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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의 삶 속에서 발견한 크고 작은 낭만 <문도 멘도 : 판타스틱 시티 라이프>

그라운드 시소 서촌에서 어느새 새로운 전시를 시작했다는 소식을 듣고 빠르게 다녀왔습니다. 이번에 그라운드 시소 서촌에서 준비한 전시는 일러스트레이터 ‘루이스 멘도’의 예술 세계를 조명했습니다. 도쿄 기반의 낭만 일러스트레이터인 루이스 멘도는 스페인 살라망카 출신으로 유럽 등 대도시에서 20여 년간 아트디렉터로 활동하다가 가족과 함께 도쿄에 정착하며 본격적으로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그렇다면 지금부터 루이스 멘도가 누구인지, 그리고 루이스멘도의 폭넓은 예술 세계에 함께 들어가 보실까요?

 

# 문도멘도 : 판타스틱 시티 라이프

도시의 삶 속에서 발견한 낭만을 그리는 일러스트레이터

• 기간 : 23.06.30(금)-23.12.03(일)

• 위치 : 그라운드시소 서촌(서울시 종로구 자하문로6길 18-8)

• 운영 : AM10:00 – PM 07:00(티켓 마감 6시, off time 12:30-13:30)

• 티켓 : 1인 15,000원 / 얼리버드 7,500원

              *매월 첫 번째 월요일 휴무

 

루이스 멘도는 롤러코스터 같은 도시의 삶 속에서 그가 발견한 크고 작은 낭만을 작품으로 표현합니다. 회색 도시의 스카이라인, 출퇴근 길 지하철 등 대단한 사건이 벌어지지 않은 도시의 익숙한 풍경들은, 평범하지만 마치 영화처럼 어떠한 이야기 속으로 끌어당기는 힘이 있습니다. 섬세한 테크닉과 감성을 자극하는 루이스 멘도만의 그림체는 애플, 포브스, 뉴욕 타임스 등 세계적 기업의 시선을 끌었고 곧 도쿄를 대표하는 아티스트로 자리매김하게 되었죠.

 

이번 전시는 작가의 아바타인 멘도와 함께 도시의 골목을 탐험하다 집으로 돌아가는 여정을 담은 총 3개의 큰 파트로 구성되어 있답니다. 그렇다면 멘도씨와 함께 길을 나서 볼까요?

 

# Theme1.(2F)

WHO IS LUIS MENDO?

스페인 출신의 평범한 시골 소년이 아트 디렉터가 되어 유럽 대도시의 삶을 즐기다가 지구 반대편 일본에 정착해 돌연 그림을 그리게 된 이유는 과연 무엇일까요? ‘그림을 그리는 것 외에는 취미는 없다’라는 그의 말처럼 단칸방 작업실에서 그려낸 루이스 멘도의 작업물들은 모아보니 방대한 양이 말 그대로 ‘멘도월드’가 따로 없었다고 합니다.

 

전시의 제목에 있는 ‘문도 멘도’의 ‘문도(Mundo)’는 스페인어로 ‘세계’라는 뜻으로 첫 번째 보이는 공간에서는 루이스 멘도의 세계, ‘문도’ 멘도가 펼쳐집니다.

 

첫 번째 주제, ‘문도 멘도’ 루이스 멘도의 세계를 소개하는 공간에서는 초기 스케치북부터 아이패드를 활용해 다양한 툴로 그려낸 삽화, 드로잉 등 450여 점을 한 공간에서 만나볼 수 있습니다. 한 작가가 모두 그린 것으로 생각하기 어려울 만큼 정말 다양한 시선과 색채, 화풍이 담겨 있지요. 디지털 드로잉을 접한 후로는 아날로그 드로잉을 하지 않는다고 말하는 멘도의 작품은 그의 말과는 달리 아날로그가 줄 수 있는 따뜻한 감성들이 그대로 녹아들어 있습니다.

 

이런 감성을 아이패드로 그려냈다고 하니 그 또한 대단한 능력 아닐까요? 드로잉을 하나하나 보다 보면 여기저기에서 그의 한 마디들을 읽을 수 있어 소소한 재미를 느낄 수 있답니다.

 

# Theme2.(3F)

CITY SCAPES – SCENES - LIGHTS

도시와 사랑에 빠진 멘도. 두 번째 공간에서는 도심 한복판에 떨어진 멘도의 시각으로 바라본 세계 곳곳의 스카이라인과 일상적 풍경, 낮부터 밤까지의 도시의 모습들 그리고 도시의 야경이 펼쳐집니다.

 

세계 곳곳의 스카이라인을 따라 여행하다 보면 그가 품었던 도시에 대한 환상을 엿볼 수 있을 것 같기도 합니다.

 

내가 살고 있는 도시는 어떤가요?

전시의 한중간에 설치되어 있는 참여형 작품입니다. 자유롭게 준비된 펜과 종이를 들어 각 구에 대한 생각과 나의 장소 등에 대해 적어 코멘트를 남길 수 있는데 무언가 적을 말이 생각나지 않더라도 나의 동네에 적힌 코멘트를 읽어 보는 것도 새로운 재미일 것 같아요. 내가 좋아하는 장소, 들어봤지만 가보지 않았던 장소들을 새롭게 발견하는 계기가 될 수 있으니까요.

 

평일 아침 8시, 출근길 가득 찬 지하철의 풍경, 퇴근 시간에 피곤함에 지쳐 잠든 사람 그리고 사이좋게 기대어 잠든 커플의 따뜻한 모습들. 어떻게 보면 평범한 나의 일상이지만 멘도의 시선에 특별하지 않은 순간은 없어요. 멘도는 정처 없이 도시를 누비며 밤새 고요했던 지하철역에 생기가 가득해지는 아침, 창문의 빛이 하나둘 켜지는 일몰의 순간 등 변화의 순간 뒤에 숨겨진 이야기로 상상의 나래를 펼쳐 나갑니다.

건축물, 시가지, 음식, 사람 등 새로운 환경과 문화를 접하며 시각적 자산을 넓고 깊숙이 축적한 멘도는 그에 작가적 시각을 더해 작품을 그려냅니다. 어느 순간 길가를 걷다 무심결에 보았던 그 장면이 어느 날은 그림으로 그려집니다. 간혹 작품을 응시하며 시선을 돌리다 보면 길게 멘도의 코멘트가 쓰여 있는 것을 종종 발견할 수 있어요. 그가 어떤 생각을 했는지, 왜 이런 장면을 그림으로 그려내고 싶었는지에 대한 소소한 이야기를 읽다 보면 작가와 얘기를 나누며 전시를 보는 듯한 기분을 느낄 수 있습니다.

유독 매력적이었던 멘도의 작화 스타일 중 하나는 실제로 그림에 빛이 내리쬐고 있는 게 아니지만 전구가 만들어 내는 빛이 진짜 햇살인 것처럼 느껴지는데, 다양한 빛이 만들어 내는 그림자의 영역을 가장 사실적이면서 따뜻하게 표현한 작품들이었다고 생각합니다.

 

도시의 골목골목을 관찰하던 멘도의 시선은 조금 더 깊이 들어가 일상생활에서의 도시인의 모습들을 그려내기도 합니다. 인쇄소에서, 우체국에서 그리고 전시장에서 여러 장소에서 하루를 살아가고 있는 어딘가 낯이 익은 모습들이 보입니다. 그림의 전체적인 색감을 통해 이때가 노을이 질 무렵인지, 아침 동이 트는 즈음인지 추측해 내는 것 또한 재미있는 요소 중 하나입니다.

그리고 도시의 불빛들. 밤이 되면 우리가 살고 있는 도시는 숨겨왔던 또 다른 환상적인 풍경들을 드러냅니다. 멘도가 사랑했던 도쿄의 밤을 함께 감상해 보세요. 특히 야경을 담은 이 구간에서는 작품 뒤에 빛을 투영하여 실제 야경을 보는 듯 더욱 입체적인 그림을 눈에 담을 수 있습니다.

# Theme3.(4F)

THE HOME STAYERS-MY DEAR FAMILY

그라운드 시소 서촌의 가장 메인 공간이라고도 할 수 있는 4층은 빛이 들어오는 따뜻한 삼각형 유리창과 문 바깥으로 나가 탁 트인 공간에서 그라운드 시소 건물을 내려다볼 수 있는 루프탑이 있는 층입니다. 같은 공간이지만 매번 바뀌는 전시마다 그 공간을 이번에는 어떻게 꾸몄을까 궁금해지는 공간이지요. 이번 전시에서는 커다란 고양이가 앉아 있는 소파를 마주했습니다.

가장 편안하게 자신의 취향에 맞게 디자인된 공간은 바로 ‘집’이 아닐까요? 4층에서 만나는 3번째 공간에서는 팬데믹이 세계를 덮쳤을 때, 저마다의 방법으로 집에서 행복을 찾는 사람들을 그려낸 시리즈와 도쿄에 살고 있는 멘도 가족의 일상을 소개하며 전시는 마무리된답니다.

 

무언가를 그리는 것에 열중하고 있는 사람, 피아노 치는 모습을 영상으로 남기는 사람, 마티니를 마시며 아치형 발코니에서 휴식을 취하는 사람, 집안 어른들의 초상화가 걸려 있는 집에서 일을 하는 아내의 모습 등 실제로 봤던 여러 장면에 멘도만의 상상력을 더해 탄생한 사람들의 집을 볼 수 있습니다.

“수영복을 입고 햇볕이 잘 드는 날에 책을 읽는 사람, 배경은 뉴욕이나 파리를 생각했다. 그림 속 주인공은 해변에 갈 여유가 없거나 귀찮아하기 때문에 집에서 햇볕을 즐기는 인물로 설정했다. 집을 떠나지 않고도 많은 걸 할 수 있으니까”

 

상상력을 덧붙여 그려낸 그림들 옆에는 어떤 생각을 하며 그림을 그렸는지 알 수 있는 코멘트가 남겨져 있습니다.

“뉴욕, 서울, 도쿄 등 태어나고 사는 곳이 달라도,

우리는 똑같이 은신처가 필요한 취약한 인간일 뿐이다.

우리는 모두 같은 공간, 즉 ‘집’에서 머무는 사람들이다.”

 

안락한 소파 위에 누워 바라보는 창밖 풍경이 다채로운 건 도시만의 낭만입니다. 이 공간에서 저마다의 취향과 개성이 담긴 집을 구경해 보세요.

 

4층에는 야외로 나갈 수 있는 루프탑 공간이 마련되어 있습니다. 이곳에는 전시 첫 번째 테마였던 ‘문도 멘도’에서 자주 등장한 의인화된 새 모양의 풍선 모형이 연출되어 있습니다. 작가는 자신의 시그니처 캐릭터를 새로 의인화하여 매년 생일마다 새로운 자화상을 ‘새’로 표현하곤 했죠. 아마도 이 풍선은 루이스 멘도 작가의 모습이겠죠? 자유롭게 세상을 그리고 다니는 멘도의 모습과 함께 사진을 남겨보는 재미도 있을 것 같습니다.

 

전시의 마지막 공간, 작가에게 진정한 집은 바로 본인의 소중한 가족들이 아닐까요? 한 여인의 남편이자, 두 아이의 아빠, 고양이 집사이기도 한 루이스 멘도. 아무리 낭만적이라도 화려하고 빠르게 돌아가는 도시 속에서 빠져나와 내 가족의 공간으로 돌아갈 수 있다는 아늑함, 문도가 가장 사랑한 도시는 바로 ‘집’입니다. 이 작은 공간에서는 문도가 얼마나 가족을 사랑하는지 그 따뜻한 마음을 엿볼 수 있었습니다.

 

“내 활동반경의 중심은 집이다.

일과 후 가족들과 함께 돌아가는 곳,

우리에게 중요한 책과 물건들을 간직하는 곳,

그리고 우리가 함께 있는 것을 즐길 수 있는 곳.”

 

일과 후 가족들과 문도의 어린 딸이 우비를 입고 귀엽게 뛰어다니는 모습을 그리기도 하고, 아내의 모습을 그리기도 합니다. 그리고 멘도의 가족들에 대한 소개를 담은 짧은 만화와 가족에 대한 귀여운 일화로 따뜻해진 기분을 가지며 전시의 관람을 마칠 수 있었습니다.

건물 1층으로 내려오면 전시 공간에서 봤던 그림 중 몇 점을 뽑아 핸드폰 케이스와 엽서, 마스킹 테이프와 포스터 등으로 만든 굿즈들을 구매할 수 있습니다. 다른 전시들과 달리 이색적이었던 굿즈로는 아이패드로 그림을 그리는 작가의 컨셉에 맞춰 아이패드 굿즈들도 함께 판매되고 있는데, 다양한 노트 양식과 펜촉들 그리고 종이 질감의 필름도 구매가 가능하답니다.

 

빛과 색채의 마법사 같은 루이스 멘도의 작품, 어떠셨나요? ‘디지털 아날로그’라는 수식어를 달고 다니는 그의 모든 작업은 디지털로 되어 있지만 종이의 질감과 손으로 그린 듯한 촉감을 품고 있답니다. 아마도 작가의 따뜻한 시선과 긍정성이 더해졌기 때문이겠죠? 드로잉과 삽화를 포함해 450여 점이나 되는 그의 작품들은 그라운드 시소 서촌에서 올해 12월 3일까지 만나볼 수 있습니다. 낭만 일러스트레이터 루이스 멘도의 전시와 함께 아날로그적 감성에 흠뻑 빠져보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