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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CG없이 가능하다고? <요시다 유니 : Alchemy>

CG가 아니라 모두 수작업으로 만든 작품 사진이라는 말에 SNS가 떠들썩했던 이 사진, 기억하시나요? 이 작품은 일본의 아트 디렉터 ‘요시다 유니’의 작품이라고 합니다. 생명력을 지닌 꽃과 과일의 시간적 유한성을 뛰어넘어 영원의 순간으로 담아낸 그녀의 작품들은 아날로그 수작업의 절정을 보여줍니다. 광고, 패션, 잡지 그리고 아티스트들의 비주얼을 만들어 내는 아트 디렉터 요시다 유니 만의 독특하고 신비로운 230여 점의 작품들을 함께 경험해 보실까요?

 

# < YOSHIDA YUNI : Alchemy >

전세계를 무대로 패션, 광고, 아티스트의 비주얼을 디렉팅하는 요시다 유니의 여정

• 기간 : 23.05.24(수)-23.09.24(일)

• 위치 : 석파정 미술관

• 운영 : AM10:00 – PM 06:00(입장 및 매표 마감 5시)

• 티켓 : 성인 20,000원 / 소인(초중고) 15,000원 / 우대 및 할인 13,000원

 

다양한 실험을 통해 황금을 만들려고 시도했던 고대의 연금술사들처럼 요시다 유니는 빛과 어둠, 유형과 무형 사이의 상호 작용을 세밀하게 조작하여 평범한 것을 비범한 것으로 ‘변환’시키고 원물의 형태를 재조합하여 요시다 유니 만의 시각적 언어로 표현합니다.

 

이러한 작업을 통해 그녀는 우리가 가지고 있던 시각적인 정보의 경험을 송두리째 뒤집으며, 관람객들에게 생각지도 못했던 즐거움을 선사하죠. 특히 이번 전시에서 보이는 2023년 신작, 를 포함한 작가의 작품들은 포스트모던 이미지 연금술의 절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 Part 1. Freeze Dance

이번 전시에서 가장 먼저 알려진 대표 작품입니다. 과일과 햄버거를 모자이크처럼 표현한 'LAYERED'시리즈는 각각의 모티브를 모자이크로 표현하여 나올 수 있는 색의 그라데이션을 같은 과일이거나 같은 계열의 색이지만 다른 과일을 사용해서 표현했다고 하지요. 특히 과일의 경우 단면이 오랜 시간 공기 중에 노출되면 빠른 속도로 변색하기 시작하기 때문에 속도감 있게 작업하는 것이 필수랍니다. 과일과 햄버거 자체의 속을 파내어 공간을 만들고 푸드 스타일리스트가 큐브 모양으로 잘라 놓으면 ‘요시다 유니’가 직접 모자이크처럼 배열했다고 합니다.

 

“자연에는 완전히 같은 색, 같은 모양이 있을 수 없고, 같은 빨간색이라도 여러 가지 빨간색으로 구성되어 있다는 점에 착안했습니다.” 물감이 흘러내리는 것만 같은 과일들의 이미지 역시 실제 껍질로 만든 모습을 찍은 사진으로 오렌지와 사과, 바나나 모두 껍질이 녹아내리는 것만 같은 느낌입니다.

 

그뿐만 아니라 두 개의 서로 다른 과일이 겹쳐 있는 부분은 또 다른 과일로 대체해 마치 반투명의 과일을 겹쳐둔 것처럼 보이게 합니다. 사과와 바나나가 겹쳐 있는 부분의 주황색 영역은 오렌지 껍질을, 사과와 자몽이 겹치는 부분에는 핑크 자몽을 끼워 넣어 작품을 완성합니다.

 

사진을 찍고 컴퓨터 그래픽으로 작업한 것이 아닐까 싶은 그녀의 작품들은 모두 실제 사진입니다. 요시다 유니는 하루가 못 가 갈변해 버리거나 말라서 형태를 잃기 쉬운 과일과 꽃처럼 유한적인 시간이 지나가 버리지 못하게 “그대로 멈춰버린” 상태로 담아냈어요. 고화질로 출력된 part 1의 작품들을 그녀가 의도한 자연물 간의 차이에 집중해 가까이에서 들여다보시길 바랍니다.

 

# Part 2. Hidden Pictures

숨은그림찾기를 하는 것처럼 작품을 하나씩 들여다보며 요소들을 찾아내는 재미가 있었던 파트입니다. Part 2에서는 여러 브랜드와 아티스트들의 고유한 아이덴티티를 ‘요시다 유니’의 시선으로 재해석한 작업물들이 전시됩니다. 통통 튀는 아이디어와 한 땀 한 땀 정성 들여 재현해 낸 장인 정신은 요시다 유니를 세계적 아트디렉터 반열에 오를 수 있게 되었어요.

 

작가 개인에게 저작권이 귀속되어 있는 회화와 달리 그간 만든 비주얼 디렉터로서의 작업은 저작권이 클라이언트에게 귀속되어 있기 때문에 이번 전시를 위해 각각의 클라이언트들에게 동의를 얻어 한자리에 모을 수 있었다고 합니다.

 

이 작품을 설명하자면, 화병인 줄 알았는데 화병 쉐입으로 빚은 흙에 식물의 뿌리로 화분의 무늬를 연출하고, 옷핀의 형상을 하고 있지만 사실은 튤립과 그 줄기를 휘어 만들어 낸 모습입니다.

 

'THE MOMENT' 유일무이한 개성을 가지고 한정된 시간을 살아가는 식물, 그런 꽃들의 덧없음을 사랑하면서도 그 계절, 그 순간이기에 만날 수 있는 아름다움을 어떠한 형태로든 남기고 싶은 마음에 제작한 시리즈로 꽃병의 형태는 흙덩어리를 모아 꽃병 모양으로 깎아 현실감을 더했습니다.

한 여자가 망사스타킹을 신고 있는데 자세히 보니 스타킹은 꽃의 줄기들로 되어 있습니다. 얼굴에 비해 몹시 큰 사이즈의 귀걸이를 하고 있지만 다른 여성은 얼굴에 비해 몹시 큰 사이즈의 귀걸이를 하고 있는데 마치 꽃이 귀를 관통한 듯 보이고, 줄기와 잎사귀는 귀걸이 뒷부분으로 변신했습니다.

 

손수 하나하나 만들어 표현했다는 것에서 그 난이도가 상당하지만, 해석이 필요할 만큼 높은 이해력을 요구하지 않습니다. 즐겁고 편하게, 설명하지 않아도 알 수 있지만 그 창의력은 절대 쉽게 떠오르는 것들이 아니기 때문에 대단하다는 생각이 동시에 드는 작품들이 펼쳐집니다.

 

어려운 것을 쉽게 설명하는 것이 가장 힘든 영역이라고 하죠. 그래서인지 그녀의 작품들은 한 번도 본 적 없는 작품들을 친근하게 느껴지게까지 합니다.

 

물속에 절반이 잠긴 채로 앉아 있는 이 모델은 상황과 달리 편안하게 의자에 앉아 책상에 팔을 괴고 있는 것처럼 여유로움이 흘러나옵니다. 발의 각도, 물의 수면 위에서 팔을 책상에 기대듯이 한 자세, 책상 위에 어지럽게 놓인 물건들처럼 물 위에 둥둥 떠 있는 잡동사니들까지 모든 각도까지 세밀하게 계산된 것을 느낄 수 있습니다.

 

이 작품은 ‘드라마보다 더 화제가 된 드라마 포스터’로 알려져 있죠. 고대 그리스어로 판도라의 상자를 열었을 때 상자 안에 있을 희망 또는 재난을 의미하는 단어인 드라마 'Elpis'는 억울하게 사형수가 된 사람의 무죄를 입증하기 위해 사건의 진상을 쫓아가는 과정에서 일어나는 갈등을 표현하고자 연출한 작품이라고 합니다.

 

마치 미끄러지듯 일그러지고 있는 인물들의 그림자를 Part1의 과일을 큐브 형태로 만들어 모자이크하듯 유사한 컬러감의 파일을 쌓아 올린 서류 더미 따위를 쌓아 올려 연출한 것입니다.

 

패션잡지 ‘소엔’의 75주년 기념으로 제작한 작품으로 무려 1,300여 권의 책을 책장에 진열해 만들었습니다. 처음 촬영한 사진을 책등마다 한 장씩 프린트해 감싸고, 책장에 꽂아 촬영을 진행했다고 합니다. 모델의 얼굴이 인상적일 수 있도록 책을 무너뜨리고 움직이는 듯한 모습을 연출한 것입니다.

 

아이디어가 상당히 다양하지만, 그에 못지않게 그를 구현해 내는 것에 상당한 인내심이 투여된 작품들은 보는 이로 하여금 감탄을 자아내게 합니다.

 

꽃처럼 자연스러운 컬러를 레이어드 한 듯한 봄의 느낌을 연출하는 아이템을 표현하기 위해 꽃이 없이도 모델 머리에 꽃이 연상되게 표현하였습니다. 녹아내리는 듯한 모델의 모습은 피부에 잘 밀착되는 파운데이션이구나, 라는 걸 직감적으로 느낄 수밖에 없게 하죠. 광고 작업을 지나치다 보면 익숙한 얼굴도 보입니다. 트와이스의 모모의 ‘원정요’ 광고 아트 디렉팅 역시 요시다 유니의 작품이랍니다.

 

이처럼 재치 있는 발상 못지않게 비주얼을 통해 말하고자 하는 바를 직관적으로 짚어주는 작품성은 ‘요시다 유니’가 광고주들의 러브콜을 한 몸에 받는 이유를 알려줍니다.

이번 전시를 더욱 즐겁게 볼 수 있는 핵심은 바로 전시장 중앙을 가로질러 마련된 스케치 존이 아닐까 싶어요. 수백 장의 러프 스케치와 직접 구한 소품들이 전시되어 있답니다. 한 장의 사진을 위해 얼마만큼의 고뇌를 거쳤는지, 어느 정도로 한 땀 한 땀 구현했는지 알 수 있습니다. 스케치가 디벨롭되는 과정, 실제 소품들을 하나씩 뜯어보며 완성된 작품을 다시 한번 대조해 보는 것 역시 전시를 알차게 즐기는 방법 중 하나일 것 같습니다.

 

(사진 제공 : 석파정 미술관 공식 홈페이지)

# Part 3. Playing Cards

마지막 세 번째 공간은 해외에서 여는 첫 전시인 이번 석파정에서의 전시를 위해 만든 작품으로 제작에만 약 3개월, 구상으로 약 5년이 필요했던 작품이라고 합니다. 15년을 천착해 온 작가만의 섬세한 아날로그 기술을 사용해 인간과 사물, 빛과 시간에 이르는 일상의 모든 소재가 녹여져 있지요. 조금만 눈을 돌리면 작은 부분에도 또 다른 세상을 즐길 수 있는 즐거움이 있다는 메시지를 담고 있답니다.

 

마지막 Part 3을 끝으로 ‘요시다 유니’의 전시는 끝납니다. 전시는 2층에서 시작해 3층으로 이어져요. 엽서와 함께 플레잉 카드 등을 구매할 수 있답니다. 개관한 지 약 한 달이 채 안 된 ‘요시다 유니’ 개인전은 현재 모든 굿즈가 품절될 정도로 전시 초반부터 많은 인기를 끌고 있지만 6월 15일 전시 제품 일부 재고가 채워졌다고 하니 굿즈에도 관심이 있는 분들이라면 조금 더 서둘러 전시를 관람하시는 게 좋겠습니다.

 

석파정 미술관은 여느 미술관과는 달리 한 개 전시회의 입장료가 아닌 메인 전시 외에도 서브 전시, 석파정 입장료가 패키지로 묶여 있어요. 현재는 ‘요시다 유니, Alchemy’ 전과 함께 ‘서울미술관 소장품전’이 전시하고 있답니다.

 

사계절의 변화를 따라 마주하는 산과 들, 길, 꽃과 나무들. 자연의 아름다움을 담은 작품들이 전시되어 있어요. 상당한 사이즈와 다양한 기법으로 표현된 회화는 문득 압도감마저 느끼게 합니다.

 

관람을 마쳤다면 석파정에서 자연의 운치와 여유를 느껴 보시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석파정은 도심 속 비밀스러운 공간처럼 상상하지도 못했을 정도의 빼어난 산수를 자랑하지요.

 

‘흐르는 물소리 속에서 단풍을 바라보는 누각’이라는 뜻을 가진 석파정은 전통적인 한국의 정자와 달리 바닥을 화강암으로 마감하고 기둥에 꾸며진벽과 지붕을 청나라풍으로 꾸며 이국적인 느낌을 만들어 냈어요. 별채와 사랑채, 천세송과 거북바위, 너럭바위 등 빼어난 풍경 덕에 잠시 앉아 쉬어 가기에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장소랍니다.

 

메인 전시와 달리 석파정은 1시간 일찍 닫고, 입장 시간 역시 한 시간 이르기 때문에 혹 저녁 시간에 전시를 관람하기 위해 찾았다면 전시 관람을 시작하기에 앞서 석파정을 먼저 훑고 전시를 보러 들어가시는 것을 추천해 드립니다.

 

CG보다 더 CG 같은 ‘요시다 유니’의 비현실적인 작품들, 사진으로 간직하기에 눈으로 보는 것만큼의 아름다움을 담아낼 수 없는 석파정의 풍경까지 볼 수 있는 코스, 6월의 새로운 전시를 찾고 계셨다면 석파정 미술관으로의 나들이는 어떨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