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이라고 해서 꼭 멀리 떠날 필요는 없어요. 가까운 곳에서도 마음의 여유를 찾을 수 있는 곳이 많답니다. 서울과 수도권에 살고 있다면 휴식과 치유의 시간을 갖고 싶을 때 시흥 갯골생태공원을 찾아 보세요. 갈대숲과 코스모스, 버베나꽃과 핑크뮬리가 어우러진 풍경이 무거운 걸음을 가볍게 만들어줘요. 아름드리나무에 걸린 ‘오늘 여기 오길 잘했다’는 펼침막 아래서 늦가을 추억 한 장 ‘찰칵’ 남겨두는 것으로 한 해 동안 애쓴 자신을 토닥여 줄 수 있어요.
# 바닷물이 들고 나며 형성한 갯골 지형
경기도 시흥 일대의 갯골은 골짜기가 아니라, 바닷물이 들고 나며 긴 U자곡 고랑이 만들어져 붙인 이름입니다. 바다가 육지로 둘러싸여 입구가 좁은 내만(內灣) 구조로 우리나라에서 보기 드문 지형이지요.
150만 2,961㎡, 45만 평의 광활한 대지에 2014년 조성된 시흥 갯골생태공원의 갯골수로에는 서해안의 조수간만 차가 크게 나타나고, 갯골과 초지 군락지에는 다양한 생물들이 분포해 자생하고 있어요.
갯골생태공원에는 공원을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는 22m 높이의 흔들전망대, 갯골수로, 사구식물원, 탐방로와 탐조대를 갖춘 갯벌생태학습장, 염생식물 복원지, 억새미로원, 해수(海水)기수(汽水)담수(淡水) 지역을 조성해 자연 체험 학습을 할 수 있는 천이생태학습원, 암석원, 습지홍보관, 염전체험장, 해수체험장, 소금창고, 생태교육장, 섬산가족캠핑장, 상상놀이터, 인포센터 등 다양한 생태 구역과 시설이 마련돼 있어요.
갯골생태공원의 랜드마크인 흔들전망대는 염전체험장을 지나 잔디밭 끝에 있어요. 6층 높이의 목조 원형 전망대로 이곳에 오르는 동안 공원 주변의 시흥갯골이 점차 또렷하게 윤곽을 드러냅니다.
전망대 꼭대기에 설치된 고배율 망원경을 통해 갯골의 생동감 넘치는 생태를 관찰할 수 있어요. 흔들거리는 갈대숲과 물 위를 유영하는 새들이 생생하게 보여요.
갯골 너머에 펼쳐진 습지 지역은 과거 염전이 있던 자리로, 지금은 붉은 칠면초와 퉁퉁마디가 군락을 이뤄 새로운 생태계를 만들어 가는 중이랍니다.
갯골을 가로지르는 부흥교를 건너면 갯골습지센터로 이어지는데요. 습지센터까지 갈대숲길을 걷는 동안 습지에 사는 동식물을 알아갈 수 있어요. 갯골의 생태를 그린 숨은그림찾기 놀이판도 흥미로워요. 버드나무 가지가 늘어진 쉼터에 앉아 숨은그림을 하나씩 찾아내는 재미가 쏠쏠하답니다.
아이들에게는 모래 놀이터가 인기가 많아요. ‘갯골’이라는 테마에 맞춰 배 모양의 놀이 기구들이 아이들을 반기고, 갯골에 살고 있는 방게와 짱뚱어 조형물도 아이들 사진찍기에 좋아요.
# 가을 분위기 물씬, 사구식물원
늦가을 시흥 갯골생태공원은 평화로운 풍경으로 가득해요. 바람이 불 때마다 하얗게 핀 갈대꽃과 소담스런 코스모스 꽃무리가 하늘거립니다. 공원 곳곳에서 꽃피운 가을꽃과 물이 차오른 갯골 위로 무리 지어 날아오르는 새들의 장대한 광경도 볼 수 있어요.
갯골생태공원 중앙에 자리잡은 사구식물원에는 바닷가 모래사장에서 자라는 사구식물을 볼 수 있는데요. 주변으로는 4만 본의 버베나꽃을 심어 놓아 어디를 향해 사진을 찍어도 멋진 풍경화가 된답니다.
갯골생태공원 인포센터 앞에 있는 ‘시간의언덕’은 이곳이 ‘시흥’으로 불린지 100주년이 다가오던 2014년, 이를 기념해 조성했어요. 타임캡슐과 백년나무, 백년시계가 있는데 주변으로 댑사리가 빨갛게 물들어 있어요.
# 멸종위기 야생생물을 만나는 생태 탐방로
시흥갯골은 구불구불한 물길을 따라 내륙 깊숙이 바닷물이 들어왔다 나가는 특이한 사행성(蛇行性) 내만 갯벌을 이뤄요. 이처럼 갯가에 고랑처럼 파인 갯골은 넓게 펼쳐진 갯벌과는 다른 특색을 보입니다.
이곳에는 법정 보호종인 모새달을 비롯해 바닷물을 먹고 크는 칠면초, 나문재, 퉁퉁마디 같은 염생식물이 자생해요. 붉은발농게와 참방게, 붉은발사각게, 맹꽁이, 금개구리, 말뚝망둥어 같은 서식 어류도 함께 살아가죠.
자연환경이 깨끗하고 먹이가 풍부한 갯골 주변에서는 66종의 조류를 관찰할 수 있어요. 멸종 위기 야생생물 1급인 천연기념물 저어새와 멸종 위기 야생생물 2급인 검은머리물떼새, 천연기념물인 노랑부리저어새, 황조롱이, 노랑부리백로와 새홀리기, 팽이갈매기가 포함되어 있으며, 이런 이유로 시흥갯골은 2012년 2월 국가습지 보호구역으로 지정되었답니다.
지난 8월에는 멸종 위기 야생생물 2급으로 해양수산부 해양 보호종으로 분류된 붉은발말똥게가 시흥갯골에서 집단 서식하는 것이 확인됐어요. 또 멸종 위기 야생생물 2급인 흰발농게 서식지가 기존 두 곳에 더해 두 곳이 더 있다는 사실도 확인됐죠.
염전체험장 뒤쪽 갯벌생태학습장의 탐방로와 탐조대에서는 갯골 야생생물들을 좀 더 가까이에서 관찰할 수 있어요.
# 옛 소래염전을 재현한 염전체험장
갯골생태공원 건너편은 행정구역이 다른 인천광역시 남동구인데요. 소래 갯벌은 경기도 시흥시와 인천시 남동구로 갈라져 있지만, 이 넓은 갯벌은 바닷물을 쉽게 끌어들일 수 있어 일찌감치 염전이 발달했어요. 큰 하천이 없어 바닷물 염도도 높고, 조석 간만의 차이가 10.86m로 수분을 증발시킬 시간이 충분하기 때문에 소래갯벌에서는 조선시대에 이미 전통적 자염법(煮鹽法)으로 소금을 생산하기도 했답니다.
소래염전은 일제가 만주까지 점령한 후 엄청난 양의 소금 수요를 충당하기 위해 1935년부터 1937년까지 다시 염전을 조성하며 만들어졌어요. 넓이는 인천광역시 남동구 논현동, 경기도 시흥시 방산동, 포동, 월곶동, 장곡동에 걸쳐 있었죠.
일제는 대만식 천일제염 방식을 도입하고 총독부가 관리하는 전매제로 염전을 운영했어요. 소래염전에서 생산된 소금 대부분은 수인선과 경부선 열차로 부산항에 옮겨진 후, 일본으로 반출되었답니다.
하지만 세월이 흐르며 인건비가 올라가고 소금값이 내려가면서 갈수록 채산성이 악화되었어요. 한중수교 이후 값싼 중국산 소금이 들어오면서 소래염전은 1996년 7월 31일 결국 문을 닫았습니다.
폐염 후 10여 년간 방치되다가 옛 염전과 갯골이라는 자연환경을 적극적으로 활용한다는 취지에서 소래염전 자리에 두 개의 생태공원을 만들었어요. 인천시 남동구의 소래습지생태공원과 경기도 시흥시의 갯골생태공원입니다.
갯골생태공원의 옛 염전부지와 소금창고는 사라져 가는 해안문화의 자취를 간직하고 있습니다. 염전체험장은 과거 이곳에서 소금을 생산하던 옛 염전 일부를 복원해 운영하고 있고, 실제로도 천일염을 생산하고 있죠.
염전체험장에서는 소금의 종류와 생산 과정을 볼 수 있는데요. 네모반듯한 염전은 생산 방식에 따라 토판과 옹패판, 타일판으로 나뉘어져요. 소금을 만들 수 있는 물인 간수를 저장하는 해주와 염전에 물을 대는 수차, 굵은소금이 쌓여 있는 소금창고도 볼 수 있어요.
소금밭에서 맨발로 소금을 밟아보고 놀이를 할 수 있는 소금 놀이터와 해수를 이용한 어린이 물놀이장은 아이들이 좋아하는 체험장이랍니다.
# 시흥 갯골생태공원 방문 팁
시흥 갯골생태공원은 부지가 넓기 때문에 먼저 입구에 세워진 안내판이나 인포센터에 비치된 팸플릿을 참고해 관람 동선을 계획하는 것이 좋아요. 공원에서도 갯골의 생태 환경과 체험장을 이용해 갯골 탐방 코스를 추천하는데요. 2.2㎞의 짧은 코스부터 3.5㎞, 4.2㎞, 9.4㎞ 코스까지 4가지 동선이 있는데요.
공원 내에 전기차가 운행되고 자전거 대여소도 있어서, 적절히 이용하면 한결 편하게 둘러볼 수 있답니다.
| < 시흥 갯골생태공원 > ▶ 주소 : 경기도 시흥시 동서로 287 ▶ 인포센터 운영시간 : 09:00~18:00 ▶ 문의 : 031-488-6900 1. 해수체험장 : 해수를 이용한 물놀이 시설로 7~8월 여름에 개장 10 : 00 ~ 17 : 00 (월, 금 휴무), 참가비 4,000원 2. 염전체험장 : 소금이 생산되는 과정을 배우고 체험 가능 (월요일 휴무), 참가비 4,000원 3. 탐조대 관찰 : 갯골에 살고 있는 다양한 새들을 관찰할 수 있어요. 무료. 4. 수상 자전거 체험 : 물 위를 달리는 수상 자전거 체험 가능 (미성년자는 보호자 동반 필수), 30분 10,000원 |
시흥 갯골생태공원은 국내 유일의 내만 갯벌과 옛 염전의 정취를 느낄 수 있는 생태 공원입니다. 시흥 지역 자연과 생물을 관찰하고 다양한 염전 체험을 할 수 있으며, 늦가을부터 초겨울까지 더 추워지기 전 분위기가 물씬한 시흥 갯골생태공원으로 가족 나들이를 겸한 생태 역사 문화 여행을 다녀오시는 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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