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구 절벽 시대, 도시가 새로운 전환점을 마주하고 있어요. 사람들이 정주하던 '고정된 도시'에서 다양한 사람들이 어우러지는 '유연한 도시'로 지역의 모습이 바뀌고 있는 것이죠. 다양한 구성원이 만들어내는 연결성과 유동성이 앞으로 도시의 핵심 경쟁력으로 떠오를 전망입니다. 수도권과 비수도권, 혹은 대도시와 중소도시의 오래된 이분법을 넘어 각 지역 사이의 인구가 물처럼 흘러 다니는 새로운 도시의 패러다임이 도래하고 있어요.
# 정주도시에서 유연한 생활도시로, ‘리퀴드폴리탄’
흔히 서울이 점점 비대해지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사실 서울 인구는 해마다 감소 추세에 있어요. '천만 도시'로 불리던 서울 인구는 2016년을 기점으로 1,000만 명 아래도 떨어진 이후 꾸준히 줄어 2023년에는 938만 명을 간신히 위 돌았답니다. 한 해 동안 서울에서 유출되는 인구는 8만 명이 넘는데, 전국 17개 시도 가운데 최대치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서울의 인구가 소멸할 것이라고 염려하는 사람은 거의 없죠. 매일 생활인구가 유입되기 때문입니다. 서울에 살지 않는 300만에서 400만 명의 사람들이 서울에서 생산 활동에 참여하고 또 소비 활동을 벌이고 있어요.
이런 상황은 그동안 가지고 있던 지역과 인구 개념을 다시 생각하게 만들어요. 위기에 처한 지방 소멸 문제를 이겨내고 나아가 나라 전체의 균형 발전을 위해서는 이제 새로운 관점이 필요합니다.
서울대학교 소비트렌드분석센터에서는 그 지역이 가지고 있는 독특한 문화적 자본을 바탕으로 사람들의 발걸음을 모으고 다양한 사람들의 시너지가 흘러 넘치는 도시의 유연한 변화를 ‘리퀴드폴리탄(liquidpolitan)’이라고 정의했어요. 리퀴드(liquid)는 '액체'이고 폴리탄(politan)은 '도시'를 가리키는데요. 현대의 도시와 지역이 액체처럼 유연하게 서로 연결되며 다양한 변화를 겪는 가변체라는 점을 강조한 개념입니다.
사람들의 이동성이 높아지면서 특정한 지역에 늘 거주하는 정주인구 외에 새롭게 등장한 인구 개념도 있어요. 특정 지역에서 1박 이상 머무는 체류 인구, 지역과 관계를 지닌 외부인을 뜻하는 관계 인구가 그것입니다. 관계인구는 도시에서 거주하다가 귀향한 U턴, 도시 출신이 지방으로 이주하는 I턴, 지방 출신의 도시 거주자가 본인의 출신지가 아닌 기타 지역으로 이주하는 J턴을 아우르는 개념입니다. 여기에 최근 인기를 얻고 있는 '고향사랑 기부제'에 참여하는 기부자들도 관계 인구로 볼 수 있어요.
하지만 가장 주목받는 개념은 생활인구인데요. 생활인구는 정주인구에 더해 통근자, 통학자, 관광객 등 그 지역에 일정 시간 체류하는 사람까지 지역 인구로 보는 새로운 개념이죠. 출근한 회사원, 치료를 받기 위해 병원에 입원한 환자, 여행을 온 외국인 등도 생활인구에 포함됩니다.
생활인구는 도시 개념의 변화를 암시해요. 도시가 고체처럼 단단하지 고정돼 있지 않고 액체처럼 유연하게 흐르고 있다는 것이죠. 서울처럼 정주인구는 감소하더라도 생활인구가 증가하면, 시간이 갈수록 더욱 활기찬 도시로 성장할 에너지를 얻을 수 있어요.
서울 안에서도 그동안 소외된 지역으로 불렸던 성수동은 갑자기 젊은 사람들이 몰리면서 가장 '힙한' 지역이 됐고, 반대로 과거 청춘의 거리라고 불렸던 서울 도심 지역은 눈에 띄게 쇠락하고 있습니다.
정주인구에 기반한 도시를 정주도시라고 한다면, 생활인구에 기반한 도시를 리퀴드폴리탄이라고 볼 수 있어요. 정주도시가 규격화되고 결과를 중요하게 여기는 도시계획의 결과물이라면, 리퀴드폴리탄은 다양화되고 다핵화 하는 과정을 중요하게 생각해요.
리퀴드폴리탄은 공공과 지방자치단체가 ‘마스터플랜'을 기초로 대규모로 개발하는 것이 아니라, 민간과 도시 콘텐츠 개발자들이 작은 실험을 통해 부분적이고 적응적으로 재생시켜 나갑니다. 이를 '택티컬 어바니즘(Tactical Urbanism)'이라고 해요.
‘작은 실험’을 일컫는 택티컬 어바니즘은 처음부터 큰 예산을 들여 고정적인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아니라 적은 예산으로 임시 환경을 조성하고 활동해 보면서 앞으로의 방향을 결정하는 방식의 전술적 도시계획 방법론입니다.
# 사람을 불러 모으는 지역 대표 ‘시그너처스토어’
요즘 소비자는 시, 구, 동으로 나뉜 행정단위로 도시를 인식하지 않아요. 지역을 대표하는 동네나 거리, 대표 상점이 도시를 기억하는 이정표가 됐답니다. 특정 지역에 사람을 불러 모으는 매력 있는 상점을 ‘시그너처 스토어’라고 정의해요. 지역 균형 발전을 위해서는 자체 매력으로 사람을 모으는 독립된 작은 점포 하나도 그 역할을 할 수 있다는 뜻에서 사용됩니다.
강원도 양양군 하조대해수욕장 북쪽에 서핑 전용 해변 서피비치가 조성됐어요. 인구 소멸 위기에 처했던 양양이 젊은 층의 서핑 성지가 될 수 있었던 배경에는 '서피비치'라는 시그너처스토어의 역할이 컸어요.
2015년 설립된 라온서피리조트가 서피비치를 시작한 데 이어 2017년 맥주 브랜드 ‘코로나’가 양양에서 '코로나 선셋 페스티벌'을 개최한 것이 젊은이들을 양양으로 불러 모은 결정적 계기가 됐답니다. 서피비치가 입소문을 타면서 양양에 서퍼들이 모여들고 서핑 관련 사업체와 협동조합도 연이어 터를 잡았습니다. 지금은 전국 서핑 인구의 45%가 양양을 찾고, 서핑 스쿨 40%가 양양 지역에 몰려 있는 서퍼들의 성지가 됐어요.
시그너처스토어는 전통 시장에서도 중요한 요소로 떠올랐는데요. 서울 광장시장의 새로운 놀이터로 부상한 ‘365일장'은 광장시장의 문화를 재조명하는 로컬 그로서리스토어를 지향해요.
이곳은 외형부터 전통 시장의 문법을 벗어났어요. 초록색 네온 간판과 스테인리스 스틸 선반으로 이뤄진 내부 디자인은 젊은 세대의 발길을 멈추게 해요. 판매하는 상품도 내추럴 와인부터 치즈, 수제 캐러멜까지 트렌드를 놓치지 않는답니다.
여기에 더해 전국에서 생산되고 있는 좋은 품질의 로컬 브랜드를 발굴하고 소개하는 플랫폼 역할도 해요. 365일장은 그동안 먹거리 위주였던 시장 콘텐츠를 다변화시키기 위한 시도로 만들어졌어요.
지역의 원도심 재생에도 시그너처스토어의 역할이 커요. 제주 '아라리오뮤지엄 탑동시네마’가 대표적입니다. 탑동은 제주의 원도심으로, 사람이 붐비던 서울의 명동 같은 곳인데요. 행정기관이 이전하고 신도시가 생기면서, 사람들이 빠져나가던 '원도심 쇠락'의 전형적인 유형을 보였어요.
최근 탑동은 '제주도의 LA'로 불릴 만큼 제주 도시 재생의 1번지가 됐어요. 아라리오는 다른 지역에 멀티플렉스 극장이 생기면서 문을 닫고 한동안 흉한 모습으로 방치됐던 극장을 뮤지엄으로 바꿨지요.
이곳에 '롱 라이프 디자인'을 추구하는 브랜드 '디앤디파트먼트', 업사이클링 브랜드인 ‘프라이탁'과 코오롱 스포츠의 '솟솟리버스', 그리고 버려진 목욕탕을 브랜드 팝업스토어와 쇼룸으로 활용하는 ‘프로젝트 목욕탕'이 들어서면서 탑동 자체가 '재생'을 상징하는 거리가 됐답니다.
이처럼 최근 지역을 대표하는 강소 브랜드와 지역 상점들이 매력을 발휘하면서 큰 범위의 도시보다 시그너처스토어가 자리 잡은 거리나 동네 등 작은 단위의 지명이 더 익숙해졌어요. 이제 서울 성동구보다 성수동이 유명하고, 경의선숲길은 알지만 그것이 마포구에 있다는 사실은 모르는 식이죠. 서울 안에 서울이 100개 있는 느낌입니다.
# 도시를 재해석하는 ‘지역 기업가’
이처럼 지역 특색을 살린 콘텐츠가 유통되고 생활양식에 따라 사람들이 이동하며 다양한 가능성을 축적하는 도시의 변화가 펼쳐지고 있어요. 기업가 정신을 발휘해 자신이 나고 자란 도시에 새로운 감성을 불어넣는 ‘지역 기업가'들이 이 변화를 주도하는 중입니다.
대표적인 사례가 인천의 '개항로 프로젝트'입니다. 1883년 일본의 강압으로 제물포가 개항됐을 당시 인천항에서 배다리 삼거리까지 이어지는 1킬로미터 남짓의 길을 '개항로'라고 불렀는데요. 개항로는 과거 인천의 ‘핫플’이었지만 관공서가 이전하고 주변 지역이 개발되면서 쇠락하기 시작했어요.
인천에서 나고 자란 개항로 프로젝트 이창길 대표는 놀이터 같던 동네가 몰락하는 것이 안타깝게 바라봤답니다. 역할을 다한 오래된 건물들을 찾아내 요즘 사람들이 좋아하는 콘텐츠로 채운다면 새로운 기회가 생길 것이라고 생각했어요.
2018년 '개항로 프로젝트'를 시작해 건축가와 조경가, 디자이너, 기획자, 요식업 종사자 등 15명이 함께 도시 재생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어요. 이비인후과 의원이던 곳을 카페 ‘브라운핸즈’로 되살린 것을 시작으로 ‘일광전구 라이트하우스’, ‘개항로 본부’, ‘메콩사롱’, ‘개항면’, ‘개항로통닭’, ‘개항백화’ 등 불과 몇 년 사이에 20개가 넘는 새로운 공간들을 개항로에 채웠어요.
개항로가 변하고 있다는 소문이 퍼지자 서울과 인천, 송도 신도시 등에서 장사하던 가게들이 개항로에 관심을 기울이기 시작했어요. 최근에는 40여 곳의 가게가 개항로에 새로운 상점을 열었죠. 개항로 프로젝트를 포함해 개항로에서는 60개의 버려진 공간들이 새 기능을 하기 시작했어요.
앞서 살펴본 서울 광장시장의 ‘365일장’은 광장시장에서 자란 추상미 대표로부터 시작됐어요. 57년 동안 광장시장의 터줏대감이었던 빈대떡집의 손녀딸로 태어난 추 대표는 평범했던 직장 생활을 그만두고 시장으로 돌아왔습니다. 지역의 문화와 역사를 오롯이 담고 있는 시장에서 새로운 기회를 포착했기 때문입니다.
모두가 대형마트에 밀려 시장이 고전을 면치 못한다고 평가했지만 추 대표는 마트와의 경쟁보다 찾아가고 싶은 '시장만의 매력'을 만드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했어요. 321플랫폼을 설립한 추 대표는 사람들이 시장의 매력을 경험할 수 있도록 다양한 콘텐츠를 시도했습니다. 광장시장은 젊은 사람들이 가장 많이 찾는 전통 시장으로 변화하는 데 성공했지요.
# 경험 여정을 만드는 ‘도시 기획자’
이처럼 지역을 대표하는 시그니처스토어나 지역 기업가가 점차 지역 상권에 미치는 영향력이 커지고 있어요. 하지만 이들이 단독으로 두각을 나타내기는 쉬운 일은 아니에요. 해당 지역 상권과 소비자 특성을 분석하고 여러 시장 참여자들과 소비자를 연결시켜 지역 안에서 '경험 여정'을 만드는 기획자가 중요해요.
최근 사람들이 몰리는 지역을 살펴보면 공통적으로 도시 기획자들의 땀과 노력이 숨어 있답니다. 연희동과 연남동을 기반을 둔 도시 문화 콘텐츠 플랫폼 '어반플레이'는 오랫동안 도시 기획자로 활동해 왔어요.
처음에는 지방자치단체의 의뢰를 받아 지역 콘텐츠를 제작하는 일을 주로 했어요. 이후 네이버와 협업해 소상공인과 창작자들을 지원하면서 콘텐츠 제작 노하우를 축적해 연남동 일대의 지역 문화를 기록하는 ‘아는동네' 작업을 시작했죠.
어반플레이 홍주석 대표는 건축가 출신이지만 건물을 짓는 것보다 사람에 관심이 많아요. 2015년 처음 추진한 '연희걷다'는 어반플레이의 이름을 알린 대표적인 프로젝트로 꼽혀요. 연희동 일대의 경쟁력 있는 공간을 세상에 알리자는 취지로 근처 카페와 공방, 갤러리 등 동네 소상공인들을 모아 축제를 개최한 것입니다.
2018년에는 연남방앗간과 연남장을 오픈하면서 지역 창작자들을 위한 플랫폼으로 자리매김했답니다. 어반플레이는 지역에 맞춤형 콘텐츠 서비스를 적용하여 개발, 운영하는 지역 매니지먼트 모델 '바운드 프로젝트'를 개발하고, 연희동과 연남동을 시작으로 수원, 제주, 광주 등으로 지역을 확장하고 있어요.
'글로우 서울'도 주목받는 도시 기획자입니다. 2015년 익선동에 문을 연 '글로우 키친'으로 지역개발의 기회를 확인한 유정수 대표는 2018년 글로우서울을 만들어 본격적으로 도시 기획자의 역할을 시작했어요.
익선동에서 성공한 후에는 종로구 창신동으로 눈길을 돌렸답니다. 창신동은 지리상 도심 한가운데 있으면서도 낙산공원 성벽과 연결되는 특유의 가파른 언덕 지형으로 접근성이 좋지 않은 지역입니다. 노후 건축물 비율이 90%에 달하는 서울의 낙후 지역 중 하나이기도 하죠.
최근 창신동에는 MZ세대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어요. 스타일을 무엇보다 중시하는 젊은이들이 운동화를 신고 해발 120미터의 언덕을 마다 않고 오르는 이유는 글로우서울이 창신동 주택가에 심은 매력적인 공간들 때문입니다.
글로우서울은 창신동의 절벽 지대를 이 동네만이 가진 매력으로 보고 이를 극대화해 공간을 기획했어요. 홍콩 뒷골목에 있을 법한 '창창'부터 한국식 프리미엄 도넛을 컨셉으로 하는 '도넛정수', 깎아지를 듯 아찔한 절벽의 속살과 산 아래 위치한 마을 풍경이 어우러진 태국 음식점 '밀림'까지 골목골목 숨겨진 보물을 찾는 재미가 있어요.
이제 물 흐르듯 이어지는 도시 개발은 대규모로 한 번에 짓는 것이 아니라 창의적인 주체들을 잇는 일련의 프로젝트로 바라봐야 해요. 특히 상권과 고객을 분석해 공간을 새롭게 탈바꿈하는 ‘도시 기획자’의 역할이 중요해지고 있습니다.
# 사람들을 잇는 ‘커뮤니티’의 힘
다양한 구성원들이 오가며 어울리는 '유연한 도시'로 도시 생태계가 급속히 전환되고 있는 가운데, 도시 경제를 살리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지역민 당사자들의 노력이 필요하다는 자극과 자각이 일어나는 중이에요. 이제 지역 주민의 커뮤니티가 지역 발전의 핵심 역할을 하는 구심점으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다양한 가치관과 취향을 가진 사람들이 교류하면서 만들어내는 시너지가 도시에 활력을 불러오기 때문입니다.
충청남도 공주시를 가로지르는 금강의 지류 제민천 일대는 그동안 공주의 중심지였어요. 지역 문화재인 충청감영을 비롯해 도청과 시청, 세무서 등 관공서가 자리 잡고 공주사대 부설 고등학교 등 여러 교육 기관이 함께 하면서 교육 도시 공주의 면모를 보여줬어요. 하지만 금강 북쪽에 신도시가 들어서면서 제민천 주변을 걷는 발길은 빠르게 줄어 들었어요. 도시가 활력을 잃으면서 제민천은 여름이면 모기가 들끓고 썩은 냄새가 나는 하천으로 버려졌죠.
2018년 제민천 서쪽 너머 봉황동에 문을 연 한옥 게스트 하우스 ‘봉황재'는 전환점의 마련의 계기가 됐어요. 경기관광공사에서 일했던 권오상 대표가 커뮤니티 기반 지역 관리 회사 '퍼즐랩'을 설립하고 마을스테이프로그램을 선보인 것이죠.
퍼즐랩은 단순한 숙박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업스테어스 코워킹스페이스'와 교육 공간 '금강관'을 운영해 창조 커뮤니티의 역할을 담당하는 데 앞장섰어요. 마을에 살아보는 경험을 제공하는 지역살이 프로그램과 함께, ‘지방 소도시에서 창업하기’, ‘귀농·귀촌 준비하기’, '도시 사람이 공주 원도심에서 숙박하며 일하는 워케이션 프로그램’ 등을 운영하고 있어요.
도시 재생 전문 액셀러레이터 '크립톤엑스'가 운영하는 제주도 탑동의 '리플로우' 역시 커뮤니티가 가진 연결성과 유연성에 주목했어요. 크립톤엑스는 20년 동안 창업가의 성장을 이끌어온 국내 최장수 액셀러레이터 회사 ‘크립톤'이 세운 자회사입니다.
크립톤엑스는 소멸 지역이 살아남기 위해서는 결국 청년 일자리가 가장 중요하다고 판단하고 지역의 경제적, 문화적, 사회적 자본에 기반한 창업 생태계를 구축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어요.
그 일환인 리플로우는 표면적으로 워케이션 공간이지만 더 나아가 외부의 창조 계층과 지역민이 한 공간에서 일하고 쉬면서 만들어지는 창조적 긴장감에 집중해요. 서로 다른 지역에서 살아온 사람들이 커뮤니티에서 영감을 받고 새로운 관계를 형성하며 네트워크를 구축해 나간다면 새로운 기회를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입니다.
더불어 지역의 문화를 경험할 수 있는 작은 프로그램들을 상시 운영해 자연스럽게 지역에 대한 애정도 키워가고 있답니다.
# 100개의 도시가 갖는 100개의 정체성
각 도시가 갖는 지역 특색이 도드라지고 있어요. 동네를 분류할 때 소득 수준에 따른 상하 계급의 수직 축만 있었다면 이제는 도시가 가진 문화와 스타일 차이의 수평 축이 생겨나고 있습니다. 지역 특색에 맞춘 커스터마이징이 필요해졌고, 100개의 도시는 100가지 다른 색을 갖고 있어야 해요.
이러한 경향성이 짙어지면서 소비자들도 자신의 취향과 라이프스타일에 맞는 지역이 어디인지 찾아 나서고 있답니다. MBTI에 맞는 화장품을 구입하듯, MBTI에 맞는 도시를 여행하고 스타일이 맞는 도시에 살아보려고 해요.
따라서 우리 지역이 가진 고유한 문화 자본에 집중할 필요성이 제기돼요. 최근 자치단체마다 소중한 자료들을 기록하고 보관하는 도시 아카이빙에 공을 들이고 있는 움직임 역시 지역 정체성을 확보하려는 맥락으로 풀이됩니다.
리퀴드폴리탄은 도시를 바라보는 관점의 변화를 시사해요. 더불어 도시의 다양한 구성 요소 중 도시 안에 문화를 만드는 지역의 작은 브랜드, 로컬 크리에이터, 관계 인구에 집중함으로써 보다 수요자 중심으로의 패러다임 전환을 의미해요. 이제 도시는 고정되어 있지 않아요. 지역만의 콘텐츠가 흐르고 라이프스타일에 따라 사람들이 이동하며 이들이 서로 교류하면서 다양한 가능성을 축적하는 새로운 변화가 우리 앞에 펼쳐지고 있습니다.
자료: 서울대 소비트렌드분석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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