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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렉터 리 슐만의 컬러 슬라이드 필름 컬렉션! <어노니머스 프로젝트 : 우리가 멈춰섰던 순간들>

찬란한 햇살과 시원한 바람, 나들이를 하기에 더할 나위 없이 좋은 계절이 시작되었습니다. 평소와 다른 특별한 하루를 보내고 싶다면 문화생활을 추가해 보시는 게 어떨까요?

 

전시뿐 아니라 건축물 자체만으로도 힐링이 되는 것으로 입소문이 자자한 그라운드시소 뮤지엄 서촌점에서는 지금 마음이 따뜻해지는 사진전이 진행 중입니다. 어노니머스 프로젝트는 누군가가 찍어둔 과거의 순간들을 수집한 거대 사진전이 있어요.

 

4월 종료 예정이었지만 식지 않는 인기로 6월까지 전시가 연장되었다는 소식에 서둘러 다녀왔답니다. 그렇다면 어노니머스 프로젝트, 함께 보실까요?

 

# 어노니머스프로젝트 서촌 그라운드 시소 전시 “우리가 멈춰섰던 순간들”

• 기간 : 22.11.25(금) - 23.06.06(화)

• 위치 : 그라운드시소 서촌

• 운영 : AM10:00 – PM 07:00(입장 및 매표 마감 18:00)

• 티켓 : 성인/아동 청소년 / 영유아 공통, 1인 15,000원

 

중정이 정말 멋진 그라운드 시소 서촌은 국내외 누적 관람객 약 350만 명 이상을 기록한 문화 예술 복합 문화 공간입니다. 요시고 사진전과 레드룸에 이어 이번에는 어노니머스 프로젝트 사진전이 한창이지요. 어노니머스 사진전의 경우, 작년 11월부터 올해 4월까지 전시 후 종료될 예정이었으나, 웨이팅과 인기에 힘입어 올해 6월까지 그 기간이 연장되었다고 합니다.

 

어노니머스 프로젝트는 한 작가의 사진전이 아닌 여러 사람이 찍은 사진들의 컬렉션으로 지난해 그라운드 시소 성수의 ‘우연히 웨스 앤더슨’ 전시와 유사한 형태를 띠고 있는 전시입니다. 이번 ‘어노니머스 프로젝트’ 역시 디렉터 리 슐만이 수집한 80만 장의 컬러 필름 슬라이드 컬렉션으로 어떻게 보면 가장 아마추어들의 사진전이라고도 볼 수 있지만 그래서 더욱 유쾌하고 자연스러운 각자의 일상을 엿볼 수 있는 재미있는 사진전이었습니다.

 

이 프로젝트는 1940년대부터 1980년대까지 주로 미국과 영국에서 이름 모를 이들이 각자의 필름 속에 담은 일상 사진들로 구성되어 있으며. 각자의 가족과 친구, 연인과의 친밀한 사람들과 촬영된 사진이다 보니 이들의 소중한 순간과 애정이 고스란히 사진 위에 드러나는 걸 느낄 수 있었습니다.

 

전시는 2층부터 4층까지 총 3개의 섹션으로 진행되고, 역방향 관람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서둘러 올라가기보다는 한층 한 층 여유를 갖고 관람하면 좋을 것 같습니다.

 

# Theme1. A Story begins

첫 번째 공간은 일상에서 크고 작은 순간들, 삶의 활력소이자 호기심 넘치는 일상들을 주제로 엮었습니다. ‘어노니머스 프로젝트’가 시작된 이야기,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하는 순간을 사진에 담으려 카메라를 들고 셔터를 누르기 시작한 사람들, 그리고 새로운 세상에 등장한 한 생명의 호기심 넘치는 일상까지. 누군가 찍은 한 장의 사진이 우리 개개인의 아름다운 순간을 돌아보게 하는 시간이 시작됩니다.

 

# Behind the Lens

1935년, 전 세계에서 가장 사랑받은 컬러 필름 코다 크롬이 등장했습니다. 디렉터 리 슐만은 2017년 과거의 코다 필름이 담긴 빈티지 상자를 구입하고 처음 불빛에 비춰봤던 순간, 작은 프레임을 통해 들여다본 과거의 순간들은 너무나 소중해 보였다고 합니다. 그가 주목한 것은 누가, 언제, 어디서 그 사진을 찍었는지에 대한 것이 아니었어요. 그 순간 셔터를 누르게 한 그 순간과 동기, 의미를 상상해 보는 것이었죠.

 

그렇게 하나하나 모인 그의 컬렉션으로 어노니머스 프로젝트는 시작됩니다.

 

 

 

# When We Were Young

우리 모두의 마음 한 켠에 간직되고 있는 어린 시절, 어렴풋이 떠오르는 순간들이 있나요? 태어난 날을 축하하며 매일이 생일이길 바라고, 아무 걱정 없이 즐겁기만 하던 어린 날의 기억들을 담아둔 구간입니다. 아주 어린 시절부터 노부부가 되어 남긴 기념의 순간들, 이 공간에서의 사진들은 어린 날 순수했던 기억과 향수는 물론 이후의 삶에 대해서도 상상하게 합니다.

 

나이도 국가도 다르지만 어디선가 떠오르는 향수, 왜인지 모를 친밀감이 느껴졌다면 오늘, 이 전시를 제대로 감상할 준비가 된 것 같습니다.

 

전시는 3층, 두 번째 공간으로 올라가며 본격적으로 그의 컬렉션이 시작됩니다.

 

# Theme2. Before the Instagram Era

제2차 세계대전 이후 1950년대 미국 경제는 역사상 가장 풍요로웠던 시절이었다고 합니다. 엘비스 프레슬리와 마릴린 먼로가 인기를 끌던 바로 그 시절입니다. 이때 중산층 사이에서 인스타마틱 등의 카메라와 컬러 필름이 유행하면서 당시의 라이프스타일을 담는 것이 유행하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먹고 마시는 일상, 휴가를 떠난 장소, 기념일 등을 사진에 담고 이를 주변 사람들과 공유하기도 했다고 하는데, 마치 우리가 요즘 인스타그램에 포스팅하는 것을 떠오르게 하지 않나요?

 

두 번째 섹션은 우리의 일상, 즐거움을 주제로 컬렉션을 나눴습니다.

 

# Waterful Weekends

여름, 휴가 그리고 물놀이는 특정 지역이나 시대와 관계없이 모두를 즐겁게 하는 마법의 단어죠. 해변에 누워 탁 트인 바다를 바라보거나, 튜브 위에 올라 수영장을 떠도는 등 낭만적인 기억의 조각을 만들어 내곤 합니다. 지난 여행을 떠올릴 수도 있고, 세우고 있는 여름 물놀이 계획을 생각할 수도 있을 것 같아요. 제게는 개인적으로 곧 다가올 여름의 순간들을 미리보기 하는 기분을 느끼게 하는 공간이었습니다.

 

# My Best Friend

지켜보기만 해도 미소가 지어지는 존재, 말은 통하지 않아도 마음속 비밀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사랑스러운 우리의 소중한 친구들은 반세기 전에도 지금도 반려동물이 아닐까요? 푸들이나 비글, 콜리는 그 시절에도 인기가 많은 반려동물 친구이었다고 합니다. 그뿐만 아니라 고양이, 앵무새, 토끼와 금붕어도 소중한 가족의 일원이었는데, 반려견에게 옷을 입히는 것이 유행하기 시작한 것도 이즈음이라고 합니다.

 

이 공간에서는 작고 소중한 친구들과 어려서부터 나이가 들어서까지 함께 하는 익숙하고도 행복한 순간의 필름들을 만나볼 수 있습니다.

 

# Me and My Mother

나의 첫 차에 대한 기억은 늘 특별하죠. 비단 성인이 되고 나서 뽑은 퍼스트 카 뿐 아니라 마당에서 처음으로 몰아보는 꼬마 자동차까지도 첫 차가 아닐까요? 성공적인 첫 데이트를 위해 밟아보는 액셀, 취향에 맞춘 빈티지 자동차를 타고 떠나는 로드 트립까지 설레는 순간들을 떠올려 보세요.

 

지금 우리는 지금 첫 차를 타고 어디를 향해 달려가고 있나요?

 

# The Jolly Moments

리듬에 몸을 맡기고 이 순간을 즐기는 사람들 앞에서 셔터는 멈출 줄 모릅니다. 요즘은 레스토랑이나 카페, 바에서 주로 사람들을 만나고 있지만 그 당시에는 파티야말로 활발한 ‘사교의 장’이었다고 하지요. 맛있는 음식과 적당한 취기, 신나는 음악에 맞춘 유쾌한 저녁 시간까지 사람들은 홈 파티에 진심이었습니다. 행복한 순간의 형태가 무엇이든 소중한 사람들과 행복한 순간을 나누고 싶어 하는 마음은 그 때도 지금도 같은 것 같지 않나요?

 

# Theme3. The Moments We Paused

가족과 친구, 애완동물, 자동차와 함께 포즈를 취한 사람들. 흥에 취해 있거나 잠에 빠진 사람들, 이곳 저곳에서 만나는 가장 솔직한 장면들은 “무엇이 집을 집다운 것으로 만드는가?”라는 질문에 대한 해답을 “그 안에 살고 있는 사람들” 이라고 말합니다.

 

필름을 통해 빛과 함께 되살아난 이들이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한 소중한 장면들을 마주하며, 우리 모두의 우주가 시공간을 넘어 따뜻하게 연결되어 있다는 것을 느끼게 한다고 리 슐만 감독은 이야기합니다. 바로 우리를 멈춰 서게 했던 그 모든 순간들 속에서요!

 

리 슐만은 사진을 찍는 방식은 달라져도 그것을 촬영하는 사람들의 마음은 다르지 않다고 이야기합니다. 우리가 오늘 찍은 사진들 역시 시간이 지나면 이름 모를 누군가의 사진 한 장으로 돌아가겠지만, 분명한 것은 행복한 기억을 담은 오늘의 기록은 먼 훗날 또 다른 누군가를 사랑에 빠지게 할지도 몰라요.

 

리 슐만 감독의 수많은 컬렉션 사진을 보면서 지루할 틈 없이 시간이 지나갔어요. 마지막 4층의 사진들을 다 보고 나면 야외 공간으로 나와 중정을 내려다볼 수 있게 되어 있답니다. 전시의 내용뿐 아니라 공간적인 미학도 아름다운 그라운드시소 서촌에서 관람의 끝에 소중한 추억을 남겨보는 것도 좋을 것 같아요.

 

중정은 1층에서 보았을 때도 아름답지만 계단을 따라 올라가면서 건물 속에서 내다보는 것 역시 푸르름이 아름다웠고, 루프탑에서 내려다보는 중정은 도심을 벗어난 기분을 느끼게 합니다.

마지막의 인화된 사진들을 지나면 전시가 완전히 끝이 납니다. 출구를 통해 계단 1층으로 내려가게 되면 전시회 굿즈인 엽서와 핸드폰케이스, 포스터와 작은 프레임 안의 사진들을 구매할 수 있는 공간이 나옵니다. 매 전시에서 굿즈에는 크게 관심을 두지 않는 편이지만, 유독 사진전의 엽서들은 그냥 지나칠 수가 없더라구요.

 

오늘도 시선이 갔던 사진 중 몇 장을 담은 엽서를 구매하였습니다. 어노니머스 프로젝트, 오늘의 포스팅을 통해 조금 더 많은 사진을 보고 싶어지셨다면, 전시는 6월 6일까지 그라운드시소 서촌에서 진행되고 있으니 즐거운 문화생활을 보내셨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