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Home >

서울 핫플레이스! 문래동 창작촌

붕어빵 기계부터 맨홀 뚜껑까지 설계 도면만 있으면 도깨비처럼 뚝딱 만들어내는 장인의 손길이 숨 쉬는 곳, 바로 ‘문래동’ 입니다. 해외파 순수예술가부터 셰프들까지 세련된 도시 냄새가 물씬나는 예술인들이 가장 많이 살고 있는 마을이에요. 철공소와 예술가가 어울려 지낸 지 올해로 13년째! 낡고 오래된 철공소에서 쇠 깎는 소리가 쏟아져 나오는가 하면 바로 허름한 건물에서는 미술 전시회와 창작 라이브 공연이 한창입니다. 도무지 어울릴 것 같지 않은, 이질적인 사람들이 함께 살고 있는 서울 영등포구 문래동 1~4가에 있는 ‘문래창작촌’의 풍경을 담아봤습니다.

 

지하철 2호선 문래역 7번 출구에서 문래공원을 마주 보며 100미터 남짓 걷다 보면 ‘문래창작촌’이라고 적힌 인포메이션 부스가 보입니다. 마을 여행을 시작하는 골목 초입에는 기린 조형물이 눈길을 사로잡는데요. 천근성 작가의 작품 <기린>으로 문래동의 첫 공공예술작품이라는 의미가 있습니다. 그 뒤로 자리한 커다란 용접면과 망치는 문래동이 어떤 동네인지 말해주는듯합니다.

 

작품 <못 빼는 망치>는 작가가 도시 재개발로 인해 삶의 터전을 빼앗기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을 담았다고 합니다. 용접면으로 얼굴을 가리고, 떵떵 망치질을 하는 철공소들이 즐비한 동네, ‘문래창작촌’은 이를 예술로 담아내려는 이들이 하나 둘 모이며 형성됐어요.

 

인포메이션 부스와 골목 사이로 들어가면 창작촌이 시작됩니다. '지잉 지잉' 쇠 자르는 소리와 '철커덩' 소리를 내며 철강 재료들이 부딪치고 바쁘게 옮겨지는 소리가 들려오죠. 쇠를 자르고 붙이며 주위에 튀는 용접 불똥, 금속이 녹는 매캐한 냄새, 철공소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노래는 삶의 현장을 느끼게 합니다.

 

문래동은 1930년대 일제강점기 경성방직을 비롯한 면직물 공장이 들어서면서 생겨났습니다. 마을 이름은 해방 이후 방적 기계인 ‘물레’에서 유래했죠. 일본이 세계 2차 대전을 일으켰을 당시, 군수물자를 보급하는 노량진~인천 사이에 있었던 문래동에는 철공소들이 군데군데 자리 잡기 시작했답니다.

 

해방 후 한국전쟁의 폐허를 딛고 일어나 문래동의 공장은 다시 돌아가기 시작했어요. 면직물 대신 철강 제품을 만들기 시작했답니다. 1960년대 후반 청계천이 덮이면서 스테인리스 관련한 청계천 공장들이 문래동으로 옮겨왔습니다.

 

문래동에 본격적인 철공소가 밀집하고, 산업의 중심지가 된 것은 70년대 중후반입니다. 우리 손으로 일구기 시작한 근대화, 도시의 스카이라인을 바꾸고 산업의 뼈대를 이루는 철강이 문래동 공장단지에서 생산되면서 전국으로 퍼져 나갔죠. 1980년대까지만 해도 문래동에는 철강공장과 철재상들이 넘쳐났어요. 철판을 실은 화물차들이 기차가 늘어선 것처럼 보일 만큼 호황을 누렸답니다.

그러나 1990년대 말 철강산업이 기계화되고 중국산 부품이 몰려오면서 이삿짐을 싸는 철공소들이 늘어나기 시작했습니다. 결정적으로 IMF가 터지면서 많은 철강소들이 문을 닫을 수밖에 없었어요.

 

 

# 골목길 그리고 낡은 건물에 입혀진 벽화

도시를 뒤덮은 개발의 열풍이 지나간 2000년 무렵, 군데군데 이가 빠진 공장 지대의 허전함을 예술가들이 채우기 시작했어요. 조각, 설치 작업을 하는 가난한 예술인들이 넓은 공간을 싼값에 쓸 수 있다는 매력에 입주를 시작한 것이죠.

 

그러자 철 지난 공장 지대의 삭막한 풍경이 조금씩 바뀌기 시작했습니다. 공장 담벼락과 철문, 거리 곳곳에 그림과 조형물이 생겨났죠. 시간이 지날수록 더 많은 예술가들이 모이면서 '문래창작촌'이란 이름을 얻었답니다.

문래동이 주목받은 것은 2010년 서울문화재단이 젊은 예술가들을 지원하기 위해 문래 예술공장을 세우면서부터입니다. 문래동에 터를 잡은 예술인들은 낡은 철강공장 벽에 그림을 그렸고, 골목에는 금속의 조형 작품을 세웠어요. 버려진 공간이 현대적 감각의 창작소로 바뀐 것이죠.

 

새로 이주한 예술가와 터줏대감인 철공소가 어우러지면서 독특한 분위기를 만든 점이 흥미롭습니다. 여전히 1,000여 개 철공소가 있는 이곳에는 100여 개 작업실에서 300명이 넘는 예술가들이 활동하고 있어요.

 

문래창작촌에는 세 가지의 매력 포인트가 있습니다. 철공소와 골목길 벽화, 마지막 하나는 카페와 공방들입니다. 예술가들이 입주한 낡은 공장 건물 옥상마다 텃밭 겸 꽃밭이 들어서고, 그 옆으로 벽화와 철제 조형물이 자리 잡았어요. 덕분에 주말이면 카메라를 들고 문래동을 찾는 젊은이의 발길이 이어졌고, 이들의 취향에 맞는 카페와 레스토랑이 생겨난 것이랍니다.

 

서울문화재단이 운영하는 문래예술공장을 비롯해 문래창작촌 곳곳에 들어선 갤러리와 극장에서는 1년 내내 다양한 전시와 공연이 펼쳐지고 있습니다.

골목 안으로 들어서면 문래동을 상징하는 그림 벽화가 희미한 낙서처럼 빛바래 있어요. 창작촌의 골목골목마다 그려진 벽화는 밋밋한 골목에 생명력을 불어넣어 주며, 곳곳에 있는 철제 조형물들은 섬세한 철공소 감성을 담아내고 있죠. 이러한 그림과 조형물들은 사람들과 사진작가들을 문래창작촌으로 불러 모으는 것 같습니다.

 

작가들이 군데군데 그려놓은 벽화와 작품들도 매력적이지만, 동네를 이루는 집들은 그 자체로 건축 박물관처럼 보입니다. 걷다 보면 의외로 골목이 반듯하게 구획이 지어져 있는 것을 알 수 있어요. 계획 단지로 지어졌기 때문이죠.

 

지금은 철공소 골목이지만, 일제강점기 시절 문래동은 방림방적공장을 포함해 커다란 방직공장 3~4개가 있었습니다. 공장 노동자들을 위해 공장 옆에 조선인 노동자들이 머무는 숙소인 영단주택을 지었습니다.

 

영단주택의 크기는 그리 크지 않았어요. 갑을병정 순으로 크기가 줄어들었는데 25평 갑과 20평 을은 일본인 간부들이 머물던 숙소이고, 병정을은 15평, 10평, 5평… 순으로 조선인 노동자들이 기숙사 형태로 묵었습니다. 지금 문래동 5-8번지는 갑과 을이 사용했던 집들이 있던 자리로 해방 이후엔 군부대가 주둔했어요.

 

문래동에는 영단주택만 500채가 있었는데, 동네에 있는 ‘영단슈퍼’와 식당 ‘오백채’는 문래동 4가 일대를 ‘오백채’라 불렀던 것에서 따온 이름입니다. 철강단지에서는 영화 <어벤저스: 에이지 오브 울트론>을 촬영했고, 원빈이 전당포 주인으로 나왔던 영화 <아저씨>도 이곳에서 촬영했어요. 영화 <특별시민>의 배경 역시 문래동입니다.

 

 

# 골목골목 개성 강한 공방과 맛집들

각종 카메라와 예술가들을 사로잡는 문래동 철강단지 특유의 분위기는 걷지 않으면 알 수 없습니다. 낡은 철공소를 풍경으로만 감상하기엔 아깝죠. 문래동은 큰 건물 없이 작은 건물들이 다닥다닥 붙어 있기 때문에 대로에 눈에 띄는 가게보다는 골목골목 발품을 팔아가며 숨어 있는 공방과 맛집을 찾아야 한답니다.

용접공들이 땀 흘려 일하고 있는 철공소들 2층과 지하는 대부분 예술작가들의 작업실입니다. 소규모 갤러리, 공연장을 포함해 사진관, 공방, 작업실이 쏙쏙 숨어 있으니 겁내지 말고 오래된 계단을 밟아보세요.

 

문래창작촌에서는 낮에는 쇠를 다듬는 소리가 골목을 메우지만, 철공소의 셔터가 내려가는 저녁에는 음악소리가 쇳소리의 빈자리를 대신해요. 시를 읊으며 문학에 젖어드는 사람들이 모이는 책방, 공연을 위해 모인 밴드의 연습실, 문화 수업을 위해 모인 작업실 등이 활성화되면서 창작촌에는 사람들로 북적이기 시작한답니다.

다양한 공방과 작업실은 구경만 하는 것이 아니라 직접 배울 수 있는 곳입니다. 가죽공예, 실버 주얼리, 도자기, 목공은 물론 우쿨렐레 연주, 일러스트 그리기, 커피 볶는 법, 재봉틀 다루기 등 30여 개의 체험거리가 가득하죠. 갤러리와 공연장도 몰려 있답니다.

후미진 골목의 낡은 철공소 옆에 수제차를 내리는 카페가 있고, 한식당과 일식 카레점, 수제 햄버거를 파는 가게까지 식욕을 끝도 없이 끌어당깁니다.

 

2016년 겨울 문을 연 우체국 뒤편 수제 맥주집 ‘올드문래’와 매일밤 8시 공연이 열립니다. 오직 이곳에서만 먹을 수 있는 수제맥주 ‘문래’를 판매하는 문래문화살롱, 줄 서서 먹는 ‘양키스버거’등은 빼놓으면 섭섭한 문래동의 핫플레이스랍니다!

 

 

 

# 문래창작촌 탐방 팁

문래창작촌은 2호선 문래역 7번 출구에서 도보 1분, 1호선 영등포역 6번 출구에서 도보 5분 거리에 있습니다. 인포메이션 센터에 있는 ‘올래? 문래!’ 지도를 참고하면 무척 편리해요. 진회색 아스팔트 도로 위에 지금은 군데군데 벗겨진 노란색 동그라미에는 번호와 함께 작품명이 표시되어 있답니다.

 

문래창작촌은 관광지에 앞서 일터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사진을 찍을 때도 초상권을 지켜달라는 푯말을 많이 볼 수 있죠.

과거에 흥했던 철강산업이 떠나고 삭막해진 문래동 철공소 골목에 젊은 예술가들이 모이기 시작한 문화공간, 시대가 바뀌면서 자연스럽게 새로운 모습을 찾아가고 있는 문래창작촌을 살펴봤습니다. 도시 생활이 권태로워질 때 골목골목 낯설고 이질적인 분위기와 개성 강한 맛집들을 찾아 활기찬 시간 여행을 떠나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