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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B그룹 제37회 한국여자오픈 골프선수권대회

지난 6월 15일부터 18일까지 나흘간 충북 음성 레인보우힐스 컨트리클럽에서 제37회 DB그룹 한국여자오픈 골프선수권대회가 개최되었다. 올해 3년차를 맞이하는 이번 대회는 국내 유일의 여자골프 내셔널 타이틀 대회로 최고 권위의 골프대회로 평가받는다.

 

# 장타 열풍 속 정교함이 보여준 승리

"장타 치기를 단념했다면 그것으로 인생도 끝장이다." 1957년 일본인 최초로 세계 대회에서 우승한 골프 영웅 나카무라 오라키치 선수가 남긴 말이다. 버디 가능성을 더 높이기 위해 타수를 줄이려면 첫 티샷에서 투온이 가능한 비거리로 최대한 멀리 공을 때려내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여자 골프에도 '장타 열풍' 이 불었다. 특히 이번 대회에서는 지난해까지 국가대표 생활을 하다 프로에 입성한 황유민(20), 방신실(19) 선수의 장타 대결이 골프 팬들의 큰 주목을 받았다.

 

좌)방신실 선수 우)황유민 선수

방신실 선수는 올시즌 '슈퍼 루키'로 평가받으며 구름 관중을 몰고 다니고 있다. 수 많은 팬 카페가 개설되고 있으며 다수의 기업이 앞다투어 후원사로 나서고 있는 상황. 방 선수는 큰 키(173cm)를 이용한 호쾌한 장타로 KLPGA 투어 전체 1위의 비거리(평균 264야드)를 기록하고 있으며 남자 골퍼들만 할 수 있다는 300야드 이상의 티샷도 자주 선보이고 있어 골프 팬들을 들썩이게 했다.

 

황유민 선수는 163cm의 작은 체구에도 불구하고 올시즌 평균 257야드로 3위를 기록, 방신실 선수 못지 않은 화끈한 장타력을 보여주고 있다. 특히 황 선수는 2021년 DB가 처음으로 치룬 한국여자오픈대회에서 4언더파로 베스트아마추어 상을 수상하기도 하여 더욱 반가운 얼굴이라 할 수 있다. 특히 이번 대회에서는 3라운드 16번홀(파5)에서 343야드의 드라이브를 날려 최장 비거리를 기록하기도 했다.

 

37회 대회 우승자 홍지원 선수

이번 대회 우승을 차지한 홍지원 선수는 평균 비거리 225야드로 115위에 불과하다. 2021년에는 80위, 2022년에는 91위, 그리고 올해는 허리 부상으로 인해 비거리가 더 줄었다고 한다. 하지만 홍 선수는 거리는 짧지만 그 누구보다 정확한 샷을 날리고 있다. 올해 드라이버샷 페어웨이 안착률은 87%로 장타자인 방신실(64%), 황유민(63%)을 크게 앞서 KLPGA 1위의 정확성 높은 플레이를 보여주고 있다.

 

홍지원 선수는 대회를 마치고 한 언론사와의 인터뷰에서 '페어웨이에서 상대보다 뒤에 있더라도 핀에 더 가까이 붙일 자신이 있다' 며 '나머지 3개 메이저 대회도 우승해서 그랜드슬램을 달성하고 싶다'고 밝혀 자신감을 비추었다. 반면 기대를 모았던 장타자 방신실 선수는 1언더파로 공동 25위, 황유민 선수는 6언더파로 공동 9위를 기록, 다소 아쉬움이 남는 결과를 보여주었다.

 

장타자 전성 시대인 현대 골프의 트렌드와는 달리 일반적인 편견을 깨고 정교하고 안정된 자신만의 플레이를 통해 스스로를 증명해낸 홍지원 선수, 이런 것이 스포츠의 참된 묘미가 아닐까 싶다.

 

# 아름답지만 가혹한 "무지개 언덕"

레인보우힐스 컨트리클럽은 골퍼들 사이에서도 손 꼽히는 아름다운 골프장으로 유명하다. 반면 어려운 코스로 악명이 자자하기도 하다. 오르막과 내리막이 많아 체력소모가 크고 페어웨이가 좁아 정교한 티샷을 요구하기도 한다.

 

이번 대회에서도 1라운드에 2명, 2라운드에서는 12명의 선수가 중도 포기를 선언하기도 했다. 무더운 더위도 한 몫 했겠지만 어려운 코스가 가장 주요한 원인이 아니었을까 추측된다.

 

지난해 우승자 임희정 선수

특히 지난해 한국여자오픈대회의 우승자인 임희정 선수가 2라운드 후반 10번홀에서 기권을 선언하기도 했다. 올해 부상으로 다소 부진한 성적으로 보이고 있던 임희정 선수였지만 무려 디펜딩 챔피언 도전을 포기할 정도로 레인보우힐스는 내셔널 타이틀 대회의 위상에 걸맞는, 선수들에게는 넘어야 할 큰 "언덕" 인 셈이었다.

 

# 연장 2라운드 혈투 끝에 우승을 거머쥔 홍지원

18일, 마지막 파이널라운드의 챔피언 조는 홍지원, 마다솜, 김민별 3명의 선수가 경쟁을 벌였다. 앞서 이야기 한 방신실, 황유민 선수 만큼은 아니더라도 마다솜, 김민별 선수 역시 만만치 않은 장타력을 가지고 있는 선수다. 마다솜은 올 시즌 평균 비거리 244야드로 34위, 김민별 선수는 250야드로 13위에 올라있다.

 

좌) 마다솜 선수  우) 김민별 선수

마지막 18번 홀에서 김민별의 인상적인 플레이도 이목을 끌었다. 17번 홀에서 보기를 범하여 1타차 3위로 떨어진 김민별은 약 5미터 정도의 긴 버디 퍼트를 성공시키며 최종합계 12언더파로 동타를 기록, 연장전으로 경기가 이어졌다. 이 순간 경쟁자임에도 불구하고 후배인 김민별 선수를 격려하는 모습에 훈훈한 스포츠 정신을 느낄 수 있었다.

 

챔피언 조 - 마다솜, 홍지원, 김민별 선수

첫 번째 연장전에서는 세 선수 모두 파를 기록했고, 두 번째 연장전에서는 마다솜 선수가 티샷 미스로 페널티를 받아 경쟁에서 밀려났고, 김민별 선수는 티샷은 잘 쳤으나 세컨샷이 신통치 않았다. 반면 홍지원 선수는 세컨샷을 홀 1미터 지점에 올리며 버디를 잡고 우승을 확정 지었다.

 

지난해 메이저대회인 한화 클래식에서 생애 첫 우승을 거둔 홍지원은 두 번째 우승도 메이저대회인 한국여자오픈에서 가져갔다. 우승 상금은 3억원. 홍지원 선수의 남들과는 차별화된 플레이가 빛을 발한 셈이다.

 

한국여자오픈 우승컵을 품에 안은 홍지원 선수

지금까지 한국여자오픈 우승은 국가대표 출신 선수들이 대부분 차지해왔다. 파이널라운드에 함께 경기를 뛴 마다솜, 김민별 선수 또한 국가대표 출신이다. 반면 홍지원 선수는 국가대표나 국가대표 상비군 경력이 없는 선수다. 어떻게 보면 전형적인 엘리트 코스는 밟지 못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최근 30여년 동안의 기록을 볼 때, 국가대표 출신이 아닌 선수가 우승한 대회는 1994년(김순미), 2017년(김지현) 이후 홍지원 선수가 처음이라고 한다. 2018년 KLPGA 입회 이후 이렇다 할 성적을 거두지 못하다 자신만의 장기를 살려 메이저 대회에서만 두 차례 우승을 차지한 홍지원 선수가 앞으로 보여줄 경기에 골프 팬들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 다음 대회를 기약하며

무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작년 대회 보다 더 많은 5천여명의 골프 팬들이 이번 대회를 찾아 주었다. 단 한 건의 사건, 사고 없이 안전한 경기를 치루는 데는 성숙한 갤러리 관람 문화가 한 몫을 했을 것이다.

 

대회 관계자에 따르면 "선수들이 최고의 실력을 보여줄 수 있도록 코스 관리에 만전을 다한 레인보우힐스 컨트리클럽 임직원들의 노력에 감사하다"며 "앞으로도 한국여자오픈 대회에 임직원 여러분들의 많은 관심과 성원을 바란다" 고 소감을 밝혔다. 내년에는 또 어떤 선수가 골프팬들의 이목을 집중시킬 수 있을지 벌써부터 기대가 되는 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