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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워지는 날씨, 기력 보충에 좋은 음식

2021년 봄은 조금 낯선 모습인 것 같아요. 봄꽃이 순서 없이 한꺼번에 후다닥 피었다가 갑자기 지더니 비 오는 날도, 흐린 날도 참 많았어요. 이렇게 주춤하던 봄도 지나고 여름이 다가오고 있습니다. 올해도 예년만큼 더운 여름이 될 거라고 해요. 아침저녁으로 산산한 봄기운이 남아 있는 지금, 여름 대비 보양 음식을 미리 챙겨 보면 어떨까요?

글_김민경(푸드 칼럼니스트)

 

 

# 지역마다 집집마다 다른 맛, 추어탕

어디서나 맛볼 수 있는 보양 음식을 꼽으라면 추어탕을 꼽을 수 있죠. 추어탕의 ‘추어’는 미꾸라지를 뜻하는 단어입니다. 미꾸라지는 영양과 맛, 가격 면에서 실속 있는 식자재 중 하나에요. 여러 영양소 중에도 특히 비타민 A와 철분이 아주 풍부하며 지방질이 많아 깊고 좋은 맛이 납니다.

 

지역에 따라 추어탕을 끓이는 방법도 조금씩 달라요. 경상도나 전라도는 주로 된장을 풀고 강원도에서는 고추장을 풀어 칼칼한 맛을 냅니다. 서울이나 경기 지역에서는 미꾸라지를 갈지 않고 통째로 넣는 대신 소의 양지나 뼈로 육수를 만든 다음 고춧가루를 풀어 얼큰하게 끓여요.

 

추어탕은 사람마다 먹는 방법도 달라요. 다진 마늘, 얇게 썬 청양고추, 제피가루, 산초가루 등 향신 재료는 입맛에 따라 넣어 먹어요. 깍두기나 배추김치를 풍덩풍덩 담가 먹기도 하고 건더기를 건져 먹고 국물에 밥을 말아 훌훌 먹기도 해요.

 

싱싱한 미꾸라지를 구했다면 집에서 한번 도전해보세요. 미꾸라지는 깨끗하게 씻고 굵은 소금을 뿌려 미끈거리는 점액질을 없애야 해요. 소금 대신 밀가루나 된장으로 주물러 씻는 경우도 있어요. 해감이 끝났다면 팔팔 끓는 물에 미꾸라지를 넣고 푹 끓입니다. 1시간 정도 푹 삶아야 살이 충분히 물러져요. 삶은 미꾸라지를 곱게 갈아 체에 거르거나 미꾸라지 삶은 물을 부어가며 굵은 뼈만 가라앉혀 웃물을 거르면 추어탕의 밑 국물 준비가 끝납니다. 여기에 원하는 채소와 양념을 넣고 맛을 내면 됩니다.

 

 

# 여름 나기에 꼭 함께하고 싶은 자양강장제, 전복

전복은 가을부터 초겨울까지 산란합니다. 다시 말해 가을 산란을 위해 여름 내내 잘 먹으며 몸을 만들죠. 전복은 다시마, 미역과 같은 식물성 해초를 먹고 자라는데 이것이 바로 전복 특유의 맛을 만들어 냅니다. 깨끗하지만 감칠맛이 좋은 살집, 구수함이 응축된 진한 내장의 맛이 바로 그것이죠.

 

전복은 몸집이 크고 힘이 좋으며 묵직한 것이 좋습니다. 암초에 붙어사는 전복은 바다가 거칠수록 튼튼하게 자라기 때문이죠. 싱싱한 전복은 살이 많아 볼록하며, 탄력이 있고 몸집에 상처가 없어요. 길이는 10cm 안팎, 1kg에 7~8마리 정도인 것이 좋답니다.

 

전복에는 필수아미노산을 풍부하게 함유된 고단백 저지방 식품이에요. 철, 마그네슘, 구리, 칼슘, 인, 요오드, 비타민 B 등 다양한 영양분이 있어 기운을 북돋는 재료로 그만이지요. 싱싱한 전복을 맛보면, 처음엔 바다의 비릿한 맛이 나지만 씹을수록 감칠맛이 배어나는데 전복이 함유한 타우린과 글리코겐이라는 영양소가 어우러져 나는 맛이에요.

 

전복은 조리 방법에 따라 다양한 식감을 즐길 수 있어요. 전복의 제맛을 보려면 회로 드시는 것을 추천합니다. 초장도 좋지만, 소금장에 찍어 먹어도 좋아요. 싱싱한 전복의 내장은 구수하고 눅진한 맛이 굉장히 진하답니다. 단, 싱싱한 내장이 아니라면 생으로 먹기보다는 전복죽을 끓이거나 밥을 지을 때 넣는 것이 좋습니다. 손가락 한 마디만 한 내장은 터뜨리거나 잘게 다져서 요리해야 덩어리지지 않아요.

 

죽을 끓일 때는 불린 찹쌀을 전복 내장과 섞은 후 참기름으로 볶아요. 쌀이 거의 투명해질 때까지 볶으면 찰진 죽이 되고, 가볍게 볶아 물을 넣고 오래 끓이면 부드러운 죽이 됩니다. 죽에 넣을 전복은 대체로 편으로 썰지만 깍둑썰기하면 씹는 맛이 살아나 색다른 재미를 줍니다. 간은 소금으로 하지만 감칠맛이 부족하게 느껴진다면 국간장을 살짝 두르고 한소끔 더 끓여보세요.

 

통 전복의 맛을 보려면 찜이 좋아요. 손질한 전복을 껍데기 위에 올리고 증기로 쪄요. 이때 물에 다시마, 대파, 청주 등을 넣어도 되고, 전복 아래에 다시마와 채소를 깔아도 됩니다. 전복 위에 무를 얇게 썰어 올리면 살이 마르지 않아 촉촉하게 익어요.

 

전복은 버터나 토마토소스 등과도 잘 어울려요. 전복에 버터 조각을 올려 오븐에 굽기도 하고, 도톰하게 썰어 버터와 볶아도 맛있거든요. 올리브오일에 전복을 볶는다면 마늘, 소금, 후추, 파슬리 정도만 넣어 향긋하게 즐겨보세요. 토마토소스에 여러 가지 해물과 함께 전복을 넣고 뭉근하게 끓여 스튜로 먹어도 잘 어울립니다.

 

 

# 여름 입맛 되찾아오는 감칠맛 대장, 문어

바닷가는 물론이며 내륙 지방인 안동과 전주에서는 혼례, 차례, 제사상에 빠지지 않고 문어가 오른답니다. 이렇듯 문어는 특별한 때에 맛보는 귀한 음식으로 여겨졌어요. 요즘에는 문어를 어렵지 않게 구할 수 있고, 먹기 좋게 분리해서 판매하는 자숙문어도 쉽게 구할 수 있어 그 감칠맛을 누구나 볼 수 있죠.

 

문어는 고단백 저칼로리 식품이며, 비타민과 칼슘, 마그네슘, 인 같은 미네랄도 폭넓게 함유하고 있어요. 모두가 잘 아시다시피 무엇보다 타우린이 풍부하고 아스파라긴산이 들어 있어 피로 회복에 그만이지요.

 

문어는 회보다는 숙회로 즐기죠. 문어는 익히는 시간에 따라 부드러운 맛에 차이가 생겨요. 문어의 육질을 부드럽게 하기 위해서는 삶는 물에 무를 갈아 넣는 방법이에요. 문어를 삶지 않고 찌는 방법도 있어요. 냄비 바닥에 두껍게 썬 무나 반 토막 낸 양파 등을 깐 다음 물을 붓지 않고 문어를 올려 그대로 쪄서 익혀요.

 

문어를 잘게 썰어 전복처럼 죽을 끓이면 구수하면서 달콤한 맛이 나요. 문어 다리를 얹어 밥을 지어도 맛있고 얇게 썰어 초무침을 해도 좋아요. 잘 익힌, 큼직한 문어 다리는 한두 개만 썰어도 양이 꽤 됩니다. 문어숙회는 새콤한 초장보다는 고소한 소금 참기름 장에 찍어야 문어의 단맛을 제대로 느낄 수 있어요. 부드럽게 삶은 문어는 초밥에 올려도 맛있고, 김, 쪽파, 미나리, 미역, 백김치, 잘 씻은 묵은지 등 무엇과 곁들여도 잘 어울려요. 지중해 부근에서는 잘 삶은 문어를 삶은 감자, 허브와 섞어 올리브오일, 레몬즙, 소금에 버무려 샐러드로 즐겨 먹어요.

 

 

# 넉넉히 먹어도 살찔 염려는 조금, 오리고기

민물과 바다를 오갔으니 초원으로 가볼까요? 누구나 마음 편하게 즐길 수 있는 오리고기입니다. 오리고기에는 불포화지방산이 풍부해 지방 섭취나 혈액 순환을 걱정되는 사람들도 즐길 수 있죠. 또한, 필수 아미노산과 비타민, 칼슘, 철 등도 풍부하니 영양적인 면에서도 좋은 음식입니다. 가족 식사 메뉴로 오리고기의 인기가 높은 것 역시 바로 이런 이유이죠. 아이도, 어르신도 마음 놓고, 기분 좋게 먹을 수 있으니까요.

 

여름 보양 요리로 즐긴다면 생고기를 추천합니다. 시판 훈제 오리고기에는 여러 가지 양념이 배어 있어 오리 특유의 맛을 즐기기에는 부족해요. 오리고기는 부드러우면서도 탄력 있는 맛이 좋고, 기름져 보이지만 아주 담백해요.

 

오리 백숙은 닭백숙보다 국물 맛이 한 수 위랍니다. 닭백숙처럼 은행, 마늘, 대추, 밤, 인삼 등을 준비해 배 속에 채워 넣으세요. 국물에는 황기, 감초, 오가피 등을 넣어 잡내도 없애고 은은한 향을 더하고요. 끓이는 동안 국물 표면에 뜬 기름기는 부지런히 걷어주세요. 그래야 국물 맛이 깔끔하면서도 풍미가 깊어져요. 고기를 건져 먹고 남은 국물에는 불린 녹두나 찹쌀을 넣어 죽을 끓여 맛보는 것도 좋습니다.

 

 

점점 더워지는 날씨에 몸이 지치고 있지는 않나요? 다가오는 초복을 맞아 올여름을 건강하게 보내고 싶다면 오늘 알려드린 음식으로 미리 여름을 준비해 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