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로 하나 된 우리
이른 아침 구장의 공기는 차갑고도 싱그러웠다. DB그룹 각 계열사의 야구동호회 멤버들이 한 자리에 모여 승부를 가리는 날, 경기도에 자리잡은 이 야구장 주위도 건강한 기운으로 가득 찼다.
작은 공이 엮어준 오랜 인연
‘DB그룹 계열사 친선 야구대회’의 시작은 2007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계열사 간 화합과 소통을 위해 매년 1~2회 친선 대회를 개최해 온 것이 어느덧 16회를 맞이했다. 그동안 경기는 부천, 송도, 김포, 음성, 시흥 등 여러 곳에서 진행됐다. 2013년부터 경기는 시설 좋기로 유명한 경기도 여주의 양섬 야구장에서 치르고 있다.
각 동호회는 매월 2회씩 연습과 경기를 진행하며 실력을 쌓고 있다. 동호회 역사는 계열사마다 다르지만 야구에 대한 애정과 자부심은 다를 게 없다. 바쁜 일정과 변덕스러운 날씨도 이들의 열정을 막진 못한다. 대부분의 회원들은 이날 경기를 위해 오전 6시부터 부지런히 움직였다.
DB손해보험 충청지역 멤버들은 야구장 근처에서 합숙을 했다. 대전, 광주, 순천 등 먼 곳에서 이동해야 하는 이유도 있지만 1년 중 가장 큰 행사를 잘 치러내기 위해 단합의 시간을 가진 것이다. DB하이텍 동호회원들 역시 하루 전부터 모여 컨디션을 조절했다. 선수들은 “오랜만에 DB 가족들을 만나 경기하려니 무척 설렌다”며 대회에 대한 기대감을 내비쳤다.
올해 대회는 DB손해보험(서울, 충청), DB생명, DB금융투자, DB하이텍 총 5개 팀이 출전했다. 이번 대회는 DB손해보험 서울의 ‘DB프로미’와 DB하이텍 ‘칩스’의 경기로 시작되었다. 선수들은 “굿 볼”, “좋아”, “달려” 등의 응원 구호를 외치며 경기에 활력을 불어넣었다. 결과는 13:10으로 DB프로미가 승리했다. DB프로미는 지난해 우승 팀답게 마지막 이닝까지 리드를 지켜냈다.
제1경기가 마무리되고 개회식이 열렸다. 각 팀을 이끄는 감독들은 이 자리에서 대회에 대한 각오와 포부를 밝혔다. 황교광 대회장은 “무엇보다 중요한 건 다치지 않는 경기를 하는 것”이라며 “부상자 없는, 안전하고 즐거운 시간이 되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주의사항을 다시 한번 새긴 선수들은 2개 구장으로 흩어져 경기를 시작했다.
DB라는 울타리 속에서 보낸 건강한 시간
제2경기는 라이벌 DB손해보험 서울 ‘DB프로미’와 충청 ‘DB손해보험야구단’의 대결. 두 팀은 야구동호회의 진정한 강자를 가려내겠다며 출사표를 던졌다. 같은 시각 DB금융투자의 ‘해피플러스’와 DB생명의 ‘백년친구’도 그라운드 위에 섰다. 양 팀 선수들은 초반 기선제압을 위해 눈에 불을 켰다. 경쾌한 타격음이 경기장을 울리고 소중한 득점이 하나 둘 쌓여갔다.
DB하이텍 감독을 맡고 있는 정재훈 수석은 친선 대회가 회사 생활에 도움이 된다고 단언한다. 실제로 경기 전 더그아웃에 모인 선수들의 모습에서 그런 모습이 묻어났다. “같은 ‘DB인’이라도 다른 계열사 분들과 마주칠 일이 거의 없어요. 동호회 활동을 계기로 친선 야구대회에 참석하고서야 서로 얼굴을 익히게 됐는데 반갑고 참 좋아요. 야구가 DB인을 하나로 묶어줬다고 할 수 있죠.”
파울의 아쉬움, 센스 있는 주루, 순간순간의 호수비들이 이어졌다. 계절은 12월을 향하고 있었지만 대회장의 열기는 한여름 태양만큼 뜨거웠다. 그동안 대회를 위해 묵묵히 살림을 꾸려온 배득언 사무장은 “야구는 절대 혼자 할 수 없는 스포츠라는 점에서 매력적”이라고 말했다. “2014년부터 사무장을 맡아 일하고 있어요. 매년 장소 섭외도 해야 하고 준비할 것들이 꽤 많지만 힘들기보다는 즐거워요. 야구는 끝날 때까지 결과를 알 수 없는 게 인생과 닮은 것 같아요. 월등히 잘하는 팀이 무조건 이기는 것도 아니고요. 그래서 야구가 좋아요.”
어느덧 해가 저물고 마지막 경기까지 치러졌다. 자그마치 7시간에 걸쳐 진행된 대회는 성공적으로 마무리됐다. 제16회 DB그룹 친선 야구대회의 우승은 가장 많은 인원이 참가한 ‘DB손해보험야구단’에게 돌아갔다. 지난해에 이어 2연패를 노렸던 ‘DB프로미’는 준우승에 만족해야 했다. 선수들은 대회를 위해 고군분투한 모든 참가자들에게 아낌없는 박수를 보냈다. 황교광 대회장을 비롯한 운영진은 앞으로도 대회의 번영을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을 약속했다.
취미가 같은 DB인들이 DB라는 울타리 속에서 함께 주말을 보내는 모습이 더없이 건강해 보였다. 너무 많은 일들이 빠르게 일어났다 사라지는 요즘, 꾸준한 것만큼 값진 일도 없을 것이다. DB그룹 친선 야구대회가 오랜 전통을 가진 행사로 자리매김하길 바라며 야구에 대한 이들의 열정에 아낌없는 찬사를 보낸다.
올해의 우승팀 DB손해보험 충청 ‘DB손해보험야구단’
충청사업본부와 충청 대인보상센터 직원들을 주축으로 활동 중이다. DB그룹 친선 야구대회에 참가한지는 3회 밖에 되지 않았지만 올해 우승기를 차지한 무서운 팀이다. 내년에도 이 기세를 이어 연승할 수 있도록 한 해 동안 열심히 준비할 계획이다.
내년엔 완전체로 DB손해보험 서울 ‘DB프로미’
지난해 우승팀. 올해는 동호회원 다수가 개인 사정으로 불참하는 바람에 패배의 쓴맛을 봤다. DB 가족들과 선의의 경쟁을 펼쳤다는 것에 의의를 뒀다. 내년엔 반드시 완전체로 등장해 우승기를 되찾을 생각이다.
전통의 강호 DB하이텍 ‘DB칩스’
DB하이텍에서 가장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동호회이다. 반도체의 특징을 살려서 동호회 이름을 지었다. 아주 가끔 과자 만드는 팀으로 오해 받기도 한다고.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아쉽게 우승을 놓쳤다. 내년에는 반드시 우승기를 찾아 올 수 있도록 맹훈련에 돌입할 예정이다.
과거의 영광 재현할 것 DB금융투자 ‘해피플러스’
2008년 금융감독원이 주최하는 금융단리그에 참여하면서 본격적으로 활동을 시작, 이듬해 첫 승을 거뒀다. 업계 특성상 이직이 많지만 OB와 YB가 야구로 끈끈하게 뭉쳐있다. 제1회 DB그룹 친선 야구대회부터 빠짐없이 참여한 것에 자부심을 느낀다.
팀워크만큼은 1등 DB생명 ‘백년친구’
야구로 화합하는 17년 차 동호회. 초창기 때는 2년 연속 우승기를 거머쥔 저력 있는 팀이다. 최근 회원들의 사기진작을 위해 운동복, 헬멧 등 개인 장비를 모두 교체했다. 올해는 좋은 성적을 거두지 못했지만 열심히 준비해서 내년엔 꼭 우승팀에 이름을 올리겠다는 각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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