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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험사기 꼼짝마! 이제 빅데이터로 잡는다, DB손해보험

 

2016년부터 보험사기방지특별법이 제정돼 시행 중이지만 보험사기는 날로 교묘해지고 그 금액도 커지고 있다. 이로 인한 다른 보험가입자의 보험료 할증 피해도 늘고 있는 실정이다. 최근 업계 최초로 빅데이터를 활용한 보험사기 분석시스템을 오픈한 DB손해보험을 찾아 빈발하는 보험사기 실태와 보험사기를 근절하고 선량한 보험가입자를 보호하기 위한 효율적인 시스템 운영 노력에 대해 알아봤다.

 

조직화·지능화 하는 보험사기 실태

▲2015년 경남 거제시에서 일어난 람보르기니 추돌 사고 현장 (출처 : 뉴시스)

 

2015년 3월 14일 경남 거제시에서 SM7 차량이 람보르기니 가야르도 차량을 추돌한 사고가 일어났다. 이 사고로 SM7은 보닛이 파손됐고 람보르기니는 엔진이 탑재된 뒷부분이 망가졌다. 신차 가격이 4억원에 육박하는 최고급 슈퍼카 람보르기니의 수리비가 1억4,000만원에 이르고, 조선소 협력업체 용접공인 SM7 운전자가 연봉의 세 배를 수리비로 물어야 한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동정 여론까지 일었다.

 

하지만 단순 교통사고로 보였던 이 사고는 SM7 차주 보험사인 DB손해보험의 보험사기 전담 조사팀의 조사 결과, 3월 18일 보험사기라는 결론이 나오면서 반전됐다. 사람이 많은 시내에서 신호 대기 중인 고가의 외제차를 추돌한 점, 추돌하면서 브레이크를 밟지 않은 점 등이 조사관의 의심을 샀다. DB손해보험로부터 관련 자료를 넘겨받은 경남 거제경찰서는 3월 24일 사기 미수 혐의로 수사에 들어갔다.

 

▲보험사기 적발통계 (출처 : 굼융감독원)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이 같은 보험사기는 2020년 적발 금액만 8,986억원, 적발 인원은 9만8826명에 이르는 것으로 집계됐다. 그러나 이는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 손해보험 업계에서는 빅4 손해보험사가 1년에 지급하는 10조원이 넘는 보험금 중 10%는 보험사기일 것으로 추정한다. 적발 금액과 비교해 보면 현재 보험사기 적발률은 3% 내외에 머무르고 있는 것이다.

 

▲보험사기 방지센터의 신고대상 (출처: 금융감독원)

 

최근 보험사기는 자동차보험 가·피공모 고의사고, 보험 거래처와의 공모 관계, 실손보험 악용 등 조직화, 지능화하는 추세다. 금융감독원이 공개한 주요 보험사기 사례를 살펴보면, 비만치료제 등 실손보험 비보상 품목을 보험 청구를 할 수 있는 감기 치료 등으로 위장해 허위 진료비 영수증을 발급한 병원도 적발됐다. 상당수 환자가 병원 내원이나 치료 사실이 없는데도 허위 진단서와 진료비 영수증을 발급받아 보험금을 청구했다. 환자, 브로커, 의료인 등 200여명이 약 5억원 보험금을 편취한 것으로 드러났다.

 

일가족이 허위로 음식물 배상책임 보험금을 청구하기도 했다. 이들은 전국을 돌아다니며 음식점에서 식사 하거나 할인마트 등에서 음식을 사 먹은 후 배탈, 설사 등 식중독에 걸려 치료를 받았다거나 음식에서 이물질이 나와 치아가 손상됐다고 허위 주장을 했다. 이 과정에서 음식점과 식품제조사를 상대로 협박하면서 치료비와 정신적 피해보상 명목으로 보험금 6,700만원을 편취했다.

 

보험사기 네트워크 분석시스템 'DB T-시스템'

 

이같이 자작극이나 누군가의 생명을 담보로 보험금을 뜯어내는 보험사기는 그 과정을 밝혀내기가 쉽지 않다. 보험사에서는 자체적으로 ‘보험사기 전담 조사팀’을 꾸려 운영한다. 바로 SIU(Special Investigation Unit)다. 사건을 면밀히 조사해 수사 당국의 수사까지 이끌어내는 것이 SIU의 업무다.

 

DB손해보험 SIU지원파트 김춘환 파트장은 “대부분 전직 경찰 출신인 SIU 직원들이 실제 사례를 조사한 후 보험사기 혐의가 포착되면 수사기관에 자료를 넘깁니다. 하지만 통상 보험사기는 보험금을 자주 타가는 사람을 조사하거나 보험사기 정황을 포착한 제3자의 제보로 적발되기 때문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습니다.”라고 말했다.

 

DB손해보험은 보험사기를 막기 위해 2011년부터 보험사기 탐지 시스템(IFDS, Insurance Fraud Detection System)을 구축해 활용해 왔다. 가장 먼저 가입자의 기본 인적 사항을 입력해 보험 가입 현황, 질병 이력, 보험금 지급 액수를 살펴본다. 여러 보험 상품에 동시다발적으로 가입돼 있거나 상해 등 보험금을 받은 이력이 많은 경우 위험 경고가 뜬다. 보통 이 위험지수가 70% 이상이면 ‘위험 인물’로 분류된다.

 

 

기존 IFDS의 분석기법은 최종 혐의자, 행위와 의심패턴, 채널별 이상행위 등 ‘개체 속성’ 중심의 ‘개별 분석’ 위주였다. 최근에는 빅데이터 기술이 발전해 채널 간 상관 이상행위, 조직적 범죄 공모 등 ‘관계 데이터’ 중심의 ‘네트워크 분석’이 시도되고 있다.

 

DB손해보험 보험기획파트 신배식 부장은 “DB손해보험 자동차보험에서만 한 달에 보험 청구가 17만건 일어나는데, 기존 개별 분석만으로는 보험사기 정황을 밝혀내는 데에 어려움이 있습니다.”라며, “DB손해보험이 새로 선보인 보험사기 네트워크 분석시스템 'DB T-시스템(DB Total Analysis System)'은 '사회적 관계 분석(SNA)' 기법을 적용해 그 동안 파악할 수 없었던 보험사기 행각을 밝혀냅니다.”라고 설명했다.

 

DB T-시스템은 빅데이터로 가해자와 피해자, 보험거래처, 관련 기관의 연관 관계를 분석한다. 2017년부터 모은 데이터를 활용하고 최근 3년간 빅데이터를 분석하기 때문에 여간 해서는 수사망을 빠져나갈 수 없다.

 

▲보험사기 네트워크 분석시스템 'DB T-시스템' 실행화면

 

DB T-시스템에서는 가해자와 피해자의 최근 2년 사고 이력을 관계도로 보여준다. 사기범 A씨가 2020년 1월 B씨와 교통사고 피해자와 가해자로 만났는데 6개월 후 차량에 동승하고 있었고, 1년 후에는 다중추돌사고 현장에서 각자 차를 몰고 가다 함께 사고를 당한 사실을 보여주는 식이다.

 

그동안 보험사기를 부추겨 왔던 복잡한 사고 처리 과정도 DB T-시스템에서는 손쉽게 추적할 수 있다. 자동차보험의 경우 개별 보험금 지급 건만 보면 정비업체와 부품사, 사고 차량을 운반하는 레커 등의 관계를 파악하기가 쉽지 않다. DB T-시스템이 대전 모 정비공장의 관계도를 검색한 결과 신탄진에 있는 부품사, 모 렌터카 업체 등과의 연관성이 높게 나타났다.

 

김춘환 파트장은 “부품은 가까운 곳에서 가져오는 것이 일반적인데 의심스러운 관계가 포착됐습니다. 안성 모 정비공장에는 충남 모 레커 업체의 실적이 월등히 많은 점이 의심 사례로 지적됐습니다.”라고 설명했다. 이 같은 의심 사례는 각 지역 SIU에 전달돼 집중조사 대상이 된다.

 

▲DB손해보험 보상기획파트 신배식 부장과 SIU지원파트 김춘환 파트장

 

보험사기를 근절하려면 보험사가 가진 빅데이터를 정제, 분석하고 머신러닝 시스템을 구축할 필요가 있다. DB손해보험은 2007년부터 사회적 관계 분석시스템 도입을 고민했지만 '우리 회사 데이터만 가지고 되겠느냐'는 반대 의견에 매번 발목이 잡혔다.

 

신배식 부장은 "고객이 1000만명을 넘어서며 충분한 데이터를 확보했다는 확신이 들었고, 김정남 부회장께서 디지털 전환에 힘을 실어 과감하게 투자한 덕분에 DB T-시스템을 개발할 수 있었습니다."라고 귀띔했다.

 

DB손해보험은 분석시스템 전문업체인 큐핏, SAS 코리아와 협업해 11개월만인 2022년 1월, 업계 최초로 빅데이터를 활용한 보험사기 분석시스템 개발에 성공했다. 빅데이터 시스템은 1000만 고객과 전국 의료기관, 정비업체, 보험거래처, 사고 이력과 보험금 청구 데이터 수천만 건을 학습했다. 결과는 흥미로웠다. 이들 사이의 관계가 지도처럼 한눈에 펼쳐지자 의심스러운 정황이 포착됐다. 파일럿으로 운영한 3개월 동안 대구에서만 50여명이 적발되기도 했다.

 

DB T-시스템 덕분에 보험사기를 처리하는 속도는 과거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빨라졌다. 신 부장은 "보험사기 혐의가 포착되면 수사 기관에 수사를 의뢰하기 위해 근거를 정리해야 합니다. 예전에는 직원이 손으로 일람표를 작성하느라 일주일이 꼬박 걸렸는데, DB T-시스템을 활용하면 이 데이터를 엑셀파일로 바로 내려받아 제출할 수 있습니다."라고 설명했다.

 

DB손해보험의 보험가입자 보호 노력

 

우리나라의 경우 보험사기가 적발되더라도 형량이 낮고 선처되다 보니 보험사기가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 보험사기는 연간 수조 원에 달하는 실손보험과 자동차보험 적자의 주범이다. 극히 일부 가입자가 보험금을 과다 청구해 독식하면서 다른 선량한 가입자들이 보험료 인상 폭탄을 맞고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보험사기로 인해 보험가입자가 1인당 7만원, 1가구당 20만원을 추가 부담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신배식 부장은 “보험사기를 줄이면 일반 보험가입자들의 보험료를 줄일 수 있습니다. 손해율이 낮아져 보험료가 줄고 보험 영업이 투명해지면, 보험 영업도 잘 되고 모집인에게도 좋은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DB손해보험이 보험사기 근절에 힘 쏟는 이유입니다.”라고 강조했다.

 

김춘환 파트장은 “매년 장기 보상이 15%씩 늘고 있는데 그렇다고 조사팀 인력을 무한정 늘릴 수는 없습니다. DB T-시스템 덕분에 제한된 인적 자원 안에서 업무 효율을 높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합니다.”라고 덧붙였다.

 

SIU에서는 현장에 이상이 있어야 제보가 들어오는데, 이제는 DB T-시스템을 활용해 제보가 없더라도 무작위 조사를 손쉽게 할 수 있고, 만약 제보된 사항이라면 조사 범위를 확대해 추가 분석을 할 수 있게 됐다.

 

 

자동차보험과 실손보험 적자가 눈덩이처럼 불어나면서 금융당국과 보험업계는 보험사기를 근절할 방안을 고심하고 있다. ‘DB T-시스템'은 금융감독원과 보험업계에서도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신배식 부장은 “DB T-시스템을 잘 활용해 적용하다 보면 보완점이 보일 것입니다. 통상적으로 보험사기 조직은 여러 보험사 상품에 가입한 뒤 범죄 행각을 벌입니다. 현재 DB T- 시스템은 DB손해보험 가입자 데이터만 볼 수 있지만, 의심 사례로 집계된 의료기관이나 정비업체, 보험거래처 등의 정보를 공유하고 시스템을 고도화하면 다른 회사의 보험사기 적발률도 올릴 수 있을 것입니다.”라고 기대했다.

 

빅데이터와 머신러닝을 적용한 새로운 DB손해보험의 보험사기 분석시스템이 '보험사기는 반드시 잡힌다'는 인식을 사회 전반에 확산시키고 보험가입자와 관련자, 연관 기관의 경각심을 일깨우는 계기가 되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