOR EVERYTHING ELSE, THERE’S MASTERCARD

돈으로 살 수 없는 것들이 있습니다. 그 외 다른 모든 것들을 마스터 카드로 구매할 수 있습니다.

고정관념을 깨는 MSCHF의 한정판 제품들은 유명하거나 희소성 있는 것들을 소유하고 싶어 하는 현대인의 소비 심리를 꼬집습니다. 이 섹션에서는 유명한, 한정판의, 가치와 희소성에 대한 욕구 등을 만족시킨다면 무턱대고 소유하려는 심리, 그리고 그 심리를 이용해 부를 축적한 기업과 기관 모두에게 일침을 가하며 사물의 소유에 집착하는 현대인들을 은유적으로 비판하는 작품들을 볼 수 있습니다.

 

[Dunk Dot Biz]는 마이클조던이 서명한 농구공과 진품 인증서, 그리고 마이클조던이 공에 서명하는 모습이 담긴 영상을 판매한 작품입니다. 작품에 대한 이외의 정보를 제공하지 않았기에 대부분의 구매자들은 농구스타 마이클조던의 농구공이라 예측했는데요. 사실은 농구 선수가 아닌 롱아일랜드 대학교수이자 기자인 동명이인의 마이클조던의 서명이었다고 합니다. 유명인에게 집착하는 심리를 이용해 충동적인 소비주의를 꼬집었죠.

소금알 보다 작은, 크기 대비 세상에서 가장 비싼 루이비통 가방. 진짜 에르메스 버킨백을 해체해 슬리퍼로 만들어 버린 9,300만 원짜리 버킨스탁. 사람들의 명품에 대한 소비심리와 명품의 실용성에 대해 꼬집습니다. 현미경으로만 볼 수 있는 가로 657 세로 222 높이 700 ‘마이크로미터’ 크기의 루이비통 가방은 무려 8,400만 원에 낙찰되었다고 합니다. 기능성 물건이었던 ‘가방’이 점점 실용적 측면에서 멀어지는 요즘의 ‘미니백’ 열풍의 극단적인 끝을 보여줍니다.

명품 쇼핑백만을 판매하는 온라인 팝업 스토어도 열었습니다. [Only Bags]라는 온라인 팝업스토어에서는 각종 명품 쇼핑백들만을 판매하며 “당신에게 필요한 건 쇼핑백뿐” 누구나 쇼핑백 만으로 부유한 이미지를 만들 수 있다며 유도하면서 한편으로는 이를 구매하는 소비를 조롱합니다.

미스치프가 직접 꼽았던 가장 힘들었던 작업들 중 하나가 바로 신발을 만드는 것이었다고 하는데요. 여러 브랜드들의 신발이 파도에 휩쓸렸습니다. 큰 이슈가 되었던 “웨이비” 시리즈는 벽면 가득한 신발들이 왜곡되고 뒤틀린 물결의 형태를 유지하고 있으면서도 어느 브랜드의 신발인지 알아볼 수 있답니다. 브랜드들이 얼마나 대중들의 인식을 장악하고 있는지를 보여주기 위한 것이라고 하는데요. 총 여섯 가지의 브랜드 신발을 작품화했으며 악동의 명성에 걸맞게 ‘반스’와도 협의되지 않은 상태에서 만들어져 현재 소송 중이라고 합니다.

 

대림미술관 미스치프 전시, 오픈런의 주인공이죠. 직접 아톰 부츠를 신어 보고 인증샷을 남길 수 있어 이 시즌 MZ들의 영역에서 가장 핫한 전시로 이름을 올리는 데 톡톡한 공을 세운 작품이 아닐까 생각됩니다.

 

역시 ‘신발’로서의 기능성은 확연히 떨어지지만 SNS에 올리기에는 화제성이 좋은데요. 만화적인 것이 우리를 자유롭게 한다는 것을 알려주고 싶었다고 합니다. 실제로 이 아톰 슈즈는 리셀가가 3배 이상으로 판매되었습니다.

화제와 논란의 중심, MSCHF에게 더 이상 신성시될 것은 없습니다.

# 사탄의 신발 줄까 예수 신발 줄까?

나이키 에어맥스 97 커스텀을 나이키와의 콜라보 없이 독단적으로 발매를 하였는데요. 무분별적인 콜라보를 비웃듯 미스치프는 세계관 최강자인 예수와 사탄과의 콜라보를 선보입니다. 축복받은 요르단 강의 성수를 담은 는 나이키와 가톨릭교회와의 콜라보레이션을 실현시킨 것이라고 표현했으며, 브랜드를 향한 숭배 현상을 종교에 대한 신앙과 결합해 셀럽과의 무분별한 콜라보를 비웃었습니다.

그 이후 미스치프는 실제 사람의 피 한 방울이 섞인 붉은 잉크가 들어 있는 것으로 이슈가 된 후속작의 [Satan Shoes]입니다. 여기서 나이키는 [Jesus Shoes]와는 달리 [Satan Shoes]에만 소송을 제기하였다고 합니다.

앤디워홀의 작품일 수도 있는 작품. 앤디워홀의 작품 중 하나를 구매해 1,000개로 복제한 후 판매하였습니다. 원본 진위 문서는 제거하여 어느 것이 진품인 지 누구도 알 수 없으며 이 1,000점의 작품들은 또 여러 사람들에게 판매되었습니다. 내 작품이 진품일 수도 있다는 재미있는 발상이죠. 작품을 108조각으로 쪼개어 팔아 더 큰 수익을 낸 데미안 허스트의 작품입니다. 데미안 허스트의 스팟 페인팅 작품 속의 점들을 하나씩 잘라 각각 액자에 부착하여 판매하기도 하였습니다.

 

스팟들을 잘라낸 프레임까지도 미스치프의 서명을 넣어 판매했는데요. 오히려 이 수익금이 원래의 데미안 허스트 작품의 판매가 보다 7배나 높은 수익을 내었다고 하지요. 과연 이 상황에서도 원본에 대한 진위만이 예술 작품에서 가장 중요하다고 할 수 있을까요?

 

각 층을 오르는 계단 사이에 있는 이 휴식 공간은 대림미술관 만의 감성이 느껴져 편안한 느낌을 물씬 풍겼습니다. 낮에는 햇살이 정말 예쁘게 들어오는 숨은 포토존이라고 합니다. 방문하시는 분들은 이 공간들도 꼭 눈에 담으시길 바랍니다.

소개해 드린 작품들 외에도 대부분의 작품에 미스치프의 작품 의도가 적혀 있어 관람이 어렵지 않고 재미있어 한 시간이 훌쩍 지나가는 전시였습니다. 관람 후 빼놓을 수 없는 기념품 상점 역시 그냥 지나치기에는 아쉽습니다. 도록은 물론 미스치프의 로고 플레이로 만들어진 모자와 티셔츠 등을 구매할 수 있답니다.

전시의 시작에 앞서 받았던 리유저블 컵과 쿠폰으로 전시장 출구 바로 옆의 카페, [미술관 옆집]에서 커피 한 잔을 마셨는데요. 30% 할인된 1만 원 초반대의 티켓 가격에 리유저블 컵과 커피 한 잔이 포함되어 있어 가격적인 매력도도 놓치지 않는 전시였습니다.

오늘 소개해 드린 대림미술관 재개관전, 미스치프 전시 어떠셨나요? 재개관전으로 오랜만에 대림미술관을 다시 볼 수 있어서 무척이나 반가웠는데요. 개인적으로는 즐길 거리와 포토존은 물론 다양한 설명과 오디오 가이드로 누구나 어렵지 않게 문화생활을 할 수 있다는 매력이 크게 다가온 전시였습니다. 오디오 가이드와 현장의 도슨트를 이용하면 보다 미스치프의 발상의 계기에 대해 작품의 의도에 대해 들을 수 있어 전시를 보다 재미있게 즐길 수 있으니 꼭 이용하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