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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를 꽉 채우는 연말 여행, 광명동굴 & 전통시장

연말연시의 하루는 이상하게도 더 빨리 지나갑니다. 달력은 넘어가는데, 몸은 그보다 먼저 앞서 나가 있고 마음은 자꾸 뒤처집니다. 특별히 바쁜 일을 하지 않았는데도 하루가 끝나버린 날, 그날을 어떻게 보냈는지 잘 떠오르지 않을 때가 있습니다. 도시는 여전히 환하고 사람들은 분주한데, 나만 잠시 멈춰 서 있는 기분이 들기도 합니다.

 

이럴 때 필요한 건 먼 여행이 아니라, 여유로운 마음으로 보낼 수 있는 따뜻한 하루인 것 같습니다. 조급해지지 않고 주변을 천천히 바라보며 즐길 수 있는 곳, 이번 글에서는 광명에 위치한 광명동굴과 광명 전통시장을 중심으로, 잠시 마음의 속도를 늦출 수 있는 희망찬 하루를 따라가 보려고 합니다.

 

# 돌 위에 새긴 100년의 시간, 광명동굴

📌 광명동굴

• 위치 : 경기도 광명시 가학로85번길 142

• 운영시간 : 09:00 ~ 18:00 (마지막 입장 17:00)

- 7~8월 성수기 기간 운영시간 소폭 변동 (별도 공지)

• 매주 월요일 휴장

• 입장료 (광명시민 50% 할인, 할인 및 입장료 면제대상 홈페이지 확인 요함)

- 어른 : 개인 10,000 / 단체 8,000

- 청소년 : 개인 5,000 / 단체 4,000

- 어린이 : 개인 3,000 / 단체 2,500

- 만 65세 이상 : 3,000원

• 관람 소요시간 : 30 ~ 90분

 

기대를 안고 들어선 광명동굴 입구, 으스스한 분위기일 것이라고 예상했던 것과는 다르게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알록달록 예쁜 빛을 뿜고 있는 꽃들이 보입니다. 동굴이 떠올리게 하는 특유의 서늘한 분위기를 조금이라도 안심 시켜주기 위한 것이라고 생각해 봅니다. 동굴 투어를 다 끝내고 난 지금 돌이켜보면, 이때의 꽃 조형물들은 동굴 투어를 하면서 앞으로 만나게 될 볼거리들의 복선인 듯합니다.

 

광명동굴 안으로 조금 더 들어서다 보면 넓게 트인 공간 하나를 만나게 됩니다. 웜홀이라 불리는 광장입니다. 잠시 걸음을 멈추게 되는 이 공간은 동굴 안에서도 유난히 다른 분위기를 가지고 있습니다. 빛과 구조가 한꺼번에 시야에 들어오며, 지금까지 지나온 동선과는 또 다른 장면이 펼쳐집니다.

 

웜홀은 우주 공간에서 서로 다른 시공간을 연결하는 통로를 의미한다고 합니다. 광명동굴의 웜홀광장 역시 그런 이름처럼, 오래된 시간과 지금의 시간을 이어주는 경계처럼 느껴집니다. 동굴이 가진 원래의 신비로움 위에 조명이 더해지며, 이곳은 막연한 지하 공간이 아니라 조금은 판타지적인 풍경으로 다가옵니다. 어둠 속에서 암반을 따라 번지는 빛을 보고 있으면, 현실의 감각에서 잠시 벗어난 듯한 기분이 들기도 합니다. 마치 영화 속 다른 세계에 들어온 것처럼, 공간 자체가 하나의 장면처럼 느껴집니다.

 

웜홀광장을 지나 암반을 따라 이어지는 빛의 공간으로 발걸음을 옮기면, 동굴의 분위기는 다시 한번 바뀝니다. 조명은 공간을 드러내기보다는 길을 안내하는 역할에 가깝고, 자연스럽게 시선은 위와 옆으로 향하게 됩니다. 암반을 따라 번지는 빛의 화려함이, 연말의 풍경을 떠올리게 했습니다.

 

중간중간 안내원분들의 안내를 받아 발걸음을 옮기다 보면, 어느새 광명동굴의 가장 웅장한 볼거리, 미디어 파사드를 마주하게 됩니다. 거대한 바위와 깊숙하고 웅장하게 뚫려 있는 이 공간에선 동굴 외벽을 스크린으로 활용하여 다양한 영상을 투여하는 ‘미디어 파사드’ 공연이 진행되고 있었습니다. 운 좋게 공연 시작 전에 도착한 덕분에, 공연을 기다리는 동안, 그곳의 가이드 분께 미디어 파사드 공연에 관한 설명을 간략하게나마 들어볼 수 있었습니다.

 

이 공연은 공상 과학 소설 작가, 쥘 베른의 ‘지구 속 여행’이라는 작품을 모티브로 하여 ‘빛을 잃은 지구에 다시 빛이 살아나서 아름다운 지구로 돌아오는 스토리’를 담은 미디어 파사드 공연이라고 합니다. 또한, 오전 9시부터 오후 5시까지 10분 간격으로 4분간 진행된다고 하니, 방문하시게 된다면 오래 기다릴 필요 없이 관람이 가능하다고 합니다. 직접 경험한 바로는 단순히 영상의 느낌보다는 음향과 영상이 서라운드로 펼쳐지는 IMAX 영화를 본 기분이었습니다.

 

동굴 벽에 튕겨져 나오며 울리는 소리는 노이즈 캔슬링 한 것처럼 소음의 어떠한 침범 없이 모든 청각을 사로잡았고, 암벽이 무척 거대해서 영상을 한눈에 담느라, 한순간도 눈을 뗄 수가 없었던 스크린은 첫 장면부터 단숨에 제 시선을 빼앗았습니다. 기록을 더 길고 많이 남기느라, 카메라를 거쳐 보기엔 너무 아까워서 최소한의 기록만 남기고 얼른 스마트폰을 집어넣었습니다. 이날 공연의 분위기와 감각으로 기억합니다. 여담으로, 수많은 의자들과 무대 또한 눈에 들어왔는데, 본래 이 공간은 초청 아티스트들의 공연장이었지만 현재는 운영되지 않고, 동굴 밖 외부에서 진행된다고 합니다.

 

계속해서, 광명동굴의 신기한 볼거리는 살아있는 생명체로 이어집니다. 미디어 파사드 다음 바로 위치한 ‘아쿠아 월드’, 아쿠아 월드는 국내 최초의 동굴 속 아쿠아 월드로 광명동굴의 1급 암반수를 이용해 토종 물고기 외 세계 곳곳의 다양한 물고기를 만날 수 있습니다. 아쿠아월드 속 모든 물고기가 난생처음 보는 물고기였는데, 그중에서도 가장 인상 깊었던 건 ‘글래스 캣피쉬’였습니다. 글래스 캣피쉬는 몸이 완전히 투명한 탓에 뼈와 내장기관이 다 보이는 메기과 물고기라는데, 실제로 봤을 때도, 뼈 마디가 전부 다 보여 물고기의 뼈가 이렇게 만다는 것을 알게 돼서 무척 신기했습니다. 유리처럼 투명하고 고양이처럼 길게 나온 수염을 가지고 있어 ‘글래스 캣피쉬’라는 이름이 붙지 않았나 짐작해 봅니다. 아쿠아 월드를 돌아보며, 동굴 저 깊숙한 곳에는 이곳에 있는 것보다 특이하거나 상상해본 적 없는 생김새의 생물들이 살아 움직이고 있을 거란 생각을 해봅니다.

광명동굴이 예전부터 금을 채광하던 갱이라 그런지 이동하는 곳곳에 금의 흔적들이 가득합니다. 천장과 벽면에 붙어있는 있는 금장식과 통로에 걸려 있는 소원 적힌 황금패, 황금동상 등등. 연말인데다 소원 적힌 황금패를 보니, 저도 황금패에 소원을 적어 걸어놓고 싶었는데 황금패를 파는듯하는 매대는 있었지만 이날은 아쉽게도 운영을 안 하고 있었습니다. 비록 소원을 적진 못했지만, 소원을 이뤄주는 다른 황금 조형물들 앞에서 바라던 소원을 빌고 왔습니다. 후에 동굴투어를 다 끝내고 나서 알고 보니, 들어가는 입구에서 5천 원에 구매할 수 있다고 하니, 황금패에 소원을 적어 걸어놓고 싶으시다면 입구에서부터 구매하셔서 준비해 가시는 걸 추천드립니다.

 

이곳에 걸린 소원들 그리고 앞으로 걸려질 소원들, 모두 바라는대로 이뤄지기를 소망해 봅니다. 2026년에는 더 행복할 수 있도록.

앞뒤뿐만이 아니라, 좌우까지 깊숙이 뻥 뚫려 있는 동굴 숲을 전체적으로 훑어가다 보면 미지의 세계를 상상케 하는 동굴 지하 호수가 눈에 걸리게 됩니다. 사실, 좌우를 유심히 살피지 않더라도 호수가 내뿜는 그 거대한 존재감이 사람들의 시선을 사로잡게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개척된 탐방로가 아니라서 가까이서 볼 수는 없지만 그래서 더 상상력을 자극하고 신비롭습니다. 지하 호수 외벽에 한 층 한 층 겹겹이 쌓여 새어 나오는 오묘한 색감의 빛들이 미스테리함과 호기심을 더하는데 큰 몫을 하는 것 같습니다. 처음 보자마자, 어릴 적 판타지 영화나 TV만화에서 자주 등장하던 마법 같은 존재나 전설적인 무언가가 호수 깊숙이 존재하고 있는 것 같은 상상이 듭니다.

 

여기서 또 하나, 이런 마법 같은 상상만큼이나 믿기지 않았던 현실이 있었습니다. 동굴 지하호수에 적힌 설명을 보고 알게 됐는데, 동굴이 무려 275m 깊이로 파 내려져 있다는 점이었습니다. 275m의 깊이는 동네 뒷산만큼의 높이와 비슷합니다. 아마 등산을 하면 30~40분 정도 소요될 높이죠. 사진에 보이는 동굴지하호수는 그보다 훨씬 덜 깊은 깊이에 위치하고 있다는데도 아득히 깊어 보이는데, 제일 밑바닥의 갱도는 얼마나 아찔하고 어두컴컴한 심연일지 감히 상상조차 하기 어렵습니다. 붕괴의 두려움과 보이지 않는 위험을 무릎 쓰고, 지하 깊숙이 갱도를 뚫어오며 초인적인 노력을 해온 선조들의 대단함과 동시에 안타까움이 차올랐습니다.

 

1955년부터 폐광 전, 72년까지의 채광된 광물량을 살펴보니, 의심과 놀라움이 밀려들면서 동시에, 머리속은 물음표로 가득 차게 됐습니다. 대한민국에 ‘이런 탄광이 있을 수 있나’부터 시작해서 지금보다도 기술력이 부족하던 시절, ‘어떻게 저 많은 양의 광물들을 캐고, 싣고, 날랐을까’, 또 ‘얼마나 자주 갱도 속을 들락거렸을까’와 ‘어떻게 이 동굴을 발견하게 됐을까?’라는 등등의 궁금증이었죠. 겉보기엔 그저 돌, 동굴일 뿐이지만 그 속을 헤집고 들어가 이만큼의 빛나는 가치들을 발견하고 끈기 있게 그 의지를 실행시킨 우리 선조들을 떠올리며 왠지 모르게 한국인로서의 자긍심이 샘솟았습니다.

광물 채광량을 보고 감탄에 빠져들었던 것도 잠시, 광명동굴은 사실 뼈아픈 역사적 사실이 함께 존재했습니다. 광명동굴은 일제 강점기 시절, 1912년부터 어쩔 수 없이 끌려가 목숨을 걸고 탄광을 파고들어야만 했던 일제의 강제 노역이 그 첫 시작이었던 것입니다. 곳곳에 적혀진 그 시절의 핍박과 고단함 그리고 그 모습을 조금이나마 직관적으로 보여주기 위해 재현되어 있던 모형들. 어쩌면 어둠보다 더 어두운 곳에서 심연보다 더 깊은 곳을 파고들 수밖에 없던 그 시절, 살이 찢어지고 뼈가 부서지는 고통을 이겨낼 수밖에 없던 그 처참함을 보면 괜스레 죄송스러운 마음이 들고 가슴 한편이 먹먹해져옵니다.

광명동굴의 끝으로 향하는 길, 마지막의 기분전환을 위해 출구로 연결된 통로 바닥과 천장 그리고 주변 곳곳에 마음을 가라앉혀주고 기분을 화사하게 만들어주는 아름다운 색감의 영상들이 시선과 발길이 가는 모든 곳에 자욱하게 깔립니다. 이 외에도 식물원, 한국와인 바 등 추가로 몇 가지가 더 있었지만, 개인적으로는 사진과 같은 영상 연출들이 광명동굴에서의 마지막 순간을 기분 좋게 배웅해 주는 느낌이라 무척 인상 깊었습니다. 처음 입장 시엔 관람시간 40분 정도 소요된다고 얘기 들었지만, 막상 다 끝나고 시간을 보니 1시간에 가까울 정도로 있어서 굉장히 놀랐고 이렇게나 시간을 훔치는 볼거리가 많았구나 라는 오길 정말 잘했다는 생각까지 들었습니다.

 

# 전통 시장의 자부심, 광명전통시장

📌 광명전통시장

• 위치 : 경기도 광명시 광이로13번길 17-5

• 운영시간 : 10:00 ~ 21:00

 

광명동굴을 즐겁게 끝마치고, 광명의 또 하나의 명물 광명 전통시장에 도착했습니다. 광명 전통시장을 보기 전까지의 광명에 대한 개인적인 느낌은 고층 건물과 기차역 등 신도시스러운 느낌을 갖고 있었는데, 전통시장 앞에서 그 모습을 마주하고 구수한 냄새들을 맡으니 사뭇 새롭게 느껴지며 정감마저 들었습니다.

 

광명 전통시장의 좁은 길목을 중심으로 쭉 늘어서 있는 매대들이 눈에 가장 먼저 띕니다. 주말 저녁인데도인지 주말 저녁이라 그런지 매대에 빼곡히 채워져 있는 장거리만큼이나 사람들도 북적거렸는데요. 오랜만에 활기찬 시장의 모습을 보니 가까운 광명이지만, 어디 멀리 유명한 전통시장에 온 것 같은 기분이 들었습니다. 시장답게 장거리가 무척이나 값쌌고 그 종류들도 정말 다양했습니다. 이곳에 있는 장거리들을 활용하는 법을 몰랐다는 게 정말 아쉬울 따름이었습니다.

 

시장에 온 가장 큰 이유, 바로 음식이죠. 광명동굴을 돌며 너무 몰입한 탓에 이미 허기질 대로 허기져 있어서 곧장 미리 봐뒀던 칼국수 집으로 향합니다. 이곳의 이름은 ‘홍두깨 칼국수’, 이미 TV방송 등을 통해 유명해진 맛집이었습니다. 가게 밖에서부터 봐도 가게 내부에는 사람들이 가득했고, 2층을 올라가니 더 많은 사람들이 있었습니다.

 

역시 맛집답게 메뉴는 단 2가지, 개인적으로 생각하는 맛집의 기준은 ‘단일메뉴’라 메뉴가 단출한 걸 봤을 때, 이곳은 맛집임이 틀림없다고 생각했었습니다. 그렇게 주문을 하고 칼국수를 먹었는데, 국수를 먹기보다 국수가 입안으로 스스로 빨려드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습니다. 식사 양이 적은 것도 아닌데, 국수의 끝은 도무지 보이지 않았습니다. 처음 나온 그대로의 상태로 간간하면서도 담백하게 즐기다, 변주를 주고 싶으면 양념장을 함께 풀어 매콤한 맛을 더했습니다.

 

칼국수 하나에서 단순히 두 가지 맛을 넘어 따뜻한 맛과 땀 흘리는 맛을 맛봤고 무척이나 맛있었습니다. 만약 방문하시게 된다면, 처음 나온 그대로를 먼저 즐겨보시고 후에, 양념장을 넣어 맛에 재미를 더 해보시는 것을 추천합니다.

 

여유로운 마음으로 보낼 수 있었던 따뜻한 하루. 이번 하루는 평소 조급한 마음에 휩싸여 무작정 속도를 재촉하던 마음도 느릿느릿 한 걸음 속도에 발맞춰줬습니다. 천천히 걷지 않았더라면, 아마도 어딘가에서 늘어져 있어도 마음은 빨리 뛰라며 채찍질을 하고 있었을지도 모릅니다. 그러니 어디라도 좋으니 천천히 걷는 연습을 해보시길 바랍니다. 걷는다는 것은 뒤처지는 행동이 아니라 생각을, 마음을, 나를 돌보는 것이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