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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스럽고 개성 있는 작품들이 한가득! 장 줄리앙 <그러면, 거기>

작년, 한남동 알부스 갤러리에서 소규모로 열렸던 ‘다시 안녕’ 전시로 국내 관람객들에게 큰 사랑을 받았던 장 줄리앙이 새로운 전시로 한국을 찾았다고 해요. 특히, 이번 전시는 세계 최초로 열리는 장 줄리앙의 대규모 회고전으로 그동안 작가가 지나온 발자취를 돌이켜 볼 수 있어 더욱 기대가 되었습니다. 프랑스 출신 아티스트 장 줄리앙의 국내 두 번째 전시 ‘그러면, 거기’, 함께 볼까요?

 

<장 줄리앙 : 그러면, 거기>

• 기 간 2022년 10월 01일(토) ~ 2023년 01월 08일(일) * 연중무휴

• 장 소 서울특별시 중구 을지로281 DDP 배움터 디자인 전시관 B2

• 시 간 오전 10시 - 오후 8시 (입장마감: 오후 7시)

• 입장료 성인 20,000원/ 청소년 15,000원/ 어린이 13,000원

 

동대문 디지털 프라자 배움터 디자인 전시관에서 내년 1월까지 진행되는 장 줄리앙의 ‘그러면, 거기’ 전시는 지난 10월 1일부터 시작되었어요. 저는 전시 오픈 전부터 전시회 얼리버드 티켓을 미리 구매해둔 덕분에 성인 1인 20,000원의 티켓 가격을 9,900원에 미리 구매해 이용할 수 있었어요. 지금도 마켓컬리, 야놀자 등 각종 오픈 마켓에 간헐적으로 티켓을 저렴하게 판매하고 있는 곳이 있으니 전시장에 도착하기 전에 미리 찾아보시는 것을 추천드립니다.

 

전시장은 동대문 디자털 프라자의 특성상 주말 방문으로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었어요. 직관적이고 한눈에 이해할 수 있는 작품을 지향하는 장 줄리앙의 전시는 해석이 어렵지 않고 어린아이들의 눈높이에 맞춘 전시로 유명해 어머님들도 많이 찾는다고 합니다. 조금 더 여유롭게 전시를 관람하고 싶다면 평일 오전 시간대에 방문하시면 더 좋을 것 같아요.

 

전시 작품들을 조금 더 작가의 의도를 확실하게 이해하며 작가의 생각과 나의 해석을 비교하며 들어 보는 것도 전시를 한층 색다르게 즐길 수 있는 방법 중 하나인데요. 온라인 도슨트를 지원하고 있으니 방문하실 때 이어폰을 챙기는 것도 좋겠습니다.

 

프랑스 출신으로 프랑스와 영국을 비롯해 유럽, 미국, 일본, 한국까지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장 줄리앙은 전 세계적으로 사랑받는 그래픽 아티스트인데요. 특히 이번 DDP에서 개최되는 회고전은 회화뿐 아니라 스케치북, 조각, 미디어 아트 등 상당히 다채로운 분야의 작품들을 볼 수 있기 때문에 그 의미가 커요. 무엇보다 이번 전시를 통해 그가 어린 시절부터 작업하기 시작하며 개인적으로 소장해 온 백 권에 달하는 스케치북을 처음으로 공개하는 자리라는 점 역시 또 하나의 전시 포인트입니다.

 

그의 작품들은 모두 직관적으로 이해하기 쉬우면서도 독창성이 돋보이는 것이 가장 큰 매력 중 하나죠. 장 줄리앙은 “화장실 사인처럼 단순한 형태는 모든 사람이 이해할 수 있다. 나 역시 누구나 이해할 수 있는 세계적인 언어로 디자인하고 싶다.”라고 인터뷰했어요. 그만큼 그의 작품들은 어느 국가의 누가 보아도 이 작품이 의미하는 바를 쉽게 알 수 있다는 특징이 있습니다. 또한, 장 줄리앙의 작품들은 자유롭고 독창적이면서 또 한편으로는 현대인들의 일상과 사회적 이슈를 날카롭게 해석하며 위트적 요소를 더해 표현하기도 합니다.

 

장 줄리앙에게 드로잉은 또 하나의 언어인데요. 일러스트와 영상, 조각뿐 아니라 브랜드와의 다양한 콜라보레이션까지 장 줄리앙의 모든 작품들은 그가 직접 손으로 그려내는 드로잉들로부터 비롯되었답니다. 이 공간에서는 지난 2008년부터 2022년까지 그의 드로잉 스타일들이 어떻게 변화했는지, 그리고 최종적으로 완성된 작품은 어떠한지 알 수 있었습니다.

 

이곳은 한참을 서서 포스터 한 장 한 장을 해석하는 재미가 있었던 공간입니다. 포스터마다 다양한 색감을 사용해 위트 있게 담아낸 메시지들을 찾아내는 일련의 활동들에서 숨은그림찾기를 하는 것 같은 기분을 느낄 수 있었어요.

 

장 줄리앙의 작품들 중 직접 종이를 오리고 붙여가며 다양한 재료들을 사용해 창의성을 극대화한 작품들도 눈에 띄었어요. 2008년, 장 줄리앙이 학생이었을 때 그는 수많은 시도와 실험을 거쳐가며 예술이라는 한 영역에서 다양한 도전을 했다고 합니다. 종이를 오려 촬영한 수많은 컷을 움직이는 것처럼 영상으로 이어 붙인 스톱모션을 만든다거나, 다양한 물체를 설치한다거나 하는 다양한 작품들을 볼 수 있었어요.

 

전시관 내 한 쪽에서는 끄적끄적 일상의 사물들을 이용해 만들어낸 줄리앙의 위트 있는 작품들이 상영되고 있었는데요. 달팽이가 아이의 가방이 되고, 흰 붓이 머리카락으로, 맥주병이 사람의 몸통으로 변하는 등 쉽게 구할 수 있는 재료들로 표현해낸 수준급의 그림들이 놀이처럼 펼쳐집니다.

 

유명한 Paper People 작품이죠. 늘 흑백 드로잉만 해오다가 빛이나 공간감이 부족한 것을 느낀 장 줄리앙은 그를 보완하기 위해 종이 캐릭터를 만들고 이 작품들을 앉히기도 하고 눕히기도 하며 또 하나의 작품을 만들었다고 해요. 이 과정을 통해 입체 공간감에 대해 자신감을 얻은 장 줄리앙은 요즘에는 3D 입체 작업물까지 작품 스펙트럼을 넓혔다고 합니다.

 

앞선 작품들을 관람했다면 이 공간부터는 다양한 콜라보레이션과 판매 목적의 굿즈들을 포함한 장 줄리앙의 다양한 오브제들을 관람할 수 있는 공간이 펼쳐집니다. 장 줄리앙은 ‘모든 종류의 상징, 기호 등은 특정 분야의 전문가들이 아닌, 일반 사람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어야 한다’라는 전제를 바탕으로 모든 작업을 시작하기 때문에 그가 만든 굿즈들 역시 모두가 공감할 수 있도록 간결하고 직관적으로 표현되었습니다.

 

귀여운 드로잉과 함께 만들어진 포스터, 동화책들, 귀여운 스케이트보드와 의류들부터 시작해 와인병, 화병, 쇼핑백과 그림책, 엽서 그리고 여러 그릇과 담요 등 일상에서 쉽게 볼 수 있는 다양한 제품들도 눈에 띄었어요.

 

이곳에서는 식탁을 둘러싸고 앉아 있는 가족의 식사 전 화목한 모습을 연출한 작업물을 볼 수 있었어요. 장 줄리앙이 이런 위트 있고 일상 속 즐거움을 놓치지 않고 들여다볼 줄 아는 작가가 되는 데에는 가족들과 나눈 추억들이 밑거름이 되었다고 합니다. 특히 이 노란 테이블이 있는 공간은 그가 가족들과 함께 했던 행복한 저녁에 대한 따뜻한 추억을 되새기는 공간이라고 해요.

 

장 줄리앙이 프랑스 북서부의 해안 도시 레스코닐에서 보냈던 행복한 시간들 덕에 레스코닐 또한 그가 각별한 의미를 갖는 장소라고 해요. 그의 회화 작품들은 주로 일상에서 영감을 받아 완성된 만큼 여가생활과 휴가에 보낸 시간들, 따뜻한 바다 등이 배경에 등장합니다.

 

특히 이번 전시에서는 기존의 귀엽고 아기자기하고 독창적인 일러스트레이션 작업들과는 달리 일상을 따뜻한 시선으로 관조하는 듯한 인상을 많이 느낄 수 있었는데요. 드넓은 바다와는 대조적으로 인물들은 작고 흐릿한 형태로 표현된 부분들을 보니 이번에는 좀 더 자연에 집중했다는 것을 알 수 있었어요.

 

장 줄리앙 ‘그러면, 거기’는 도슨트 없이 작품을 유심히 바라보기만 해도 작가가 어떤 위트를 넣고 싶었는지, 무엇을 말하고 싶었는지를 알 수 있어 가벼운 마음으로 유쾌하게 즐길 수 있었던 전시였어요. 또한 이번 전시에서는 장 줄리앙이 기존에 알고 있었던 것보다 훨씬 더 다양한 스타일의 작품 활동을 하는 작가라는 걸 알 수 있는 기회가 되었던 것 같습니다. 이번 달 문화생활을 고민 중이셨다면 DDP에서 장 줄리앙의 <그러면, 거기> 전시회를 방문해 보시는 것을 추천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