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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면마취에서 깰 때 헛소리 하는 이유는?

수면 내시경 또는 수술을 위해 수면 마취를 경험해본 분들이라면 한 번쯤 드는 의문이 있습니다. 바로, 수면 마취에서 깨어날 때 잠꼬대와 같은 헛소리를 하는 것이에요. 부끄러운 마음에 검색해보면 비슷한 경험을 한 경험담이 쏟아져 나오기도 합니다. 오늘은 수면 마취에서 깰 때 헛소리를 하는 이유에 대해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우선, 마취에 대해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마취는 약물로 의식과 감각, 운동 등을 일시적으로 차단하고 반사행동이 없는 상태로 유지하는 것으로 수술이나 내시경 등의 목적으로 사용됩니다. 만약 마취가 없었다면, 수술 시간 동안 엄청난 통증을 느껴야 했을 거예요.

 

신체는 통증으로 느낄 정도의 자극을 받으면 신경 말단에 위치한 통증 수용체가 활성화되어 신경을 통해 대뇌까지 전달되어 통증을 느끼게 됩니다. 이때, 마취는 약물을 통해 신호 전달 과정을 차단하는 원리로 작동됩니다.



그렇다면 마취에서 깨어나 의식이 되돌아오게 되면 헛소리를 하게 되는 것일까요? 위스콘신 대학교의 줄리오 토노니(Giulio Tononi) 정신의학과 교수가 개발한 ‘통합 정보 이론(Integrated Information Theory)’에 의하면 ‘조건 없이 전제된 명제(≒공리)’가 2개 있는데, 첫째는 ‘의식 경험은 풍부한 정보량으로 유지된다’는 것, 둘째는 ‘의식 경험은 통합된 것이다’라는 공리입니다.

 

두 개의 공리를 이용해 의식을 정의하면 ‘풍부한 정보와 이를 통합 시켜 처리할 수 있는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이 공리를 이용해 마취를 정의하면 약물이 뇌의 정보 흐름을 억제해 부위별 연결을 끊어지게 하면 의식은 성립하지 않아 소멸된다고 할 수 있어요.



이와 관련해 한국과 미국의 공동연구진이 마취 수술 환자 48명의 뇌파를 측정해 뇌의 전두엽과 두정엽 방향으로 정보 흐름이 억제될 때 의식의 변화를 확인한 논문 자료를 살펴보겠습니다.

 

부위별로 연결이 끊어지면 의식이 소멸하는 ‘통합 정보 이론’은 신빙성이 높지만, 마취가 풀리면서 끊어졌던 신경망이 다시 이어지기 시작하면 소멸한 의식이 돌아오기 시작합니다. 이때, 중요한 사실은 신경망이 이어지기까지 시간이 걸리기에 부위별로 기능이 살아나도 통합되지 않아 의식 수준이 매우 낮은 상태로 유지되는 것이죠.

 

예를 들어, 언어 등의 기능을 담당하는 측두엽이 논리적 행동을 담당하는 전전두엽이 서로 연결되지 않은 상태에서 측두엽이 먼저 기능할 때, 말에 논리가 없는 헛소리를 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어요. 또한, 의식이 성립되지 않은 상태에서 말을 하는 것이기에 본인이 헛소리했다는 사실을 기억하지 못합니다.



그래서 상부 측두엽에 위치하는 베르니케 영역이 후천적으로 손상되면 언어 표현은 잘하지만, 논리가 없는 말이 하게 됩니다. 이를 베르니케 실어증(Wernicke’s aphasia)이라고 해요. 수면 마취에서 깰 때 헛소리하는 상황과 다를 게 없는 것이죠.

 

수면 마취에서 깰 때 헛소리를 하는 것은 이상 현상이 아니라 지극히 정상적인 일인 것이지요. 나 혼자만 이런 건가 궁금했던 수면 마취 후 헛소리! 이제는 걱정하지 말고 안심하고 받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