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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잡한 소비 환경 속 실패 없는 선택, ‘디토 소비’

상품과 정보, 구매 채널이 폭발적으로 늘어나면서 수많은 선택지에 직면한 소비자들이 새로운 소비 방식을 선택하고 있어요. 구매 의사결정에 따르는 복잡한 과정을 생략한 채 나의 가치관과 취향을 나타내는 사람이나 콘텐츠, 유통 채널의 선택을 추종해 소비하고 있답니다. 1분 1초가 아까운 분초사회에서 신속하게 실패 없는 선택을 하려는 소비자의 열망이 ‘디토 소비’에 반영돼 있지요.

 

# "나도(ditto)" 하고 구매하는 디토 소비

 

소비 활동은 사실 매우 복잡한 의사결정 과정을 거치는데요. 무엇을 구매하겠다는 '필요 인식'에 이어, 노출-주의-지각-기억-학습 및 태도 형성 등 인지 작용이 총출동하는 '정보 탐색'이 따르고, 그렇게 골라낸 후보들에 대해 엄격한 '대안 평가'를 거쳐 구매를 실행하는, 매우 정교한 과정입니다.

 

그런데 요즘 이런 복잡한 절차를 모두 생략하고, 그냥 특정 인물이나 콘텐츠, 커머스 같은 '대리체(proxy)'가 제안하는 제품에 대한 해석을 추종해 "나도(ditto)" 하고 구매하는 소비 현상이 늘고 있어요. 서울대학교 소비트렌드분석센터에서는 이런 소비를 ‘이하 동문' 혹은 '나도'를 의미하는 ‘디토’를 붙여 '디토 소비'라고 이름 지었답니다.

 

 < 디토 소비의 구매 의사결정 과정 >

 전통적 의사결정  필요 인식 ▶ 정보 탐색 ▶ 대안 평가 ▶ 구매
 디토 의사결정  대리체(사람·콘텐츠·커머스)의 추종 ▶ 구매

 

디토 소비는 과거 스타나 인플루언서에 대한 맹목적인 따라 하기와는 다른데요. 예전에는 그를 좋아하기 때문에 그가 광고하고 제안하는 것이라면 무엇이든 따라 한다는 맹종에 가까웠다면, 이제는 나의 가치관에 맞는 대상을 찾고 그 의미를 해석해서 받아들이는 주체적이고 능동적인 추종의 모습을 보여요.

 

# 내 취향 저격한 당신이 나의 ‘퍼스널 쇼퍼’ – 사람 디토

▲ 패션·스타일링 쇼핑 전문 유튜브 채널 <옆집언니 최실장>

디토 소비자가 추종하는 첫 번째 대상은 사람이에요. 예전에는 "어느 브랜드의 어떤 제품을 소유하고 있는가?"가 중요했다면, 요즘에는 "누가 사용하는 제품인가?"가 더 중요하게 작용한답니다.

 

소비자들은 이제 중고거래에서도 "누가 파는 물건인가?"를 따져요. 단지 필요한 물건을 저렴하게 사는 것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그것을 파는 사람의 취향을 사는 것이죠. 중고거래 앱에서 특정 셀러가 내놓는 물품이 내 취향이라고 판단되면, 이후 그가 판매하는 중고품 컬렉션을 계속 구입하는 식입니다.

 

정장 입는 방법, 데님 돌려 입는 꿀팁, 티셔츠 목걸이 꿀조합 등 패션 아이템을 활용할 수 있는 코디법과 조합법, 보관법은 물론 카테고리별 필수템까지, 패션·스타일링 쇼핑 전문 유튜브 채널 '옆집언니 최실장'에서는 패션 상품을 적절하게 코디하고 매치하는 방법과 이를 위해 사야 할 필수템을 소개해요. 상품 자체보다 상품을 어떻게 활용하는지가 더 중요하다는 것을 강조하죠.

 

‘옆집언니 최실장’은 "산다 vs. 안 산다”와 같이 명확하고 호탕한 화법으로 상품을 해석해 줍니다. 스타일링 인플루언서는 많지만 이처럼 구매 여부를 확실하게 대신 결정해 주기 때문에 이 채널의 팔로어는 머릿속의 수많은 선택지를 삭제하고 고민 없이 구매 결정을 내릴 수 있어요.

 

▲ 김소형 한의사의 <채널H>

사람 디토의 또 다른 유형은 특정 분야에 대해 많은 정보를 갖춘 전문가입니다. 패션·스타일링 분야 외에도 메이크업 아티스트, 전문의, 약사, IT 전문가 등 자기 분야의 전문성을 바탕으로 상품을 추천하는 콘텐츠가 신뢰를 얻고 인기를 누립니다.

 

소비자는 각종 SNS와 동영상 플랫폼을 통해 그 어느 때보다 쉽게 전문가를 만날 수 있게 됐고, 일상 속에서 궁금했던 문제를 전문가에게 직접 물어볼 수 있게 됐어요. 전문가는 산업군에 대한 높은 이해를 바탕으로 소비자의 요구를 파악해 의사결정을 돕습니다.

 

검색을 해 얻는 불확실한 정보보다 온라인에서 활발하게 활동하는 스타 메이크업 아티스트, 스타 스타일리스트, 스타 의사 등 전문가를 따르는 것이죠. 맞춤형 건강관리 앱 '리터러시M'이 운영하는 '친절한 의사’, 홍혜걸 박사의 '의학채널 비온뒤', 이재성 박사의 ‘식탁보감', 김소형 한의사의 '채널H' 등의 유튜브 채널이 건강 분야에서 주목할 만한 사례로 꼽힙니다.

 

▲ 러쉬 코리아 유튜브

사람 중심의 콘텐츠가 인기를 끌자 많은 기업이 회사 직원을 전문가로 전면에 내세운 마케팅을 적극 활용하고 있어요.

 

핸드메이드 뷰티 브랜드인 러쉬(LUSH) 코리아는 직접 매장에서 고객을 응대하며 노하우를 쌓아온 직원들이 제품에 대한 소비자의 궁금증을 해결해 주고, 상황별 추천 아이템을 소개하는 유튜브 채널을 운영해요. 러쉬 코리아 직원은 유튜브에서 대디-오 샴푸, 해피 해피 조이 조이 헤어 컨디셔너, 수퍼 밀크 컨디셔닝 헤어 프라이머 조합이 향수 없이도 향기로운 최강 조합이라며 자사 제품의 조합법을 설명하기도 합니다.

 

CU 직원이 매주 신상 제품을 리뷰해 주는 '신상왔씨유(씨유튜브)’, 올리브영 9년 차 MD ‘훈디'가 직원들의 파우치를 엿보는 '훈디의 파우치 습격(울영TV)', 현대카드 직원이 사용하는 카드 종류와 소비 패턴을 공개하는 '현대카드 직원들은 어떤 신용카드를 쓸까(현대카드 뉴스룸)' 등 회사 직원 타이틀을 걸고 만든 유튜브 콘텐츠가 인기를 끌고 있어요.

 

이에 따라 소셜미디어에서 큰 영향력을 가진 내부 직원을 의미하는 '임플로이언서(employee+influencer)’라는 신조어까지 생겼답니다. 임플로이언서는 회사 제품에 대한 전문성과 인간적인 면모로 디토 소비자에게 큰 호응을 얻고 있어요.

 

▲ 레드벨벳 조이의 스타일을 볼 수 있는 'JOYS STYLES' 인스타그램 계정

사람 디토에는 비슷한 취향을 가진 사람들도 있어요. 디토 소비자는 자신과 비슷한 취향을 가진 계정을 팔로우하고, 포스팅되는 사진을 보고 구매할 상품을 찾아요. 교류 목적으로 사용되던 SNS를 본인의 취향을 모아두는 잡지처럼 활용하는 것이죠.

 

편집자가 일방적으로 기획하고 구성하는 일반 잡지와 달리, 디토 소비자의 인스타그램은 본인의 취향을 바탕으로 직접 구성한 '나만의 잡지책'인 셈입니다. 일반인부터 셀럽까지 본인과 비슷한 취향을 가진 사람이라면 그 누구라도 디토 소비의 대상이 될 수 있어요.

 

주변 사람들을 따라 하는 '일반인 디토’도 소비자의 구매 결정에 큰 도움을 줍니다. 여행의 고수들은 자신의 여행 경로부터 맛집까지 일목요연하게 정리한 지도 위 동선을 공유해 디토 소비자가 따라 여행할 수 있도록 해요.

 

맛집 찾기에서도 일반인 디토를 찾아볼 수 있답니다. '맛잘알(맛을 잘 아는 사람)' 사이에서는 네이버 지도나 카카오맵에 맛집을 표시해 놓은 '나만의 맛집 지도'가 필수입니다. 디토 소비자는 지도 공유 기능을 통해 얻은 맛잘알의 취향이 담긴 맛집 지도를 따라 식당을 방문해요.

 

검색과 평점만 믿고 맛집을 방문했다가 낭패를 본 소비자들이 신뢰할 만한 정보의 출처로 주변 사람들의 안목을 적극 활용하는 것이랍니다.

 

# 영화·드라마·만화 보고 따라 하기 – 콘텐츠 디토

▲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오징어 게임> 세트장

사람들이 추종하는 두 번째 대상은 콘텐츠예요. 오늘 저녁에 먹을 메뉴처럼 간단한 선택부터 휴가에 떠날 여행지같이 제법 복잡한 고민까지, 사람들은 영화, 드라마, 만화에서 답을 찾고 있답니다.

 

팬데믹과 폭염 등으로 실내에 머무는 시간이 늘고 콘텐츠 소비가 급증하면서 이런 현상은 더욱 눈에 띄어요. 어느 때보다 높아진 콘텐츠에 대한 관심과 몰입이 화면 밖 현실에까지 영향을 미치는 것이죠.

 

콘텐츠 디토가 가장 두드러지는 분야는 여행입니다. 글로벌 예약 플랫폼 익스피디아의 2023년 조사에 따르면, 여행 목적지를 결정하는 데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매체로 영화와 드라마가 소셜미디어를 제치고 1위로 올라섰어요. 전 세계 66%의 소비자가 영화·드라마의 촬영지를 여행 목적지로 고려하고 이 중 39%는 예약으로까지 이어졌답니다.

 

실례로 넷플릭스 사상 가장 많은 시청자 수를 기록한 드라마 [오징어 게임]은 세계 각국의 사람들이 여행 사이트에서 '한국'을 검색하도록 만들었어요. 항공권 가격 비교 서비스 카약은 [오징어 게임]이 공개된 2021년 9월 17일 이후 한국행 항공권을 검색하는 영국인의 수가 50% 이상 급증했다고 발표했습니다.

 

또한 구글의 검색 분석 도구인 구글 트렌드에서 10월 2주 차 검색 관심도 만점을 기록한 키워드는 다름 아닌 '제주도'였는데요. [오징어 게임] 6화에 탈북자가 '가보고 싶은 여행지'로 해외 휴양지가 아닌 제주도를 꼽는 장면이 나왔기 때문입니다.

 

이처럼 영화나 드라마에 나오는 장소를 추종해 방문하는 것을 '세트-제팅(set-jetting)'이라고 부릅니다. 세트-제팅이 여행 업계에서 화두로 떠오르면서 콘텐츠와 관광을 결합한 패키지나 투어 상품도 잇따라 선보였어요.

 

이사실 세트-제팅이 어제오늘의 일은 아니지만 과거의 '촬영지 순례'와 다른 점은 단지 영화나 드라마의 촬영지를 방문하는 평면적인 여행에서 나아가 콘텐츠 속 '세계관'에 몰입하는 입체적 경험을 한다는 점입니다.

 

▲ 전 세계 곳곳의 건축물과 특이한 장소를 찍은 사진집 『우연히, 웨스 앤더슨』

콘텐츠 디토에서는 콘텐츠의 세계관에 대한 소비자의 적극적인 해석이 중요한데요. 예를 들어 색감 천재라고 불리는, 영화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의 감독 웨스 앤더슨의 다음 작품 [애스터로이드 시티]가 개봉하자 관객들은 영화를 따라서 감독 고유의 동화적 색감을 자신의 SNS 게시물에 올리는 반응을 보였어요.

 

과거에는 단순히 보고 즐기던 콘텐츠의 색감을 이제는 카메라 앱의 필터나 공유된 색감 보정법을 참고해 자신의 사진과 영상에 입히고 있는 것이죠. 심지어 일부 소비자는 색감에서 나아가 폰트, 배경음악, 영상의 대칭 구도 등 감독 고유의 스타일을 담은 인스타그램 릴스를 업로드하기도 해요.

 

서점가에서는 웨스 앤더슨 감독과 그의 작품에 영감을 받은 팬이 그의 영화에 나올 것만 같은 전 세계 곳곳의 건축물과 특이한 장소를 찍은 사진집을 출간했고, 앤더슨 감독의 팬들은 이 책을 중심으로 뭉치고 있어요.

 

▲ HBO 의 시리즈물 ‘유포리아’는 등장인물의 패션이 화제를 모으며 MZ세대 스타일의 참고서 역할을 하고 있다. 유포리아 인스타그램

2019년 첫 방영한 HBO 드라마 [유포리아]는 전 세계 MZ세대의 마음을 사로잡으며 등장인물의 스타일링이 최고 관전 포인트로 주목받았어요. '유포리아 룩'은 하나의 패션 장르로 굳어졌고, 여러 해 동안 MZ세대의 스타일 참고서로 역할을 하고 있죠.

 

CNN은 '#euphoriaoutfits'가 태그된 동영상이 틱톡에서만 수천 건에 이르고, 각종 SNS를 통해 2,800만 회가 넘게 재생되었다고 보도하기도 했어요. 소비자들은 [유포리아]의 스타일링을 따라 한 자신의 패션을 공유하기도 하고, 주인공이 극 중에서 착용한 아이템의 구매 정보 등을 공유하기도 해요.

 

콘텐츠의 분위기를 따라 하는 콘텐츠 소비는 인테리어 선택에도 영향을 미칩니다. 영화 [리틀 포레스트]의 고즈넉하고 아기자기한 감성을 좋아하는 소비자는 리넨 소재의 커튼과 나무 식기, 작은 식물 등을 이용해 영화 속 분위기를 구현해요.

 

레트로 열풍에 힘입어 젊은 세대에게 다시 사랑받고 있는 1990년대 홍콩 영화도 마찬가지인데요. 당시 홍콩 영화만의 쓸쓸하면서도 키치한 감성을 추종하는 소비자는 빈티지 소품과 가구, 꽃무늬 패턴, 타일을 이용해 마치 <중경삼림>이나 <화양연화>의 장면 속에 들어와 있는 듯한 공간을 만들어요.

 

이처럼 소비자가 콘텐츠 특유의 분위기마저도 따라 할 수 있게 된 배경에는 이를 도와주는 다양한 서비스 플랫폼이 있어요. 라이프스타일 앱 '오늘의집'의 집들이 카테고리에는 영화를 모티브로 꾸민 공간들이 인기 게시물로 올라와 있어요. 이용자들은 공간을 꾸미기 위해 사용된 소품 정보를 활발하게 주고받고 있답니다.

 

▲ ‘ 스튜디오 지브리’ 작품 속 음식을 재현한 식단

콘텐츠 디토는 실재 인물이 등장하는 콘텐츠에만 한정되지 않습니다. 최근 애니메이션과 웹툰·웹소설 콘텐츠 시장의 약진은 과거 일부 매니아층만이 향유했던 콘텐츠 소비 트렌드의 양상을 바꾸고 있죠.

 

일례로 작품마다 음식을 군침 돋게 표현해 소비자의 구미를 당기는 스튜디오 지브리의 영화들은 무엇을 먹을지 고민하는 소비자에게 하나의 참고가 돼요. 예를 들어 SNS나 유튜브에 '하울의 움직이는 성 음식'이라고 검색하면 애니메이션에 나오는 요리를 만드는 레시피나 그 메뉴를 먹을 수 있는 레스토랑을 알려줍니다.

 

더 관심이 있다면, 스튜디오 지브리의 작품에서 인기 있던 음식 레시피를 모아 소개하는 요리책을 펼쳐 보는 것도 한 방법입니다. 과거에는 요리 만화 『식객』에 나오는 음식점을 방문하는 것이 추종의 방법이었다면, 이제는 요리가 주 테마가 아닌 애니메이션 영화 속 음식을 따라 해 자신의 식탁에 완벽하게 재현함으로써 해당 애니메이션의 세계관에 편입되고자 하는 것입니다.

 

# 종합몰 대신 편집숍 찾는 소비자 – 커머스 디토

▲ 성수동 문구점 '포인트오브뷰(POV)'

사람들이 추종하는 마지막 대상은 유통 채널(커머스)입니다. 오랫동안 대형 유통 채널로 자리 잡아온 백화점이나 마트보다 지금은 온라인 모바일 쇼핑을 즐기는 소비자가 많아요. 이들은 온라인 모바일 쇼핑에서도 대형 종합몰 대신 특정한 카테고리의 상품만 취급하는 전문몰을 찾는답니다.

 

전문 쇼핑몰을 ‘깊이 특화했다’는 의미에서 ‘버티컬 커머스'라고 부르는데요. 버티컬 커머스는 자신의 영역에 대한 고유한 취향과 안목으로 제품을 선별하고 제안해요. 편집숍, 셀렉트숍, 취향숍, 큐레이션숍 마다 제각기 커머스만의 고유한 색채를 품은 기준과 맥락을 가지고 있어요. 이런 버티컬 커머스에서 제안하는 상품을 추종해 구매하는 ‘커머스 디토’가 늘고 있답니다.

 

성수동에 ‘관점’ 또는 ‘사고방식’을 의미하는 'point of view'에서 이름을 딴 트렌디한 문구 편집숍 '포인트오브뷰(POV)'에서는 매장 곳곳에 놓인 문구와 관련된 여러 관점을 경험할 수 있어요.

 

"작업을 위한 오직 하나의 도구를 선택해야 한다면 무엇인가요?", "작업 중 어느 과정부터 먼저 시작하게 되나요?" 같은 매장 안 질문에는 관련된 토니 모리슨, 윌리엄 스타이런 등 유명 작가의 문장이 함께 적혀 있는데요. 이를 통해 문구점에 구경 온 소비자를 단번에 글 쓰는 창작자로 탈바꿈 시킵니다. 적어도 매장 안에서만큼은 글에 진심인 작가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창작자가 되는 것이죠.

 

고작 지우개와 연필을 사면서 ‘이야기를 가공하는 원초적 도구'를 구매한다고 의미를 부여하는 시도가 흥미롭습니다. 디토 소비자는 포인트오브뷰가 제안하는 창작자의 관점을 따라가며 문구에 담긴 해석과 감성을 구매해요. 다른 문구점에서도 살 수 있는 제품이어도 포인트오브뷰만의 색채가 곁든 문구라는 특별함에 가치를 두고, 소비자는 이 문구점의 선택을 따른답니다.

 

▲ 여행 숙소 예약 플랫폼 '스테이폴리오' 가 제안하는 감성 숙소

반면, 여행 숙소 예약 플랫폼 '스테이폴리오'에서는 소비자에게 쉼표 여행자라는 타이틀을 붙여요. 감성 숙소의 대표 주자로 꼽히는 스테이폴리오에서는 숙소에서의 경험을 제안합니다.

 

"옛 감성을 재현한 정원을 바라보며 따뜻한 물에 발을 담가보세요. 비가 오고 눈이 쌓여가는 마당을 가만히 바라보며 사색에 빠져도 좋습니다. 바쁜 일상에 치여 생각하지 못했던, 느리지만 편안한 쉼을 경험해 보세요"와 같이 고급 라이프스타일 잡지에서나 볼법한 감성 문구들이 숙소를 설명해요. "방 2개, 욕실 1개, 무료 와이파이"와 같은 시설 위주의 건조한 설명과 달리 숙소에서 경험할 수 있는 정서를 묘사하는 식이죠.

 

숙소에 대한 스테이폴리오만의 해석은 공간 사진에서도 드러난다. 충분한 감성과 휴식을 만끽할 수 있는 공간이라는 스테이폴리오가 제안하는 감성에 맞춰 소비자는 여행을 계획해요. 숙소가 단순히 잠자는 여행의 수단이 아니라 하나의 목적지가 되는 최근 여행 트렌드가 반영돼 있답니다.

 

▲ 무신사 스냅

커머스를 통하지 않더라도 이용자들끼리 커뮤니티를 형성해 직접 취향과 안목을 공유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하기도 해요. 온라인 패션 스토어 무신사가 운영하는 ‘무신사 스냅'은 무신사 앱에서 바로 들어가 볼 수 있는 '앱인앱' 형태로 운영된답니다.

 

무신사 스냅에서는 거리의 패션 피플, 입점 브랜드의 스태프와 모델 등 무신사가 선정한 ‘옷 잘 입는 일반인'들의 패션을 둘러볼 수 있습니다. 소비자가 판매 상품의 다양한 조합과 해석을 살펴본 뒤 커머스의 제안에 따라 구매할 수 있는 환경을 구축한 것입니다.

 

단지 누군가가 입은 옷의 '스타일' 자체를 넘어 '그 아이템 하나하나에 담긴 이야기'가 중요해지고 있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 사람의 스타일링이 멋있다"는 것을 넘어서서 "이 모자는 일본에 갔을 때 남자친구하고 싸우고 나서 샀던 아이템인데…' 하는 식의 스토리가 같이 따라와요. 소비자의 이야기가 커머스에 스며들고, 이런 이야기들이 하나씩 모여 커머스의 전체 '감성'을 형성해 나갑니다.

 

# 우리 브랜드를 추종하게 하려면?

▲ LG 시그니처 제품군

과거 소비자는 대중 유통 채널에서 되도록 많은 상품을 비교해 보고 품질이 가장 뛰어난 상품을 선택했는데요. 제품의 수와 유통 채널이 폭증하고 품질이 상향 평준화된 오늘날에는 단지 제품력만으로 소비자의 선택을 받기 힘들어졌어요.

 

디토 소비자를 우리 기업 고객으로 만들려면 마케팅과 영업의 선택과 집중이 중요해요. 타깃 고객을 정확히 설정하고 거기에 맞는 마이크로 인플루언서와 버티컬 커머스 사이트를 개발해 나가는 것이 첫 출발점입니다. 그러나 그 전제는 제품력을 뛰어넘는 브랜드만의 철학이 있습니다.

 

소비자가 따르려는 것은 단순히 상품이 아니라 브랜드의 '관점'이기 때문입니다. 디토 소비의 바탕에는 브랜드가 제안하는 상품 해석에 대한 동의가 있어요. 상품이 갖는 가치를 발견하고 상품에 의미를 부여하는 '상품 해석'이 구매 결정에 큰 영향을 미칩니다. 브랜드는 이제 소비자의 시선을 사로잡을 자기만의 차별화된 관점을 고민해야 해요.

 

디토 소비가 활발해지는 트렌드에서는 다양한 소비자의 니즈에 맞는 상품을 골고루 출시하면서도 해당 브랜드의 정체성을 직관적으로 표현할 수 있는 시그너처 제품이 적극적인 마케팅 활동보다 더 효과적일 수 있어요.

 

나아가 제품과 서비스를 기획할 때 소비자가 쉽게 따라 구매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도 중요하답니다. 마이크로 인플루언서와 소비자가 활발하게 소통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하는 등 세심한 배려가 필요해요.

 

자료: 서울대 소비트렌드분석센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