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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관계’에도 ‘스펙트럼’이 있다! 인덱스 관계

전화나 문자 메시지로 친한 사람과 연락하던 시절은 지나고, 다양한 소셜미디어를 통해 불특정 다수와 소통하는 시대가 왔습니다. 소통의 매체가 진화하면서 관계 맺기의 본질도 바뀌고 있는데요. 소수의 친구와 진한 우정을 나누는 것이 예전의 '관계 맺기'라면, 오늘날은 목적을 가지고 만들어진 수많은 인간관계에 각종 색인(index)을 붙였다 뗐다 하며 효용성을 극대화하는 '관계 관리'에 가깝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제 나의 친구는 어디까지 인가? 한 번쯤 생각해 볼 때입니다. 요즘 관계 맺기의 특징을 단계별로 살펴보며 현대인의 새로운 관계 맺기 양상을 하나씩 파헤쳐 볼게요.

 

# 색인으로 맺어가는 '인덱스 관계’

전화로 소통하던 시절, 친구는 전화번호 목록에 적혀 있는 이름이 전부였어요. 오늘날에는 카카오톡,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메타버스처럼 넘쳐나는 플랫폼들이 저마다 각기 다른 인간관계를 선사합니다.

 

현대인의 인간관계는 단순히 ‘친하다, 안 친하다’의 이분법으로 나뉘지 않고 훨씬 복잡하게 구성되어 있죠. 선망하는 '인친(인스타그램 친구)', 함께 덕질 하는 '트친(트위터 친구)', 최신 뉴스를 알려주는 '페친(페이스북 친구)', 동네에서 만나는 '실친(실제 친구)'에 이르기까지, '친구'라는 말에 매우 다채로운 스펙트럼이 존재합니다.

 

'인덱스(index)'란 색인 또는 목록이란 뜻으로, 이름, 크기, 속성, 보관 장소 등을 표시해 데이터를 기록하는 것을 의미해요. 복잡해진 현대인의 관계 맺기는 이제 인덱스를 붙이는 방식으로 관리됩니다. 서울대 소비 트렌드 분석센터에서는 타인과의 관계에 색인을 붙여 전략적으로 관리하는 현대인의 관계 맺기 방식을 '인덱스 관계(Index Relationship)'로 정의했어요.

 

인덱스 관계는 만들기, 분류하기, 관리하기의 3단계로 나뉩니다. 과거에는 인간관계가 일상 속에서 학연, 지연 같은 인연으로 자연스럽게 만들어졌어요. 하지만 오늘날 인연은 만들겠다는 목적을 가지고 적극적으로 나서거나 혹은 평소 마주치기 어려운 타인과의 우연한 만남을 즐기면서 만들어지고 있습니다. 노력 또는 우연을 통해 관계의 풀을 무한히 확장해 나가는 것이죠.

 

이렇게 관계를 만들고 나면 친분에 따라 색인을 붙여 분류합니다. 서로 소통할 수 있는 매체가 다양한 만큼 그 관계의 친소도 매우 복잡해요. 불필요한 관계는 상대가 눈치채지 못하도록 차단하고, 반대로 친밀한 관계에서는 지나치다 싶을 만큼 사적인 일상을 공유합니다.

 

마지막으로, 분류된 관계는 고정된 것이 아니라 계속 인덱스를 붙였다 뗐다 하면서 효율적으로 관리해 가요. 관계를 잘 유지하는 데에도 전략이 필요합니다. 상대방이 부담을 느끼지도, 섭섭함을 느끼지도 않을 정도로 적절한 거리를 유지하며 관계를 이어가야 해요.

 

# 인덱스 관계 관리의 3단계

1. 인연에만 의지하지 않는 관계 만들기 2가지 유형

그동안 대부분의 인간관계는 학교, 회사 등 특별히 노력하지 않아도 되는 일상 속 만남을 계기로 이루어졌어요. 그러나 현대인의 관계 맺기에는 이제 '노력'이 필요합니다.

 

#1-1 인덱스 관계 만들기 : 목적 관계

인덱스 관계 만들기의 첫 번째 유형은 분명한 목적을 가지고 만들어가는 '목적 관계'입니다. 요즘 대학생들이 참여하는 대외 활동은 '동아리'에서 '학회'로, '학회'에서 '창업'으로 관심을 갖는 모임의 목적이 갈수록 명확해지고 있어요.

 

과거 대학생들이 동아리에서 다른 전공 친구를 만나 서로 우정을 쌓고 함께 활동하며 '친목'을 다졌다면, 이후 취업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동아리 대신 취업에 스펙으로 활용할 수 있는 학회 활동이 주목받고 있습니다. 최근 창업처럼 더욱 확실한 목표가 있는 활동에 학생들이 몰리고 있어요. 새로운 사람들과 만나 새로운 일을 도모하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일을 도모하는 가운데 인간관계를 확장하는 순서로 바뀌었어요.

 

특히 목적 관계가 가장 확연하게 드러나는 분야는 '연애 시장'입니다. 요즘 젊은 세대는 팍팍한 경제 사정에 마음의 여유가 없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연애할 만한 대상을 만날 기회가 부족해졌어요. 이제는 '자만추(자연스러운 만남 추구)'만큼이나 '인만추(인위적인 만남 추구)'가 익숙해졌습니다. 자연스럽게 인연이 닿길 기다리기보다 '연애하겠다'라는 뚜렷한 목표 의식이 있는 사람끼리 만남을 추진해야 성공률을 높일 수 있기 때문이죠.

 

대학생들이 많이 사용하는 커뮤니티 플랫폼 에브리타임에서 만든 '캠퍼스픽' 앱의 소개팅 게시판에는 셀프소개팅 공고가 종종 올라오는데요. 나이, 성격, 취미 등 자기 소개와 함께 구체적인 이상형을 설명해두면 이를 보고 관심이 생긴 다른 이용자가 데이트 신청을 합니다. 직장인들이 주로 사용하는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에서도 셀프소개팅이 인기죠. 최근 2년 새 블라인드에 소개팅을 주제로 올라온 게시글은 2배 이상 증가했습니다.

 

그런가 하면 결혼 분야에서도 목적 관계가 떠오르기 시작했어요.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소개팅, 동호회 등 이성을 만날 기회가 사라지면서 결혼정보 업체를 찾는 미혼 남녀가 늘었습니다. 예전에는 부모님이 자녀 몰래 회원가입하는 경우가 많았던 반면, 코로나 이후에는 자발적으로 가입하는 미혼 남녀가 늘어났어요. 중매결혼보다 자유연애를 선호할 것 같은 젊은 세대 사이에서 오히려 결혼 성사를 목표로 하는 전문 업체를 선택하는 경우가 증가하고 있습니다.

 

취미 활동 분야에서도 목적 관계가 눈에 띄어요. 동네 지인들과 조기축구를 즐기던 부모님 세대와 달리, 요즘은 등산, 스노클링, 전시, 공연 등 관심 있는 주제를 중심으로 사람들과 만나게 됩니다. 예를 들어 프립은 주최자가 색다른 주제로 모임을 만들면 참가자가 참여비를 내고 해당 활동에 참여하는 방식의 소셜 액티비티 플랫폼인데요. 다양한 목적을 가진 사람들이 모여들고 있답니다.

 

#1-2 인덱스 관계 만들기 : 랜덤 관계

인덱스 관계를 만드는 두 번째 유형은 나와 공통점을 찾기 어려운 낯선 타인과의 우연한 만남을 의도적으로 만들어 관계를 확장하는 ‘랜덤 관계’입니다. 랜덤 관계는 그 순간을 즐기는 데 초점을 두기 때문에 타인과 인연을 오래 이어가기보다는 재미든 정보든 당장 필요한 것만 얻고 금방 휘발해버리는 특징이 있어요.

 

아이폰 사용자들 사이에서 유행하는 '에어드롭 놀이'가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내 아이폰에서 에어드롭 기능을 켜면, 반경 9미터 이내에 있는 역시 에어드롭 기능을 켜둔 다른 아이폰 유저에게 사진이나 영상 파일을 보낼 수 있어요. 에어드롭 놀이는 이러한 기능으로 주변에 있는 익명의 사람들과 재미있는 이미지나 영상을 주고받는 것을 말합니다.

 

우연성을 활용한 랜덤 채팅도 인기가 있죠. Z세대들이 즐기는 '유튜브 반모(반말 모드의 준말)방'은 유튜브 댓글 창에서 서로 반말로 대화하는 채널입니다. 특별한 주제도 없이 아무 영상이나 띄워 놓고 댓글로 아무 이야기나 나눌 수 있어요. 초대는 링크로만 할 수 있고 대화가 끝나면 그 방은 '폭파' 됩니다.

 

카카오톡 역시 '지인 중심' 소통 창구에서 '익명의 타인'과 소통하는 커뮤니티 플랫폼으로 기능을 확장하고 있어요. ‘친구 추가’ 절차 없이 같은 관심사를 가진 모르는 사람들끼리 모여 대화를 나누는 '오픈채팅' 사용자는 꾸준히 늘어 이제 전체 대화량의 40% 이상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2. 중요도에 따라 인덱스를 붙이는 ‘관계 분류하기’

예전에는 ‘얼마나 자주 만나는가'가 관계의 친밀도를 나타내는 기준이었습니다. 친한 친구와는 학교 수업도, 점심 식사도, 동아리 활동도 모두 같이 했죠. 절친은 때때로 내 고민을 들어주는 상담사이면서, 시험 기간에는 같이 밤새워 공부하는 학습 메이트이자, 취미 활동을 같이 즐기는 멤버였습니다.

 

요즘은 '친하다'의 의미를 정의 내리기가 간단하지 않아요. 서울대 소비 트렌드 분석센터가 실시한 Z세대 관계 분석 워크숍에서 Z세대는 '줌을 켜놓고 각자 공부하는 모습을 실시간으로 공유하는 관계', 'SNS에서 자주 소통하는 관계'를 '1년에 한두 번씩 오프라인으로 만나는 관계'보다 더 친한 관계로 분류했습니다. 더 이상 오프라인 만남이 온라인 만남에 우선하지 못한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어요.

 

이런 변화는 사람들이 상대방과의 친소를 결정하는 기준이 과거보다 복잡해졌기 때문입니다. 온라인 관계 중에서도 더 친한 관계와 그렇지 않은 관계가 있고, 오프라인에서도 마찬가지죠. 온오프라인 관계가 서로 교차하며 새로운 관계 유형을 만들어내기도 합니다. 현대인의 인간관계는 하나의 축으로 정의되는 '관계의 밀도'가 아니라, 다양한 기준점이 서로 교차하는 '관계의 스펙트럼'으로 표현할 수 있어요.

 

Z세대가 정의하는 관계 친밀도

관계 친밀도 예시
아주 친함 사생활 실시간 공유 - 줌 등 비대면 프로그램을 켜놓고
일상 공유: 스터디윗미

- SNS에서 실시간 위치 공유: 젠리
친함 상시 연락 - 전화
- SNS: 다이렉트 메시지 주고받기
- 카카오톡; 개인톡
- 만나기: 두세 달에 한 번
약간 친함 정보 업데이트 - 블로그로 소통: 서로이웃추가
- SNS: 태그하기, 하트(좋아요) 누르기,
눈팅하기(눈으로만 보기)

- 카카오톡: 오픈채팅
아는 사이 생사 확인 - 만나기: 1년에 한두

출처: 서울대 소비트렌드분석센터, Z세대 연구 미간행 자료, 2022.

관계의 친밀도가 복잡해지면서 사람들은 SNS마다 색인을 붙여 제각기 다른 역할을 부여해요. 요즘 10대들은 카카오톡을 '조별 과제에 대해 논의할 때'나 ‘친구와 다툴 때'처럼 다소 진지한 상황에서 사용합니다. 반면, 시시콜콜한 일상 이야기는 페이스북이나 인스타그램 DM으로 나누죠. 특별한 용건이 없어도 상대 게시물을 보다가 바로 "어디야? 뭐해?"라고 DM을 보낼 수 있어서 페이스북이나 인스타그램을 카카오톡보다 훨씬 친근한 매체로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동일한 SNS 안에서도 관계에 따라 각기 다른 색인이 존재하는데요. 만약 내게 중요하지 않은 관계라면 차단 인덱스를 붙여 놓습니다. 카카오톡 상태 표시 글에 ‘답장 느릴 수 있음'이라고 적어 놓고 메시지를 일부러 읽지 않은 채 쌓아 두며 상대방과 거리 두기를 하는 것이죠. 때로는 SNS 플랫폼이 제공하는 차단 기능을 활용하기도 합니다. 인스타그램의 '친한 친구'는 전체 팔로워 중에서 내가 미리 설정한 사람만 스토리 내용을 볼 수 있도록 지정하는 기능입니다.

 

반면 극도로 친밀한 '찐친' 관계에서는 심하다 싶을 만큼 개인 일상을 전부 나누는 '사생' 인덱스를 붙여요. 내가 지금 어디서 무엇을 하고 있는지 일거수일투족을 공유하는 것입니다. ‘젠리’는 지도 위에 사람의 아이콘을 표시하는 방식의 위치공유 앱입니다. 젠리에서는 친구의 현재 위치, 이동 방향, 이동 속도, 심지어 친구의 스마트폰 배터리가 얼마나 남았는지 등의 각종 정보를 한눈에 확인할 수 있어요.

 

3. 전략적으로 관리하는 ‘관계 유지하기’

인덱스 관계의 마지막 특징은 '관계 관리'입니다. 사람들은 분류된 관계에 붙인 인덱스를 붙였다 뗐다 하면서 그 사이를 전략적으로 관리해 나가요. 복잡한 '관계 스펙트럼' 속에서 수많은 인간관계를 유지하려면 서로가 부담을 느끼지 않는 선에서 영리하게 관계를 유지하는 전략이 필요합니다.

 

'관계 정리'는 관계를 관리하는 첫 단계입니다. 불필요한 관계는 주기적으로 정리하는 것인데요. 최근 일본에서는 인간관계로 인한 스트레스를 해소하고자 관계 자체를 초기화하는 '인간관계 리셋 증후군'이 늘고 있습니다. 마음이 잘 맞지 않는 상대에게 억지로 나를 맞추기보다는 관계를 정리하고 새로운 만남을 준비해요. 기존 SNS 계정을 '폭파'하고 새로 만들기, 스마트폰 연락처 모두 삭제하기, 심지어는 지인들에게 알리지 않고 이직 또는 이사하기 등의 행동으로 관계 리셋을 시도합니다.

 

정리가 끝나면 남은 관계를 전략적으로 더 잘 유지하고 관리해요. 적당히 친한 관계의 상대와는 스트레스를 받지 않을 정도로만 거리를 두며 친분을 유지합니다. 직접 만나지 않아도 다양한 방식으로 관계를 유지, 보수할 수 있어요. 내 근황을 항상 SNS에 공개해두고 있으니 소소한 일상 소식을 굳이 타인에게 일일이 전할 필요가 없습니다. 친구가 올려놓은 인스타그램 스토리에 답장을 보내고, 게시글에 댓글을 달거나 ‘좋아요'를 누르기만 해도 서로 부담 없이 오랜 기간 인연을 이어갈 수 있어요.

 

관계 관리를 위한 소통의 도구 역시 무척 다양해지는 추세입니다. 친한 친구들끼리는 메모장, 일정표 등을 통해 아주 사소하고 사적인 것까지 공유하며 관계를 돈독히 해요. '미슐랭 맛집 도장 깨기'처럼 공통 관심사 목록을 공유하는 것만으로 "당신과 친하다"라는 것입니다.

 

본인의 개인 일정표를 공유하며 관계를 돈독히 하는 사람들도 있어요. ‘투두메이트’는 오늘 할 일을 점검하는 체크리스트 중심의 일정 관리 앱입니다. Z세대들은 이 생산성 앱의 공유하기 기능을 마치 SNS처럼 활용해요. 손 필기 앱인 ‘굿노트’도 소통 플랫폼으로 사용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일기장 템플릿'을 만들어 링크를 전송하면 친구들끼리 서로의 일기장을 볼 수 있어서 상대방과 통화하거나 메시지를 주고받지 않아도 서로의 일상을 잘 알 수 있어요.

 

"당신과의 관계를 이어나가고 싶다"라는 메시지를 가장 손쉽게 전달할 수 있는 방법은 역시 '선물하기’입니다. 평소 연락을 자주 하지 않더라도 계속 유지하고 싶은 관계라면, 생일과 같은 특별한 날에 기프티콘을 보내 '내가 당신을 기억하고 있음'을 표현해요.

 

# 인덱스 관계의 등장 배경

색인을 붙였다 뗐다 하며 관계의 효용성을 높여가는 인덱스 관계가 우리 삶에서 점차 뚜렷이 나타나는 이유는 다양한 소셜미디어를 통해 불특정 다수와 소통하는 시대가 되면서, 우리가 관리해야 하는 관계의 숫자 또한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했기 때문입니다.

 

팬데믹이 가져온 관계의 재정의

전 세계를 혼란에 빠뜨린 코로나19 팬데믹은 우리로 하여금 관계란 무엇인가? 돌아보게 만들었는데요. 아무도 만나지 못하고 집 안에서만 생활하면서 우리가 기댈 수 있는 관계란 기존에 형성된 지인 관계뿐이었습니다. 새로운 관계를 만들 수 있는 창구는 익명의 사람들과 소통하는 소셜네트워크 공간, 온라인 커뮤니티 공간이 유일했죠. 사회적 거리 두기를 위해 집 안에 머무는 동안 '온라인 관계는 오프라인 관계를 보조한다'가 아니라, '온라인 관계는 그 자체로 독자적으로 존재한다'라는 새로운 명제가 증명된 것이랍니다.

 

사실 코로나가 아니었더라도 우리 삶 속에서 인덱스 관계는 빠른 속도로 성장하고 있었어요. '목적 관계'나 ‘랜덤 관계'가 등장한 이유는 더 이상 현대인이 기존 친구들과 같은 생애 주기를 살고 있지 않기 때문입니다. 과거에는 비슷한 나이의 친구들이라면 학교 입학과 취업, 결혼과 출산도 거의 비슷한 시기에 겪었지만, 요즘에는 같은 30대여도 결혼해 자녀를 둔 친구가 있는가 하면, 아직 미혼으로 독립 인생을 즐기는 친구도 있죠. 당연히 동일한 이슈로 정보를 공유할 기회도 줄어들었습니다.

 

이때 각종 정보 교류의 역할을 대신하는 것이 바로 온라인이었어요. 인터넷 커뮤니티, 오픈 채팅방에서 취업과 결혼, 출산과 유아와 관련된 정보를 주고받습니다. 개인적인 고민을 들어주고 상담해 주던 베프 대신, 온라인 카페에 고민 글을 올리면 회원들이 댓글로 해결책을 제시해 주는 것이 자연스러운 풍경이 됐어요.

 

자기중심적 관계 관리

그렇다면 왜 사람들은 관계에 인덱스를 붙였다 뗐다 하면서 전략적으로 관리해 나갈까요? 이는 모든 관계에서 '자기중심성'이 강조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예전에는 나를 불편하게 만드는 관계라도 참고 견디며 잘 유지하는 것이 미덕이었지만, 요즘엔 그런 관계라면 차라리 없는 편이 더 낫다고 생각하죠. 저 사람과 인연을 만들고 어느 정도 수준으로 관계를 지속할지 결정도 내가 할 수 있는지가 중요한 기준이 됐습니다.

 

인덱스 관계에서 핵심 축을 차지하는 소셜네트워크는 기본적으로 관계 관리 측면에서 자기중심성이 강한 매체입니다. 언제든 누군가를 팔로잉 할 수 있고, 언제든 그만둘 수 있어요. 최근에는 누구에게 나의 SNS를 어디까지 공개할지도 지정할 수 있어 관계를 관리하기가 더욱 쉽습니다.

 

소셜네트워크는 '비동기 커뮤니케이션'이란 점에서도 자기중심성이 높아요. 이메일, 문자 메시지, 인스타그램 DM, 페이스북 메시지, 게시글 댓글 달기처럼 시차를 두고 대화하는 비동기 커뮤니케이션은 '상대방에게 언제 대답할지'를 스스로 결정할 수 있습니다.

 

# ‘인간관계'가 새로운 국면에서 찾는 행복

미국 경제사회 학자 마크 그라노베터(Mark Granovetter)는 논문 <약한 유대관계의 힘(The Strength of Weak Ties)>에서, 사람들의 인간관계는 소수와 이루어진 '강한 연결'과 다수와 연결된 '약한 연결'로 나뉘는데, 의외로 약한 연결이 구직 기회 등 삶에 필요한 양질의 정보를 더 많이 제공한다고 밝혀냈어요.

 

소수의 친한 사람들로만 구성된 네트워크는 생활환경이 비슷한 데다 정보가 서로 중복되어 새로운 정보를 획득할 기회가 오히려 적은 것이죠. 이사, 해외 파견 등 낯선 지역으로 이동이 잦은 시대에 인덱스 관계와 같은 새로운 관계 맺기 방식이 없었더라면 사람들이 느끼는 외로움은 한층 더 커졌습니다.

 

사회학자 로빈 던바(Robin Dunbar)는 아무리 활발한 사람이라 할지라도 인지적 측면과 시작적 측면의 한계 때문에 한 사람이 안정적으로 유지할 수 있는 관계는 최대 150명을 넘지 못한다고 분석했어요. 하지만 새로운 각종 소셜네트워크의 홍수 속에서도 그의 주장은 여전히 유효할까요?

 

사람들은 이제 유한한 자원 안에서 새로운 수단을 활용해 더 효율적이고 영리한 전략으로 관계를 넓혀가고 있습니다. 개인주의화되는 '나노 사회’를 살아가는 현대인이 관계 맺기의 양상이 변화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죠. 인간사에서 가장 중요한 '인간관계'가 새로운 변화의 국면을 맞고 있습니다. 문제는 다양한 인덱스 관계가 사람들의 사이를 가로지르는 사회에서 우리가 어떻게 더 행복한 인간관계를 맺어나갈 수 있느냐로 귀결되고 있어요.

 

자료: 서울대 소비트렌드분석센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