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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산 확보 경쟁 속 '규모의 경제' 키우는 DB자산운용

자산운용 업계는 팬데믹 이후 사업 환경에서 생겨난 새로운 위협과 기회를 동시에 마주하고 있다. 공급망 이슈, 높은 인플레이션, 금리 상승, 지정학적 불안정이 지속될 뿐 아니라 자본조달비용도 상승했다. 반면 규모의 경제를 키우며 수익률 제고와 자산 운용 효율화를 꾀하고 있다. 자산운용사의 수익 모델은 AUM(Asset Under Management, 운용자산) 규모에 좌우되기 때문이다. 특히 자산운용사-보험사 자산 이관 움직임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자산운용사는 보험사의 방대한 현금보유고를 활용해 AUM과 수익성을 증대할 수 있고, 보험사는 투자 전문성을 확보해 포트폴리오 관리를 더욱 심화, 정교화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운용자산

 

 운용사의 재무 성적을 좌우하는 AUM

AUM(순자산총액+평가액)은 자산운용사의 업계 순위를 평가하는 주요 지표다. 시장의 영향력을 보여주는 정량평가 기준인 까닭이다. AUM이 작으면 마진압력이 커지면서 그만큼 혁신적 신기술 투자를 늘릴 여력도 줄어든다. 반면 AUM이 커지면 기술 역량 증강, 분산 역량 구축, 규모 확대를 통한 비용 절감, 신상품 확보, 소규모 사업부 분사 등을 촉진하는 동력으로 작용한다.

 

따라서 자산운용사의 재무 성적은 AUM 규모에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특히 AUM은 운용사의 바게닝 파워로 작동한다. 채권을 사들이고 기관 고객을 설득할 때 AUM는 주요 평가항목으로 사용된다. 해외에서는 AUM이 곧 자산운용사의 브랜드나 마찬가지다. 업계에서 AUM을 '규모의 경제'로 부르는 이유이기도 하다. 갈수록 중요해지는 마케팅 역량을 고려하면 자산운용 업계의 자산 확보 경쟁은 더욱 가열될 전망이다.

 

 

 

 

자산 이관

 

 그룹 자산운용을 총괄하는 중심축으로 부상

하지만 ‘규모의 경제’는 자산운용사가 자력으로 어찌할 수 없는 영원한 숙제와 같다. 반면 금융계열사를 둔 자산운용사는 캡티브 물량이 강점으로 꼽힌다. 보험사의 운용자산이 이관될 때마다 수 십조 원의 AUM이 순식간에 늘어난 자산운용사는 눈에 띄게 지위가 달라진다. 금융그룹 내에서 작은 비은행 계열사에 불과하던 자산운용사가 자본시장에서 활약하는 메인 플레이어로 자리매김하는 한편, 그룹의 자산운용을 총괄하는 중심축으로 부상하기도 한다.

 

덩치가 커진 자산운용사는 기관 영업 시장에서 바게닝 파워가 생긴다. 보험사의 자산을 운용한 경험은 다른 보험사를 고객으로 맞이할 수 있는 기반이 된다. 갈수록 커지는 OCIO(Outsourced Chief Investment Office, 외부위탁운용관리) 시장을 고려하면 금융계열사 내 보험사 자산 이관은 그룹 차원의 당연한 결정이라고 할 수 있다.

 

 

 

 

 

 

시너지

 

DB자산운용, 보험 계열사 자산 39조 이관

 

자산운용사-보험사 자산 이관의 시너지 효과는 DB자산운용 사례에서 찾아볼 수 있다. DB자산운용은 DB그룹 보험 계열사의 자산 이관으로 하우스 외형을 키웠다. 2023년 펀드와 투자일임 AUM이 12조7527억원에 불과했지만, 2024년 초 DB손해보험으로부터 유가증권과 채권 등 자산을 넘겨받았고 DB생명보험 자산도 함께 이관했다. 이때 받은 자산 규모만 30조원에 달한다. 4월에는 DB손해보험에서 9조원 규모의 대체자산을 추가로 넘겨받았다. 4월 기준 DB손해보험의 펀드와 AUM은 51조6930억원에 이른다.

 

DB자산운용은 그룹 보험 계열사의 자산 이관으로 LDI(Liability-Driven Investment, 부채연계투자) 사업은 물론 퇴직연금, OCIO(외부위탁운용관리) 등 여러 분야에서 '규모의 경제'를 실현할 기틀을 닦게 됐다. 여기서 LDI는 나중에 지출해야 하는 지불액(부채)를 고려해 금리나 물가 등 부채에 영향을 주는 위험 요인을 헤지함으로써 부채보다 높은 수익을 추구하는 전략을 말한다. 더불어 DB손해보험과 DB생명보험은 수익률 제고와 자산 운용 효율화를 꾀할 수 있게 됐다.

 

 

 

 

전문성 강화

 

키맨으로 자리잡은 보험 계열사 출신 인사들

DB자산운용은 한 걸음 더 나아가 보험 계열사 출신의 능력 있는 운용역들을 잇달아 영입했다. 보험자산 이관에 따라 LDI 사업 체계를 정비하고, 이를 담당할 전문 인력을 수혈한 것이다. DB자산운용의 LDI운용1본부는 DB손해보험에서 넘겨받은 자산 가운데 유가증권과 채권 등 대체자산을 제외한 자산을 운용한다. LDI운용2본부는 DB손해보험에서 받은 대체자산을 다룬다. LDI운용3본부는 DB생명보험에서 이관된 자산 운용을 책임진다.

 

송정국 LDI운용1본부장은 DB손해보험 자산운용1본부장을 맡았고, 홍헌표 LDI운용2본부장은 DB손해보험 인프라운용본부장, DB금융투자 전략기획담당 상무를 거쳐 DB손해보험 자산운용리서치 총괄을 역임한 바 있다. 이상훈 LDI운용3본부장은 DB생명보험에서 자산운용담당을 맡았다. 한편 정경수 DB자산운용 경영대표 역시 본래 DB손해보험 자산운용부문 대표 출신으로 DB자산운용 LDI 부문 대표로 영입됐으며, 최종천 DB자산운용 CFO 겸 경영지원본부장은 DB금융투자 인사팀장, DB그룹 금융사업 기획담당 상무를 거쳐 DB금융투자 준법감시인 상무를 역임했다. DB자산운용사의 키맨으로 자리 잡은 이들의 오랜 역량은 자산운용의 전문성을 강화하는 토대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라인업 구축

 

커진 하우스 외형에 걸맞는 수익성 제고 노력

DB자산운용은 신상품도 출시했다. 결국 자산운용사 본연의 경쟁력은 꾸준한 상품 개발과 소싱에서 나오기 때문이다. 지난 6월 선보인 메자닌 블라인드 사모펀드는 DB자산운용이 펀드 운용의 키를 직접 잡고 운용에 나선다는 점에서 사실상 하우스 출범 후 최초로 시도하는 상품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업계에서는 그동안 메자닌 펀드의 성과가 뒷받침됐기에 가능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블라인드 펀드를 설정하기 위해선 통상 수년간의 성공적인 트랙레코드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DB자산운용이 최근 설정한 'DBLUX일반사모 1호'는 그룹 계열사인 DB금융투자를 판매 채널로 기관 자금 130억원을 끌어 모았다. 폐쇄형과 단위형으로 설정된 이 상품은 상장사 메자닌에 투자하는 블라인드 펀드다. DB자산운용이 메자닌 블라인드 펀드를 선보인 것은 2021년 더뱅크스 펀드 출시 이후 3년여 만이다. DB자산운용은 하우스 외형이 커진 만큼 관련 펀드 라인업을 확대하고, OCIO 펀드와 TDF 라인업을 구축해 퇴직연금 시장 진출을 계획하는 등 수익성 제고에도 노력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