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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새해가 밝았다! 세계 각지의 신년음식

띵동! ‘고객님 반갑습니다. 주문하신 나이 한 살은 주문량이 폭주하여 배송이 늦어지고 있으나 늦어도 2022년 1월 1일 00:00까지는 정확히 배달됩니다.’ 새해 첫날, 친구들로부터 재미있는 나이 배송문자가 와 한참을 들여다보며 웃었답니다. 나이 배송은 물론 ‘햅피 유희열’ 등 각자 개성 넘치는 새해 인사들이 쏟아졌죠. 글자로 볼 때는 뜻 모를 단어들도 중얼거리니 ‘해피 뉴이어(Happy Newyear)’를 재미있게 변형시킨 것이었어요. 어머니께 보여드리니 ‘뭐라카노’가 돌아오고, 우리 조카에게 전달하니 시시하다는 반응이었어요.


신년 인사를 받느라 빽빽 울어대는 휴대폰을 들여다보고 있으니 새해 첫 날 새 아침이 후다닥 지나갑니다. 늦은 아침식사를 하기 위해 밥상 앞에 가족이 둘러앉습니다. 열세 살 조카, 반 백 년의 나, 여든의 엄마까지 수십 년의 틈이 벌어져 있는 여자 셋이 함께 떡국을 먹으며 새해를 맞이했습니다.


햅피든, 해피이든, 행복이든 쓰는 단어와 나이는 달라도 ‘새해에는 떡국’이라는 명제 앞에 사람들은 대체로 긍정의 고개를 끄덕이죠. 우리가 새해 첫 날 먹는 떡국에는 정결한 의미가 있어요. 희고 깨끗한 음식을 먹으며 한 해를 무탈하게 나고자 하는 바람, 길고 끈끈한 가래떡을 먹고 그처럼 매끈하게, 오래 살길 바라는 마음 등이 담겨 있어요. 납작납작하게 썬 떡국 떡은 옛날 화폐인 엽전을 닮아 재물을 얻는다는 의미도 있죠.


만두는 전 세계 어디에서나 복이 담긴 주머니라고 통하듯 우리네 떡국에서도 역시 ‘복주머니’ 역할을 하고요.


우리처럼 전 세계 사람들도 나름대로 새해 전야 혹은 새해에 먹는 음식이 있답니다. 재미있는 것은 대륙과 인종에 관계없이 엇비슷한 전통과 인식을 갖고 있다는 점이에요. 우리가 만두를 복주머니라 여기듯 중국도 마찬가지입니다. 음력설 즉, 춘절이 되면 밀가루 피에 돼지고기와 채소를 넣고 반달 모양으로 빚어 물에 익힌 쟈오쯔(餃子)’를 먹습니다. 만두소는 순탄한 삶을 뜻하는 두부와 배추, 장수를 비는 국수, 운이 좋아진다는 땅콩, 승진을 한다는 찹쌀떡 등 다양하게 넣어 즐깁니다. 설에 먹는 떡 ‘니엔가오(年糕)’도 있습니다. 지역마다 조금씩 다른 방법으로 빚는데, 북쪽은 달콤하게 하여 후식으로, 남쪽에서는 짭조름하게 하여 간식으로 먹습니다. 니엔가오라는 발음은 ‘새해엔 높이 오른다(年高)’는 말과 발음이 비슷하여 그러한 기원을 담아 먹는 떡이죠. 베트남에서는 바나나 잎에 찹쌀을 넣고 쪄 낸 ‘바잉쯩’을 먹으며 복을 기원한다고 해요. 건강하고 맛있는 재료가 든 맛좋은 주머니를 정성스레 만들어 먹는 일은 어디에서나 복을 받는 일로 통하는 것 같네요.


앞서 우리가 떡국 떡을 동전에 비유한 것과 마찬가지로 서양의 여러 나라에서는 콩은 동전, 초록의 잎채소는 지폐, 콘브레드(옥수수 가루로 만드는 노란 빵)은 금으로 여겨집니다. 그래서 삶은 콩에 억센 잎채소를 넣고 함께 푹 끓인 다음, 도톰하게 썬 콘 브레드와 곁들여 먹곤 하죠. 이 한 접시로 동전부터 금까지 모두 맛보게 되는 것이죠. 이탈리아에서도 렌틸콩을 동전이라 여기는지라 줄기 채소와 함께 수프를 끓여 새해에 먹는 관습이 있답니다. 미국 남부 역시 동부콩, 순무 잎, 양배추, 베이컨, 돼지고기, 쌀 등을 넣고 푹 끓여 먹는 호핑 존(Hopping John)'이라는 음식이 있고요.


행동 특성 때문에 새해 음식으로 각광받게 된 식재료도 있답니다. 돼지는 뒤를 돌아보거나 뒷걸음질을 하지 않기에 ‘진격, 전진’을 의미합니다. 게다가 언제나 후덕한 체격은 ‘살찐 지갑’ 즉, 부를 상징하게 되었죠. 독일, 이탈리아, 스페인에서는 이런 의미를 담아 연말, 연초에 돼지고기 요리를 많이 먹습니다. 족발로 만든 독일의 학센, 이탈리아의 잠포네와 스페인의 애저 요리 등이 있죠. 그중 코테키노 콘 렌티키(Cotechino con lenticchi)라는 이탈리아 요리는 앞서 말한 뜻을 담아 족발과 렌틸 콩을 함께 먹는 대중적인 음식으로 유명합니다.


돼지고기는 아니지만 마지팬(설탕과 아몬드 가루로 만든 달콤한 페이스트)을 가지고 돼지 모양을 만들어 서로 안녕과 행복을 선물하는 전통이 독일에 있습니다. 알록달록 여러 가지 모양의 돼지가 정말 귀엽답니다.


사람들은 새해에 받고 싶은 여러 가지 행운을 다양한 빵과 과자에도 담아 서로 나눈답니다. 그리스의 케이크 바실로피타(Vailopita)는 구울 때 작은 동전이나 귀여운 인형 같은 것을 반죽에 숨겨둡니다. 먹을 때 이걸 발견하는 사람은 그해의 행복과 행운을 움켜쥐는 것이고요. 프랑스의 갈레트 데 루아(Galette des Rois) 역시 둥근 파이 안에 ‘페브’라는 인형을 넣어 굽습니다. 이 인형을 발견하는 사람은 하루 종일 왕처럼 대접을 받죠. 불가리아에서도 폭신한 빵 포카치아(Focaccia) 반죽에 동전을 숨겨 놓습니다. 가족이 똑같은 크기로 잘라 나누어 먹는데, 누군가 이 행운의 동전을 발견하며 기쁨을 누리겠지요. 멕시코에서는 로스카 데 레예스(Rosca de Reyes)라는 색감과 맛이 화려하고 달콤한 빵을 굽는데, 역시 인형을 숨겨 놓고 나누어 먹습니다. 서양의 여러 관습은 새해(new year)를 축복하기도 하지만 종교와 밀접한 관계가 있기도 합니다.


이 외에도 네덜란드의 달콤하고 향긋한 도넛 올리볼렌(oliebollen), 부드러움과 우아함을 갖춘 프랑스의 크레이프, 크리스마스부터 이듬 해 1월 6일까지 하루도 빠짐없이 먹는 다는 영국의 민스파이(Mince pie) 등 새해를 맞이하며 한 입 먹어 보고 싶은 것들은 여기저기에 넘쳐나네요.


탐스러운 과일도 빠질 수 없죠. 풍성하고 영롱한 씨앗으로 가득 찬 석류는 멕시코에서 애용되며, 가지와 잎이 함께 달린 오렌지(귤 등)도 풍요와 결실을 상징하므로 러시아 사람들이 새해에 꼭 챙겨 먹는 과일입니다. 멕시코와 스페인에서는 포도로 새해를 맞이합니다. 새해가 시작되는 자정에 종이 울리면 포도를 먹기 시작합니다. 열 두 번의 종이 울릴 때마다 포도를 한 알씩 먹으며 열 두 달의 소원을 빌고, 한 해의 안녕을 기원합니다.



종로 보신각에 예전처럼 사람들이 다닥다닥, 바글바글 모이게 되는 날은 반드시 다시 오겠죠? 그 어느때 보다 단단한 희망을 안고 새해를 맞이한 것 같습니다. 이전과 같은 일상을 다시 만나지 못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이 커지는 시기를 겪어 왔지만 희망 속 그날이 오게 되면 타종 행사 때 포도 알 하나씩 먹어볼까 합니다. 그땐 모두가 자유롭게 가족, 친구와 함께 하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