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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와 함께 키워온 26년의 꿈을 이루다! DB하이텍 조기석 부사장

국내 최초의 시스템 반도체 파운드리 회사 DB하이텍은 다년간 쌓아온 역량을 바탕으로 고부가가치 특화제품을 개발, 성장을 거듭하며 마침내 2020년 역대 최대 실적이라는 눈부신 성과를 이뤄냈다.

 

1995년 DB하이텍에 입사하여 반도체 하나만을 보고 달려온 조기석 부사장. 그는 기술기획, 제품기술, 마케팅, 대만지사장, 중국지사장을 거쳐 파운드리 영업본부장을 역임하며 불모지와 같았던 한국 파운드리 시장을 개척하였고, 그 결과 많은 고객을 발굴하여 DB하이텍의 획기적인 성장에 일조했다. 조 부사장은 DB하이텍의 기술경쟁력을 수출경쟁력으로 발전시켜 아날로그&파워 반도체 및 이미지센서 반도체 등 국내 시스템 반도체의 경쟁력과 우수성을 전세계에 전파하는데 크게 기여한 공로로 지난해 국무총리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인터뷰를 위해 만난 조기석 부사장의 첫 인상은 마치 호랑이처럼 카리스마가 넘쳤다. 그는 호탕한 웃음과 스스럼 없는 모습으로 분위기를 금세 화기애애하게 이끌었다. 조 부사장을 통해 지난 위기를 되짚어보고 현재의 위상과 앞으로의 비전에 대해 들어보았다.

 

 

# DB하이텍, 위기와 기회의 순간들

Q. 현재의 DB하이텍이 있기까지 성장 비하인드 스토리가 궁금합니다.

A. 1995년 DB그룹은 반도체 사업을 위해 S-project 를 발족했습니다. 그룹에서 3명이 모여 사업계획서를 만들었는데, 그 중 한 명이 접니다.(하하) 이것이 DB하이텍의 시초라고 볼 수 있겠죠? 당시 기술기획을 맡아 밤을 새워 가며 수 차례의 사업계획서를 작성했고, 그룹의 미래 먹거리를 준비하는 사명감으로 굳은 일도 마다치 않고 열심히 일했습니다. 하지만 그 과정은 순탄치 않았고, IMF를 겪으며 IBM과 함께 메모리반도체(DRAM)를 생산하려던 꿈을 접어야 했습니다. 다시 심기일전하여 2000년 초반 파운드리(Foundry, 반도체 위탁생산)라는 새로운 시장에 뛰어들었는데, 충분하지 못한 기술과 생산 능력으로 이익을 내기 매우 어려운 상황에 처했습니다. 그러한 상황 속에서 포기하지 않고 고객의 다양한 니즈를 파악하여 우리 회사만의 경쟁력을 갖춰 나갔고, 그 결과 8인치 파운드리 분야에서 세계 정상의 기술력을 갖춘 회사로 거듭날 수 있었네요. DB하이텍이 몹시도 자랑스럽습니다.

 

직원들과 함께한 워크샵 단체사진 (가운데 조기석 부사장)

Q. 부사장님 기억에 가장 인상적인 해가 2013년이라고 들었습니다. 어떤 일이 있었나요?

A. 2013년은 매우 힘들고 어려운 시기였습니다. 5월 중국지사를 설립하고 막 활동을 시작하려는데 당시 최창식 사장님이 부르셨어요. 한국으로 돌아오니 영업본부장이라는 무거운 직책을 맡기셨습니다. 하지만 제대로 된 영업활동을 시작하기도 전에 상황은 점점 악화되어 갔습니다. 산업은행의 사전적 구조조정 과정에서 회사가 매각 리스트에 오르는 위기에 놓였습니다. 낯선 사람들이 현장 실사를 이유로 사무실을 오가는 불안한 분위기가 계속되었고, 직원들의 동요도 눈에 보였죠. 그러나 저는 DB하이텍을 포기할 수 없었습니다. 전 직원의 힘을 모아 빨리 이익이 나는 회사를 만들기 위해 최선을 다했습니다. 당시 중점을 둔 것이 바로 ‘가동률’이였습니다. 장치산업은 가동률이 생명이기 때문입니다. 가격의 좋고 나쁨을 따지기 보다는 우선 이익을 발생시키는 것이 중요했습니다. 그때부터 제조공정 라인을 돌며 가동율을 높이는데 집중하였고 그 결과 2014년에는 처음으로 연간 영업이익이 발생하였습니다.

 

Q. 부사장님은 작년 반도체의 날 국무총리표창을 수상하시기도 했는데요. 하이텍의 성장에 기여한 공로를 평가 받았다고 생각할 수 있겠습니다.

A. 감사합니다. 국무총리표창은 그룹의 헌신적인 지원, 리더쉽, 우수한 기술 및 회사 선후배 동료분들의 도움이 없이는 절대 불가능한 일이었기에 지면으로나마 다시 한번 감사를 드리는 바입니다.

 

 

반도체의 날 수상자들과 함께. (왼쪽부터 김덕중 수석, 조기석 부사장, 고광영 수석)

# 위기를 기회로 바꾼 전략

Q. Analog & Power 파운드리를 선택한 전략의 성공 비결이 궁금합니다.

A. 남들을 따라가는 기술을 추구하지 말고 남들이 따라올 수 없는 기술을 가지고 영업을 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당시 아날로그 반도체는 파운드리 분야 8인치 사업군에 있긴 했지만 조명을 받지 못하고 있던 때입니다. 국내에서는 대량생산이 가능한 메모리 반도체 생산이 활황이던 터라, 틈새시장을 파고 들어 다품종 소량생산이 가능한 Analog & Power 파운드리를 선택했습니다. 이 선택이 전력 반도체 칩을 생산하는 Analog & Power 분야의 니즈가 많아지는 시기와 맞아떨어졌습니다. 전력 반도체 칩은 핸드폰, 자동차, 각종 기기 등 거의 모든 디지털 영역에서 필요로 하는 제품입니다. 무엇보다도 불확실하고 험난한 여정을 뒤에서 전폭적으로 지원해주신 경영진의 역할이 큽니다.

 

Q. 8인치 파운드리 산업의 지평을 넓혀가실 당시 어떤 포인트에 주안점을 두셨나요?

A. 고객의 요구에 맞는 시스템반도체를 디자인하여 생산하는 파운드리는 서비스 마인드를 가지고 개발초기부터 고객사와 협력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물량이 적은 고객이라도 비즈니스의 성공을 위해 최선을 다함으로써 타사와의 차별성을 두었습니다. 다양한 고객과 함께 일하는 만큼 개발부터 생산, 품질에 이르기까지 더 많은 관리 포인트가 발생하지만, Operational excellence를 통해 환경 변화에 전체 조직이 유연하게 대응하고 있고, 이런 점이 지속 성과를 위한 밑거름이 될 수 있기에 차별성을 두고 집중하였답니다. DB하이텍만의 보유 기술로 설계자가 이해하기 쉽고 사용하기 쉬운 PDK(Process Design Kit)를 제공하는 등 기존 IDM(Integrated Device Manufacturer)업체가 제공하는 수준의 설계 지원을 통해 고객 편의성을 높이고 있는 것이 대표적인 예 입니다.

 

DB하이텍 상우공장 생산 라인

Q. DB하이텍의 큰 성장동력인 Analog & Power 분야에 대해서 구체적으로 설명해 주실 수 있을까요?

A. 반도체 부품이 부족하여 자동차 생산이 미뤄지고 있다는 뉴스를 보셨나요? 현재 자동차에는 200개에서 400개 정도의 반도체가 필요합니다. 과거에 수동으로 제어하는 기능들을 센서로 전환하면서 그 기능을 담당하는 Analog & Power 반도체 숫자가 점점 늘어나게 된거죠. DB하이텍은 빛, 소리, 온도 등 아날로그 신호를 전자 기기에서 쓸 수 있는 디지털 신호로 바꿔주는 아날로그 반도체에 특화되어 있습니다. 특히 전력관리반도체(PMIC)·디스플레이구동칩(DDI)·이미지센서 등을 적극 공략하고 있습니다. PMIC는 전력을 변환, 처리, 제어해 에너지 효율을 높이는 반도체로 충전이 필요한 전자제품에는 필수적으로 탑재됩니다. 이미지센서도 스마트폰에 탑재되는 카메라 숫자가 증가하면서 수요가 꾸준히 확대되고 있는데, 과거에는 1~2개 수준이었다면 최근 들어서는 중저가폰에도 2~3개의 카메라가 기본으로 탑재됩니다. 또한 이미지센서는 자율주행차의 눈으로 부각되고 있어, 향후 수요가 급증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 DB하이텍의 미래

Q. DB하이텍을 이끌어갈 후배들에게 한 말씀 부탁드리겠습니다.

A. 네. 후배님들, 과거의 어려움은 선배들이 다 짊어지고 갔습니다. 후배님들은 항상 꽃길만 걸었으면 좋겠습니다. 하지만 명심해야 될 부분이 있는데요. 이 꽃길을 오래 걷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회사에 대한 강한 애사심이 필요합니다. 회사가 발전해야 나 자신은 물론 가족도 잘 돌볼 수 있습니다. 항상 이런 마음가짐으로 회사의 지속적인 발전을 위해서 남들보다 더 열심히 공부하고 노력했으면 좋겠습니다.

 

Q. 회사는 지금의 성장을 이어가기 위해서 무엇을 해야할까요?

A. DB하이텍의 미래를 짊어지고 갈 후배들을 잘 양성하기 위해서 회사도 변화하고 있습니다. 회사는 임직원들이 열정을 가지고 일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줘야 합니다. 경영자들은 전략적으로 방향을 잘 잡아가고, 회사는 아낌없이 베푸는 나무가 되어 직원들이 자부심을 가지고 다니도록 해주면 좋겠습니다.

(편집자 주 : 올해 초 전 임직원에게 지급된 성과급 덕에 사기가 많이 올랐다는 후문입니다.)

 

Q. 현재 DB하이텍은 8인치 분야에서 세계 정상의 기술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후발주자들의 추격을 따돌릴 수 있는 계획이 있다면 알려주세요.

A. 파운드리 업계에서 DB하이텍의 공정 및 공정 로드맵, 사업운영방식을 벤치마크하고 있을 만큼 현재 8인치 시장 내 당사의 위상은 감히 최고의 수준에 와 있다고 말씀 드려도 무리가 없을 것 같네요. 하지만 현재에 만족하지 않고 고전력공정(SJ MOSFET, IGBT) 기반의 시장 확대를 위해 다양한 플랫폼을 준비하여 기존의 전력 반도체 사업과 시너지를 낼 수 있도록 매진하고 있답니다. 또한 4차 산업혁명을 맞아 새로운 시장의 출현(AI, IoT,5G등)을 대비한 성장 동력을 이어 나가기 위해 Specialty 이미지센서, RF 공정을 개발하면서 미래를 준비할 계획입니다. 2013년에 Analog & Power 분야를 찾아 냈듯이 글로벌 트렌드를 미리 예측하고 후발주자들을 따돌릴 수 있는 또 다른 먹거리를 개발하겠습니다.

 

젊은 시절부터 지금까지, 흑자 전환이라는 목표를 향해 달려온 조기석 부사장의 간절함은 회사를 성장시킴은 물론 개인이 성장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되었다. 그의 열정처럼 DB하이텍이 한국 반도체 산업을 이끌어가는 회사를 넘어 세계적인 파운드리 리더 회사로 성장할 수 있기를 바래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