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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대 직장인의 유럽 여행 이야기

독일 하이델베르크&뤼데스하임, 체코 체스키 크룸로프
유럽 여행은 많은 이들의 버킷리스트에 자주 오르는 단골 항목이다. 나 역시 시간이 지날수록 유럽 여행에 대한 갈망이 커져만 갔다. 취업 준비 등 현실을 좇기 바빴던 20대에는 꿈조차 꾸지 못했던 유럽 여행. 정신없이 일에 매달리면서도 늘 가슴 속에 품고 있었던 나의 버킷리스트, 더 늦기 전에 이뤄보고 싶었다. 여행이 삶을 더 풍요롭게 하는 거라면 더 이상 미루기에는 시간이 아쉬웠다. 결국 나는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 독일 하이델베르크&뤼데스하임

프랑크푸르트는 독일의 대표적인 도시다. 유럽에서도 손꼽히는 교통의 요지로, 세계적인 모터쇼를 비롯한 각종 대형 행사가 이곳에서 개최된다. 우리 동부메탈의 유럽지사도 이곳에 있다. 이곳에 도착하기 전에 유럽지사장인 과장님께 연락을 드렸다. 마침 휴일인지라 과장님께서 시간을 내주셨다. 덕분에 프랑크프루트 외곽에 자리한 도시 ‘하이델베르크’와 ‘뤼데스하임’을 VVIP 코스로 다녀올 수 있었다.

▲ 시내에서 올려다본 하이델베르크 전경을 배경으로

독일은 일정 자격을 취득하면 대학 학비가 국비로 지원된다. 독일의 많은 도시 가운데 하이델베르크는 대학(大學)의 도시로 유명하다. 시내 전체가 하나의 커다란 캠퍼스 같다. 하이델베르크는 독일에서 최초로 대학이 생긴 곳이다. 수많은 문인과 화가, 작곡가들이 활약했던 곳이기도 하다.

▲ 잘 보존된 성채                                                                                                                           ▲ 전쟁의 상흔

고성(古城) 하이델베르크 성은 도시를 대표하는 관광지다. 1225년에 지어진 이성은 높은 산허리에 자리잡고 있다. 오랜 세월을 통해 30년 전쟁 등 다양한 사건을 겪으며 성채 일부가 무너졌는데, 그 모습 그대로 간직하고 있었다. 성에는 옛 왕과 귀족을 위해 만들던 포도주 제조용 술통이 있다. 세계에서 가장 큰 술통으로 크기가 높이 7m, 폭 8.5m에 달한다. ‘술통에 빠져 죽는다’는 말의 기원이 아마도 여기서 나온 것이 아닐까 싶다.




하이델베르크 성에서 내려와 시내에 들렀다. 독일에 왔다면 반드시 먹어야 할 메뉴인 시원한 맥주와 독일식 돈가스 슈니첼, 소시지 등으로 점심을 해결했다. 마침 시내에서는 화이트 아스파라거스 축제 중이었다. 껍질을 얇게 벗겨낸 하얀색 아스파라거스의 건강한 맛(?)을 다양한 도수의 맥주와 함께 즐겼다.

◀ 어마어마한 크기의 술통



▲ 하이델베르크 대학 인근 거리

▲ 도수별 맥주 모둠 세트                                                                                                ▲ 맥주와 함께 즐긴 슈니첼과 화이트 아스파라거스


차로 약 1시간 20분을 달려 뤼데스하임에 도착했다. 뤼데스하임은 프랑크푸르트에서 60㎞쯤 떨어져 있다. 아직 관광객들에게 널리 알려지지 않은 지역이다. 작고 예쁜 골목길, 화물선과 유람선이 오가는 라인 강, 가파른 언덕에 펼쳐진 포도밭 풍경 등은 그 자체가 풍경화 같다. 라인 강과 아우토반을 양쪽으로 끼고 달리는 중에 포도밭이 펼쳐졌다. 포도밭은 그 끝이 어디인지 확인할 수 없을 만큼 광활했다.

▲ 케이블카에서 본 라인 강 포도밭

어느 작은 마을의 주차장에 차를 세웠다. 아름다운 골목길을 5분 정도 걸으니 니더발트 언덕 정상으로 가는 케이블카가 나타났다. 시간이 많다면 걸어가도 좋지만 시원한 풍경을 감상하기엔 케이블카가 적격이다. 언덕 정상에 오르면 라인 강을 따라 포도밭과 뤼데스하임의 전경이 펼쳐진다. 평생 기억하고 싶은, 평화로움 그 자체였다.

▲ 뤼데스하임 시내 풍경

니더발트 언덕 정상에 오르면 청동으로 만들어진 게르마니아 여신상이 나타난다. 게르마니아 여신상은 1871년의 독일 통일을 기념하기 위해 세워진 것으로 높이 36m의 위용을 자랑한다. 높은 곳에 있는 문화재나 작품을 보면 ‘저거 하나 만들려면 여럿 고생했겠다’ 하는 생각이 절로 든다. 높은 언덕에 거대한 돌과 청동으로 작품을 설치한 것이 정말 대단해 보였다. 여신상의 웅장함, 라인 강의 평화로움, 포도밭에서 불어오는 바람내음… 화이트 와인 한 잔에 프랑크푸르트의 추억을 담고 내려왔다.

▲ 36m 높이 게르마니아 여신상                                                                                           ▲ 뤼데스하임 특산품 화이트 와인


#. 체코 체스키 크룸로프

체스키 크룸로프는 체코 남부의 작은 도시다. 프라하만큼 유명한 도시는 아니지만 그 어느 곳에도 밀리지 않을 만큼 멋진 풍경을 자랑한다. 도시 전체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록된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체코 수도 프라하에서 당일치기로도 다녀올 수 있다)

▲ 말발굽을 닮은 체스키 크룸로프

체스키는 ‘체코’를 의미하며, 크롬로프는 체코어로 ‘말발굽’을 뜻한다. 마을을 가로 지르는 블타바 강의 모습이 말발굽과 비슷한 데서 붙여진 이름이라고 한다. 붉은 지붕과 구부러진 돌길이 있는 이 마을은 그림 형제의 동화 속에서 막 튀어나온 것 같은 모습을 하고 있다. 

프라하에서 체스키 크룸로프까지 이동하려면 버스를 이용하는 것이 가장 좋다. 원래 계획대로라면 프라하에서 아침 일찍 출발해 체스키 크룸로프엔 점심 무렵에 도착해야 했다. 하지만 프라하의 분위기에 취해 한 잔(?)을 거하게 하는 바람에 늦잠을 자고 말았다. 게다가 버스에서 졸다가 엉뚱한 정류장에 내린 탓에 어둑해져서야 체스키 크룸로프에 도착했다.

▲ 체스키 크룸로프 성을 배경으로 한 야경들

그런데 이것이 오히려 전화위복이었다. 여행을 준비할 때는 몰랐던 황홀한 야경을 마주하게 된 것이다. 어둠이 깔리고 블타바 강과 체스키 크룸로프 성의 실루엣이 드러나자 동화 속에 들어온 듯 묘한 기분이 들었다. 아름다운 조명 아래 반짝이던 고즈넉한 골목길, 그리고 그곳에 울리던 내 발자국 소리와 감탄소리가 여전히 귓가에 맴돈다. 체스키 크룸로프는 아주 작은 마을이다. 발걸음이 이끄는 대로, 천천히 음미하며 여행할수록 마을의 진짜 매력을 알 수 있다.

▲ 체스키 크룸로프 마을의 이른 아침 풍경

여행은 끝났고, 나는 원래의 자리로 돌아왔다. 마치 여행을 다녀오지 않은 것처럼 금세 현실에 익숙해졌다. 이렇게 바쁜 일상이 있었기에 그 시간이 더 행복했고 달콤했으리라 생각한다. 다음에 찾아올 달콤함을 위해, 다시 열심히 달릴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