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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콤한 시칠리아의 디저트 이야기

ㅣ글ㅣ장준우 셰프
요리사들 사이에서 이탈리아의 남쪽 섬 시칠리아에서 요리를 했다고 말하면 나오는 반응은 대개 두 가지다. '그 멋진 곳에 있었다니 부럽다'라거나 '시칠리아? 그게 어디 붙어 있는 곳이야?'라는 식이다. 이탈리아와 시칠리아가 공교롭게도 둘 다 '-리아'로 끝나서 서로 다른 나라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다. 두 곳을 굳이 비교하자면 우리나라와 제주도 정도의 관계다. 같은 나라인데 상당히 이국적인 풍경이 펼쳐지는 곳. 그래서 내지의 이탈리아 사람들이 휴가지로 많이 찾는 곳이 시칠리아다.


이탈리아 남쪽 지방, 시칠리아



우리가 시칠리아의 정확한 위치는 알지 못해도, 익숙한 느낌이 드는 이유는 시칠리아가 영화 ‘시네마천국’과 ‘대부’의 배경이기 때문이다. 이탈리아 출신이자 미식가인 감독들은 음식을 다룬 장면을 영화 곳곳에 배치해 놓았는데, 이는 관객들에게 이국적인 식문화 소개와 함께 달큰한 기억을 남겼다. 시칠리아는 남쪽에 있어, 본토에 비해 꽤 무더운 편이다. 사람들의 생활방식과 자라는 작물도 다르다 보니 먹는 음식도 본토와는 차이가 난다. 제주도 하면 감귤이 가장 먼저 생각나듯, 시칠리아 역시 이탈리아에서 가장 품질 좋은 오렌지와 레몬이 생산되는 곳이기도 하다. 특히 뜨거운 지중해의 태양을 받고 자란 시칠리아산 레몬은 산미보다 단맛이 강하다. 낮 기온이 30도는 가뿐히 넘는 시칠리아의 더운 날씨를 잠시나마 잊게 해주는 게 바로 상큼한 과일로 만든 시칠리아식 얼음과자 그라니타다. 그라니타는 엄밀하게 말해 아이스크림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아이스크림, 그러니까 젤라또는 유제품을 써서 부드러운 질감을 내는 반면, 그라니타는 과즙과 설탕, 물을 얼린 후 갈아서 만들어 얼음 알갱이가 씹히는 맛이 있다. 슬러시와 비슷하다. 주로 흔하게 널린 레몬이나 오렌지, 복숭아, 딸기, 오디, 자두 같은 과일들을 이용해 만든다. 한국에서는 커피전문점 파스쿠*에서 여름철 음료로 쉽게 맛볼 수 있다. 요즘처럼 무더운 날에는 텁텁함이 입에 남는 아이스크림보다 산뜻한 그라니타가 더 잘 어울린다.


아이스크림의 천국!



시칠리아 사람들은 빙과류에 대해 남다른 자부심을 갖고 있다. 서양 아이스크림의 발상지가 바로 시칠리아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얼음에 무언가를 첨가해 먹는다는 발상은 아랍인들이 처음 했다. 한때 아랍의 지배를 받은 시칠리아에도 얼음과자의 개념이 들어왔고, 가장 높은 화산인 에트나산의 눈을 이용해 그라니타와 소르베토를 만들어 먹었다고 한다. 소르베토는 오늘날 샤벳의 일종이다. 그라니타와 다른 점은 비교적 아이스크림에 가까운 질감을 지닌다는 것이다. 그라니타가 과즙을 섞어 만든 액체를 얼린 후 갈아서 만든다면 소르베토는 휘저어 가며 얼려 입자가 아이스크림처럼 곱다는 차이가 있다. 에트나에서 가져온 눈은 동굴로 옮겨져 단단해지지 않도록 천으로 감싸 보관했다. 우리로 치면 석빙고 같은 시설이 있었던 셈이다. 이 덕분에 왕이나 귀족들은 여름에도 시원한 그라니타와 소르베토를 먹을 수 있었다. 점차 시간이 지나며 다양한 맛을 내기 위한 실험을 했다. 와인이나 와인을 만들 때 쓰는 포도 원액을 넣거나 버터나 생크림 등 유제품도 더해졌다. 과일 맛이 나는 얼음을 갈아 만든 얼음 과자 형태에서 점차 부드러운 아이스크림으로 변모해간 것이다. 차갑고 맛있는 아이스크림은 금세 유럽 전역으로 퍼져나갔다. 시칠리아 출신의 한 제과 장인은 17세기 프랑스 파리로 건너가 파리 최초의 카페이자 아이스크림 가게인 '르 프로코스'를 열었다고 하니 빙과류에 대한 시칠리아인의 자부심이 하늘을 찌르는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었던 셈이다.


시칠리아 대표 디저트 카놀리



그라니타로 한낮의 열기를 식혔다면 이번엔 다른 달콤함을 맛볼 차례다. 바로 시칠리아를 대표하는 디저트, 카놀리다. 둘이 먹다 하나가 죽어도 모를 만큼 맛이 있다는 표현처럼 카놀리는 치명적인 매력이 있다. 카놀리는 속이 빈 빨대 모양의 과자에 리코타 크림을 채워 만든다. 지역별로 레시피가 조금씩 다르긴 하지만 아몬드나 피스타치오, 설탕에 절인 과일, 초콜릿, 시나몬 등을 곁들인다. 그냥 먹어도 고소한 리코타 치즈에 설탕을 듬뿍 넣어 만들기에 맛없게 만들기가 오히려 어려울 지경이다. 구릿빛으로 잘 튀겨낸 과자에 리코타를 채워 넣으면 금새 눅눅해지기에 반드시 먹기 직전 리코타를 채워야 그 맛을 제대로 느낄 수 있다. 카놀리는 대부 1편에서 돈 콜레오네 암살에 협조한 배신자를 처형하는 장면에서도 등장한다. 간부 클레멘자는 배신자를 처형하러 가기 전 부인에게 카놀리를 사오라는 부탁을 받는다. 한적한 교외에서 조직을 배신한 운전사에게 총을 난사한 뒤 클레멘자는 부하에게 말한다. “총은 버리고 카놀리는 챙겨.” 시칠리아를 상징하는 이 디저트의 위상은 이탈리아 어디를 가도 확인할 수 있다. 본토에서 시칠리아 음식을 파는 곳이라면 메뉴에 카놀리가 빠지지 않는다. 아예 카놀리와 그라니타만 전문으로 파는 가게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진한 에스프레소 한 잔에 곁들이거나 식사 후 마지막 행복감을 선사해주는 디저트로 카놀리 만한 게 또 없다. 카놀리에서 크림빵의 밋밋한 크림맛이 난다면 아마도 제대로 된 것이 아닐 가능성이 높다. 제대로 된 카놀리라면 진하고 고소한 리코타의 풍미가 온전히 전해져야 한다. 카놀리 중에서도 가장 최고로 치는 건 버팔로(물소)의 젖으로 만든 리코타를 넣은 카놀리다. 일반 리코타에 비해 확연히 다른 풍미를 선사한다. 시칠리아에 방문할 계획이라면 꼭 버팔로 리코타로 만든 카놀리를 드셔보라고 권하고 싶다.



[한국에서 이탈리아식 젤라또를 맛볼 수 있는 곳]


끼아로젤라떼리아

이탈리아 젤라또학교 출신의 사장님이 차린 가게다. 대체적으로 맛이 깔끔하고 담백해 인기가 많다.

주소 : 서울 서대문구 독립문로 67

대표메뉴 : 당근치즈케이크 젤라또, 스트라치아텔라 젤라또

전화번호 : 010-8620-7623


당도

매장에서 직접 만들어 그날그날 메뉴가 조금씩 달라진다. 쌀 젤라또와 소금 젤라또가 가장 유명하다.

주소 : 서울 마포구 포은로 106

대표메뉴 :쌀 젤라또, 소금 젤라또, 얼그레이 젤라또

전전화번호 :070-8690-1088


올드브릿지

로마 3대 젤라토 중 하나로 손꼽히는 ‘올드브릿지’ 본점에서 일하며 몸소 배운 사장님이 오픈한 가게다.

주소 :서울시 마포구 어울마당로 53

대표메뉴 : 쌀 젤라또, 티라미수 젤라또, 피스타치오 젤라또

화번호 : 02-6242-3545


녹기전에

우유와 과일 등 신선한 재료만을 이용해 어디서도 맛볼 수 없는 특별한 젤라또를 만날 수 있다.

주소 : 서울시 종로구 돈화문로11나길 28-1

대표메뉴 : 와사비 젤라또, 깻잎 젤라또, 쑥 젤라또

전화번호 : 070-8829-8020


본문에 소개된 맛집 정보


1. 끼아로젤라떼리아 : 서울 서대문구 독립문로 67 / 010-8620-7623

2. 당도 : 서울 마포구 포은로 106 / 070-8690-1088

3. 올드브릿지 : 서울시 마포구 어울마당로 53 / 02-6242-3545

4.녹기 전에 : 서울시 종로구 돈화문로 11나길 28-1 / 070-8829-80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