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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감성을 자극하는 서울 전시회 <요시고 사진전>

날씨가 추워지는 요즘 같은 날에는 지나가 버린 여름이 다시금 그리워지기 시작하는 계절이죠! 오락가락한 날씨를 뒤로하고 따뜻했던 여름 바다와 그리운 해외여행의 추억을 회상하고 싶어진다면 서촌 그라운드시소에서 전시 중인 요시고 전시회를 다녀오시는 건 어떨까요? 올해 여름 시작된 요시고 사진전은 오픈 초부터 5개월이 지난 지금까지 아직도 인기가 끊이지 않고 많은 분들의 찾아오고 있어요. 덕분에 내년 3월까지 연장하여 전시하게 되었다고 하니 아직 가보지 못하신 분들은 한번 방문해 보시는 걸 추천해 드립니다.



[요시고 사진전 : 따뜻한 휴일의 기록]

• 주소 : 그라운드시소 서촌 (서울특별시 종로구 자하문로6길 18-8)

• 기간 : 2021.06.23 ~ 2022.03.01

• 운영 : 10:00 ~ 19:00(첫째 주 월요일 휴관)

• 예매 : 네이버 예매 또는 인터파크티켓

• 관람료 : 15,000원 (2021 전시지원 예약 시 12/5까지 5,000원 할인)

 

그라운드시소 서촌에서 진행하는 <요시고 사진전 : 따뜻한 휴일의 기록 >을 방문하는 길에 본 녹색 빛과 맑은 가을 하늘 덕분에 오랜만의 서촌 나들이 자체가 너무 행복했어요. 그라운드시소 서촌은 특히 건축물 자체로도 너무 유명해서 사진전 말고도 이 원형 중앙 정원에서 사진을 남기는 분들이 정말 많답니다. 티켓팅 대기를 하시는 동안 꼭 여기서도 사진을 한 장 남기시길 바래요. 전시는 10시 오픈이지만, 오픈 전인 9시 30~40분쯤 가서 대기한다면 10시 오픈과 동시에 빠르게 발권을 마칠 수 있습니다. 온라인으로 예매했더라도 현장에서 발권해야 합니다. 발권 이후로는 순서에 맞게 카톡으로 입장 알람이 오기 때문에 근처 카페에서 조금 앉아 대기하면 금방 입장하실 수 있어요.

 

전시는 총 세 가지 섹션으로 나누어 총 350여 점의 사진들을 요시고의 시선을 빌려 관찰할 수 있도록 준비되어있어요. 건축물을 주제로 한 작품을 관람할 수 있는 2층, 다큐멘터리 작가로서의 요시고 관점을 엿볼 수 있는 3층, 요시고가 나고 자란 스페인 세바스티안의 풍경을 담고 있는 4층으로 나뉘게 된답니다.

 

요시고는 아날로그의 낭만을 사랑하는 스페인의 사진작가로 유명합니다. 평범한 풍경과 장소를 부드러운 색감과 정갈한 프레임으로 담아내 예술적인 표현을 보여주는 것이 그의 특징이죠. 주변 사람들에게 작품을 보여주기 위해 시작했던 SNS 계정이 전 세계의 사람들의 이목을 끌며 인지도를 얻기 시작했고, 킨포크, 비트라, 잭 다니엘 등 글로벌 브랜드들의 러브콜을 받는 유망 아티스트입니다.

 

요시고라는 이름 때문에 일본인 작가라고 생각하시는 분들도 많을 거예요. ‘YOSIGO’(본명 Jose Javier Serrano)는 본명이 아닌 아버지께 선물 받은 활동명으로 ‘앞으로 계속 나아가다’라는 뜻의 시의 구절이라고 합니다. 그래서인지 그의 작품에서는 아버지의 따뜻한 응원에 보답하고자 하는 신념이 담겨 있다고 하죠.

 

층마다 QR코드가 그려진 안내판이 있어요. QR코드를 스캔하니 각 층에 맞춰 어울리는 플레이 리스트가 수록되어 있어서 조용히 음악을 들으며 전시를 관람할 수 있었어요. 전시를 관람할 때 도슨트와 함께 관람하는 것을 선호한다면 큐피커 어플을 설치해 오디오 가이드를 들으며 관람하는 것도 추천합니다. 소녀시대 수영님의 음성으로 제작된 가이드로 작품에 대한 설명을 들으며 감상할 수 있어요.



# PART 1.Architecture

그라운드 시소 서촌 전시 공간이 너무 예쁘고 빛이 잘 들어와 요시고의 사진들과 더 잘 어울리는 공간이었어요. 첫 번째 전시 공간인 2층의 건축물 사진들은 전체적으로 가로 세로의 균형을 철저하게 지키는 느낌이라 개인적으로 마음이 평온해지는 순간이었답니다. 요시고는 정렬되고 균형 잡힌 느낌이 좋아 기하학적 요소들에 항상 흥미가 있었다고 해요. 그래서 그가 찍어낸 건축물 사진들에서는 이러한 패턴의 균형감과 빛의 조화를 이용한 일관성이 사진 속에 담겨 있는 걸 느낄 수 있습니다.

 

그는 찍어낸 사진들에 일관성을 주기 위해 프레임과 라이팅에 규칙성을 부여해 일관성을 가질 수 있도록 유도하고 각 작품의 배치를 통해 느낌을 조절한다고 해요. 하지만 단순히 라이팅 만으로 그의 사진에 담긴 감성을 다 설명할 수는 없죠. 그의 사진들을 보면 빛을 정말 영리하게 잘 이용한다는 것을 느낄 수 있습니다. 같은 건물이라도 그 시간에 있는 빛에 따라 건물에 어리는 그림자, 건물에 맺힌 태양과 같은 변하는 요소들이 바로 그 핵심 재료들이기 때문이죠.

 

그래픽 디자인을 처음으로 사진의 세계에 입문한 요시고는 뮐러 브로크만, 폴 랜드, 솔 바스, 오틀 아이허 등 그래픽 디자이너들의 작품들을 미학적으로 참고했다고 해요. 그래픽 디자인이란 학문에서 구도란 흰 배경을 중심으로 타이포 요소와 그래픽 요소 사이의 무게 균형을 잡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에 요시고의 미적 기준 역시 그래픽 디자인에서의 미적 기준이 영향을 많이 줬다고 볼 수 있습니다.

 

지금은 매뉴얼에서 벗어나 규칙을 깨려고 노력하고 있다 보니 요시고의 사진은 그래픽 디자인적 구도와 그를 벗어나려는 새로운 대칭의 조합이 이루어져 다른 곳에서는 볼 수 없는 그만의 사진 기법이 탄생했다고 볼 수 있지 않을까요?



# Part2. Documentary

3층에 들어서면 두 번째 전시 공간이 펼쳐집니다. 요시고는 이국적인 것과 미지의 것 속에 숨겨진 균형을 찾고, 보이는 현실을 그대로 담아내는 다큐멘터리 작가이기도 합니다. 두 번째 공간에서는 미국, 헝가리, 일본 등 낯선 장소에서 한가롭고 자유로운 산책자가 된 작가가 새로운 지역과 문화를 경험하며 개인적인 관점으로 기록한 사진들이 배치되어 있어요. 첫 번째 공간, 건축물에서 봤던 그의 대칭 구도가 눈에 익어서인지 두 번째 공간에서도 계속하여 대칭적인 요소들이 반복되는 걸 느낄 수 있기도 했어요. 실제로 요시고는 낯선 느낌을 줄 수 있는 개념적 주제와 건축적 차원에서 뚜렷한 정체성을 보여줄 수 있는 시각적 주제 두 가지를 충족시켜줄 수 있는 것을 고려해 목적지를 선택했다고 해요.

 

요시고에게 부다페스트는 낯선 지역이 아니었기 때문에 다른 나라를 여행할 때처럼 ‘탐험’하는 과정은 없었지만 이미 유명한 관광지를 자신만의 시선으로 표현하고 싶었다고 해요. 부다페스트라고 하면 이미 유명한 영화가 있어 분홍빛 가득한 특유의 건축물이 가장 먼저 떠오르는 분들도 계실 텐데요. 분홍빛 필터가 없고, 이렇게 거대한 야외 노천 스파에서 남녀노소 가리지 않고 즐기는 모습을 보니 마치 현재가 아닌 과거 시대의 사진이 아닌가 싶은 이질감도 느껴지는 것 같아요.

 

두바이에서의 사진들을 담은 공간에는 바닥에 작은 알갱이의 모래들이 깔려 있었어요. 두바이의 광활한 대지와 모래사막을 보는 데에 발의 촉감까지 더해지니 사진을 보는 느낌 역시 생소하게 다가왔습니다.

 

여러모로 전시에 있어 작가가 표현하고자 하는 느낌을 전하는 것에는 단순히 작품뿐만이 아니라 작품의 배치 그리고 그것을 풀어내는 구조와 요소들의 배치가 얼마나 중요한지 느낄 수 있었어요. 특히 요시고 사진전은 이러한 디테일에 집중해서 섬세하게 풀어냈다 보니 일반 사진전에는 흥미를 잘 못 느끼는 편인데도 사진 하나하나에 잠시 발걸음을 멈추고 감상하게 되었습니다.

 

두바이의 사진들이 끝나는 한편에 있던 거대한 바나나와 지붕을 뚫고 나온 햄버거를 찍은 사진. 실제로 이런 건축물이 있는 것인지 그의 그래픽 디자인을 접목한 작업물인지 잠시 궁금해졌습니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별도의 코멘트가 없었답니다. 아마도 사진전이라는 이름에 맞게 실제로 이런 콘셉트의 건축물이 있는 거겠죠?

 

전시의 막간을 이용해 준비되어 있던 여행 성향 테스트. 여행을 즐기는 방법이 계획적인지 즉흥적인지 혹은 좋아하는 음악 스타일이 무엇인지, 짜릿한 액티비티와 로컬푸드 체험 중 더 선호하는 여행 스타일은 어느 것인지 등 질문에 답을 하며 따라가다 보면 나에게 추천하는 여행지가 나옵니다. 앞서 요시고가 여행을 통해 담아냈던 마이애미와 두바이, 도쿄, 바르셀로나도 보이는데요. 저는 도쿄가 나왔는데, 여러분의 추천 여행지는 어느 곳인가요? 사실 여행이란 어느 곳이든 떠나 있는 시간 자체가 소중해서 어느 곳을 가도 좋을 테지만 가끔 나의 성향에 어울리는 여행지를 가면 또 느끼는 것이 다른 여행지에 비해서는 색다를 것 같기도 합니다.



# PART3. LANDSCAPE

전시회에서 가장 유명한 사진이 있죠? 시원한 바다를 담은 사진입니다. 요시고는 스페인 북부의 유명 관광 도시인 산 세바스티안에서 자랐는데요. 그 때문에 그에게 바다는 주된 사진 배경으로 등장하며 가장 오랫동안 아카이빙 된 주제라고 해요. 바다를 메인으로 한 이 공간에서는 아름다운 바다를 담은 자연 풍경과 관광객들의 모습을 시각적 언어로 담아낸 작품들이 모여 있습니다. 앞선 공간들에서도 느꼈듯 기하학적인 요소들과 빛에 더욱 집중했던 그의 시선은 마지막 공간인 ‘풍경’에서도 역시 그 느낌이 느껴졌는데요. 시간에 따라 변하는 빛을 이해해 촬영된 요시고의 모래사장 위 다양한 각도에서 찍은 모습들은 모두 다른 장소인 것처럼 보이게 하는 것 같아요.

 

요시고의 사진 속 풍경들을 보면 인물들이 담겨 있지만 사람이 주인공이 아닌 풍경을 담으려고 했다는 것을 느낄 수 있는 사진들이라는 것이 특징입니다. 그는 공간의 중요성을 더 크게 강조하기 위해 사람의 존재감을 없애려고 70-200mm의 렌즈로 멀리서 촬영한다고 해요. 마치 드론으로 찍은 것처럼, 망원경을 들고 화성에서 해변을 찾는 것처럼 보이는 구도를 맞추어 셔터를 누르는데요. 그래서인지 그의 사진 속에서는 해수욕을 즐기는 수많은 사람이 보이지만, 그들이 풍경에 어우러져 흡수되어 또 하나의 멋스러운 풍경으로 담아낸 것을 볼 수 있어요.

 

요시고에 의하면 “풍경 사진을 찍다 보면 관광객들의 존재는 우리가 보고자 하는 것들을 막아버리고 이 과정에서 관광객들은 자신이 놀러 왔다고 주변에 알리는 일에만 관심이 있고, 그들은 자연의 포식자가 되어 자연환경의 질감과 색상을 침략한다”라고 생각했다고 해요. 그래서 그는 풍경과 관광객과의 균형을 맞추기 위해 이렇게 멀리서 줌아웃 된 느낌의 사진을 주로 촬영했는데요. 물론 관광객으로서는 지금, 이 순간 자연 속에 있는 본인의 모습을 남기는 것이 또다시 일상을 살아가게 할 원동력이니 이 역시도 틀렸다고 볼 수는 없겠죠? 간혹 풍경이나 자연을 찍을 때 타인이 사진에 찍히지 않게 노력하는 편인데요. 내 모습을 남기는 것이 아닌 풍경과 자연을 남기고 싶다면 요시고 처럼 오히려 한 발짝 물러서서 풍경 속에 사람을 묻혀 찍어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4층 풍경을 테마로 한 전시 공간은 이 디스플레이를 중간으로 좌측과 우측으로 나뉘는데요. 이 3개의 디스플레이에서는 산 세바스티안의 바다가 각기 다른 빛과 색을 뽐내며 다르게 쪼개어지는 것을 볼 수 있어요. 요즘 캠핑을 가면 즐긴다는 ‘불멍’과 같이 ‘물멍’이라고 할까요? 요시고 사진전은 휴대폰 카메라 촬영은 허용되지만, 동영상 촬영은 금지되었다고 해요. 이 부분은 영상으로 담지 못했지만, 직접 가서 가만히 서서 조금 시간을 두고 ‘물멍’해보시길 바랄게요.

 

세 번째 공간인 풍경 섹션은 한 층을 절반으로 나누어 왼편에는 풍경을 메인으로 멀찍이 떨어져 사진을 찍으며 아름다운 자연 풍경과 관광객의 관계를 독특하게 표현했다면 오른편에는 풍경 속에 녹아든 관광객들에게 한층 더 가까이 다가가 포착한 사진들을 볼 수 있습니다.

 

왼쪽의 바닷가 사진들은 전시를 보기 전부터도 이미 유명해서 낯익은 기분이었기 때문일까요? 개인적으로 녹색으로 가득한 이 공간이 더 신선하게 다가왔는데요. 이 사진들에서는 지역 특유의 문화인 외로움과 노스탤지어를 느낄 수 있다고 하니 한 발짝 더 가까이 다가가 사진을 가만히 응시해 보는 것을 추천합니다.



사실 사진전은 무언가 심오하고, 이해를 깊게 해야만 그 의도를 알 수 있을 것만 같다는 개인적인 편견이 있었는데요. 오히려 요시고 사진전은 어렵지 않게, 사진만 봐도 작가가 어떠한 느낌을 주려고 했는지, 무엇을 의도했는지가 다분히 느껴지는 사진전이었어요. 무엇보다 그러한 배경지식이 없더라도 사진 한 장 한 장이 모두 매력적이라 시간 가는 줄 모르고 1시간을 가득 채워서 관람을 마칠 수 있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