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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워도, 삶아도, 쪄도 맛있는 9월 제철 음식 가을 새우

우리 집 냉장고에 절대 떨어지지 않는 재료가 있어요. 일상적으로 밥을 해먹는 집이니 대파, 양파, 고추, 달걀 등은 당연하고, 꼭 사두는 재료는 바로 냉동 새우입니다. 손바닥을 가득 채울 만큼 큰 새우, 손가락 두어마디 만한 작은 새우 이렇게 두 종류를 구비해둡니다. 게다가 시장에서 껍질 있는 새우를 싸게 판다 싶으면 구입해서 바로 냉동해 두기도 해요. 새우는 후다닥 밥상을 차릴 때 아주 유용해요. 작은 새우를 볶음밥이나 카레에 넣으면 보는 맛, 씹는 맛에 풍성함을 더하죠. 큰 새우는 마늘 향을 우려낸 기름에 소금, 후추로 간하여 볶아 내기만 해도 일품요리가 되기도 합니다. 껍질 있는 새우는 국물 요리 끓일 때 한두 마리만 넣어도 시원한 감칠맛이 살아나고요. 별 솜씨 없이도 꽤 푸짐한 상을 차릴 수 있게 해주는 게 새우에요. 냉동 새우가 이 정도인데 생생한 새우의 위력을 떠올리니 절로 군침이 돕니다. 바로 지금, 감칠맛 폭발하는 싱싱한 가을 새우가 우리에게 달려올 때입니다.

글_김민경(푸드 칼럼니스트)

 

 

새우는 가을이 되면 먹이를 따라 우리나라 바다로 돌아옵니다. 그래서 가을에 많이 잡혀 제철로 알려지게 된 것이죠. 하지만, 요즘 우리가 흔히 먹는 새우는 대체로 양식입니다. 일반적으로 자연산 ‘대하’와 양식 ‘흰다리새우’로 구분을 해요. 사실 ‘대하’는 새우의 크기를 말하는데 어쩌다 보니 ‘자연산’을 일컫는 말로 통하게 됐어요. 대하와 흰다리새우의 맛이 크게 차이가 나지는 않으며 싱싱할 때 먹는 새우가 제일 맛있어요. 그래도 대하와 흰다리새우는 가격 차이가 많이 나니 구분법 정도는 알면 좋겠죠?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것은 수염의 길이입니다. 자연산은 수염이 몸집의 2~3배 정도로 길고, 흰다리새우는 한 뼘 정도로 짧아요. 꼬리 색도 다른데, 자연산은 초록, 노랑, 올리브그린처럼 여러 색이 맴도는 반면, 양식산은 단조로운 검붉은 색입니다. 몸통 아래 달린 작은 다리의 색이 분홍이면 자연산, 회색에 가까우면 양식산이고요. 머리에 있는 뿔, 더듬이 길이 등에서도 차이를 보이지만 이동 중에 파손될 수 있어 구분이 어려워요. 마지막으로 자연산은 대체로 죽은 채로 유통되고, 양식은 시장에 올 때까지 살아 있는 경우가 많죠. 사실 자연산 대하가 도시의 작은 슈퍼마켓까지 도착하는 경우는 드물어요. 대체로 산지에서 소비되죠.

 

싱싱한 새우는 탄력과 윤기가 눈에 띄어요. 흠 없는 몸집에선 빛이 나고 만져봤을 때 탄탄합니다. 머리, 다리, 꼬리 등이 떨어져 나가거나 부서지지 않고 잘 붙어 있어야 하고요. 색은 너무 검지 않고 은회색이 감돌아요. 눈으로 보고 살 때는 크기를 가늠할 수 있지만, 인터넷으로 구매한다면 새우의 크기가 궁금하겠죠. 이럴 때는 16/20, 30~40미 또는 21/25 40~50미 정도는 사야 양식일지라도 ‘대하’ 즉 큰 새우 먹는 맛을 즐길 수 있습니다. 16/20은 1파운드(약 453g)당 새우의 마릿수를 이야기합니다. 30~40미는 1kg당 새우의 마릿수를 말하고요. 같은 무게에 새우 마릿수가 적을수록 더 크다는 의미입니다.

 

싱싱한 새우는 불만 쪼여도 맛있어요. 솜씨는 부엌 밖에 두고 요리해도 된다는 말이죠. 가족이 둘러앉아 함께 먹기 좋은 건 소금구이가 좋습니다. 껍질이 있다면 가볍게 헹구고 아이들이 먹다가 다칠 수 있으니 머리에 있는 단단한 뿔, 긴 더듬이나 수염, 꼬리에 있는 단단하고 뾰족한 물총은 가위로 잘라내세요. 새우 머리와 꼬리를 잡고 구부린 다음 등 쪽 2~3마디 정도에 꼬치를 관통해 쑥 들어 올리면 실처럼 생긴 회색의 내장도 빼낼 수 있어요. 싱싱한 새우를 완전하게 익혀 먹는 요리라 내장을 굳이 빼지 않아도 괜찮아요.

 

넓은 프라이팬을 준비해 쿠킹포일을 두어 장 단단하게 깐 다음 굵은 소금을 펼쳐 올려요. 손질한 새우의 물기를 털어 빈틈없이 올려 구우세요. 이때 잠깐 뚜껑을 덮어 익히면 속까지 빨리 익어요. 살구색을 거쳐 자홍색으로 잘 익은 새우는 그대로 건져 호호 불며 껍질을 벗겨 먹습니다. 탱탱한 살집을 씹을 때마다 달고 구수한 감칠맛이 쭉쭉 배어 나오죠. 고추냉이 간장에 찍어 먹기도 하지만, 아무 양념 없이 먹어도 바다의 꿀맛이 가득해요. 똑똑 떨어지는 머리는 따로 모아두었다가 기름에 튀기거나 버터에 다글다글 볶아 꼭 드세요. 바삭한 머리 안에 고소함이 가득 차 있거든요.

 

요즘 파란 하늘이 보랏빛으로 저무는 석양이 정말 아름답죠. 이럴 때는 스페인 풍의 ‘감바스 알 아히요’를 보글보글 끓여서 술 한 잔 어떠세요? 아이들이 있다면 파스타를 곁들여 주면 되니 술안주와 끼니를 모두 해결할 수 있습니다. 좋은 새우만 있다면 스페인 요리라고 해도 무엇보다 간단히 끝낼 수 있죠. 새우는 머리와 꼬리만 남기고 껍질을 벗겨주세요. 머리와 꼬리에서 나오는 감칠맛으로 오일에 풍미가 더해집니다. 뿔, 더듬이, 수염, 물총은 제거해주세요. 저는 보통 새우 등의 곡선을 따라 길게 칼집을 냅니다. 익는 동안 새우의 모양이 꽃처럼 피어나서 예쁘거든요. 새우, 통마늘, 마른 고추(페페론치노)만 있으면 준비는 끝! 물론 냉장고 속에 올리브, 파프리카, 브로콜리, 버섯, 호박, 허브(특히 이탈리안 파슬리) 등 무엇이든 넣을 재료가 있다면 먹기 좋게 손질해 두세요.

 

깊이가 있는 프라이팬에 통마늘이 2/3 이상 잠길 만큼 올리브 오일을 부어요. 기름을 살짝 달구고 마늘을 손바닥 또는 칼 면으로 눌러 으깨 넣으세요. 그래야 향이 잘 퍼지고 빠르게 익어요. 향긋한 마늘향이 나면 마른 고추(아이가 먹을 거라면 빼도 좋아요)와 새우, 준비한 채소를 넣고 보글보글 끓여요. 끓이는 동안 빵은 얇게 썰어 바삭하게 굽고, 파스타도 삶아 두면 좋겠죠. 빵 위에 새우와 채소를 얹거나, 오일에 빵을 푹 적셔 먹어요. 파스타는 새우 오일에 한 번 볶으면 더 맛있지만 살살 비벼 먹어도 충분히 맛있어요.

 

치즈 듬뿍 얹은 새우구이도 빼놓을 수 없죠. 치즈를 얹기 전에 새우는 한 번 조리해야 합니다. 생 새우에 바로 치즈를 얹어도 괜찮지만 물이 빠지며 조금 눅눅해질 수 있어요. 찜기를 이용해 물이 끓을 때 새우를 올려 5분 정도 살짝 쪄서 껍질을 벗기거나, 미리 새우 껍질을 벗겨 버터나 식용유에 마늘을 넣고 달달 볶아 초벌로 익히는 방법이 있어요. 당연히 후자가 더 맛있겠죠? 익힌 새우를 내열용기에 나란히 놓거나, 긴 꼬치에 줄줄이 끼워 놓습니다. 그 위에 여러 가지 치즈를 섞어 올려 치즈가 녹을 때까지 구워 낸 다음 통후추를 갈아 살짝 뿌려 완성해요. 한 가지 치즈보다 여러 가지 치즈를 섞어 올리면 색도 맛도 더 좋아져요.

 

 

새우를 먹을 때 콜레스테롤 수치가 걱정되기도 합니다. 하지만 새우에는 오메가3와 불포화지방산이 풍부해 오히려 중성지방 수치를 낮춰 혈관 건강에 도움을 준다고 합니다. 게다가 좋은 아미노산과 단백질이 풍부하고, 키토산과 타우린 성분이 있어 간 기능을 좋게 하죠. 피로물질을 없애주는 아스파라긴산까지 있으니 계절이 변하는 이때 싱싱한 새우로 몸에 기운도 채우고, 감칠맛도 신나게 누려보면 어떨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