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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힐링 코스, 석파정 서울미술관 둘러보기

코로나19 바이러스가 나날이 심각해지고 있는 요즘, 여느 해보다 연말이 조용합니다. 거리두기가 2.5단계로 격상되기 전, 코로나19 방역지침을 준수하고 석파정 미술관으로 조심히 문화생활을 하고 돌아왔어요. 2.5단계로 격상된 지금, 집콕 생활이 무료하다면 랜선 미술관 나들이를 떠나보는건 어떠세요? 서울미술관에서 현재 전시 중인 ‘나의 밤은 당신의 낮보다 아름답다’ 소개와 석파정을 함께 둘러보겠습니다.

 

 

<출처 : 석파정 서울미술관 홈페이지>

[나의 밤은 당신의 낮보다 아름답다]

• 기간 : 2020.09.16 ~ 2020.12.31

• 시간 : 오전 10시~오후 6시 (월, 화 휴관)

• 주소 : 서울 종로구 창의문로 11길 4-1

• 문의 : 02-395-0100

• 이용료 : 성인 11,000원 / 초중고등학생 7,000원 / 어린이 5,000원 / 석파정 입장권 5,000원

 

코로나19로 인해 사전 예약을 통해 입장이 가능하니, 꼭 네이버 예약 또는 전화 문의를 하고 방문하는 것을 추천드려요. 석파정은 전시회보다 1시간 일찍 입장이 종료되기 때문에, 석파정을 함께 관람하고 싶다면 석파정을 먼저 살펴보고 전시장을 둘러보는 것도 좋아요.

 

석파정 서울미술관은 입장권 하나를 구매하면 1층의 본 전시를 포함해 2, 3층의 미니 전시, 석파정, 그리고 외부에 위치한 제2전시실까지 한 번에 관람할 수 있다는 점이 매력적이에요. 하반기에는 본 전시인 ‘나의 밤은 당신의 낮보다 아름답다’ 외에도 신사임당의 화폭과 이중섭의 판화 기획전이 준비되어 있었어요.

 

이번 전시는 현재 우리가 살고 있는 도시의 ‘감수성’에 주목해 테마를 이끌어 나가는 전시물들로 구성되어 있었어요. ‘도시 감수성’이란 거대 도시 안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에 의해 형성된 문화 현상 중 하나에요. ‘자연’과 ‘촌락’을 그리움의 대상으로 삼았던 과거의 인류와는 다르게 태어날 때부터 도시와 함께 삶을 살아온 새로운 세대들이 느끼는 도시를 다양한 시각으로 표현한 그림들을 볼 수 있습니다. 대도시의 삶에 기반을 둔 그들의 고향은 이제 ‘화려한 네온사인’, ‘대중교통 수단’ 등을 향수의 대상으로 소환하죠.

 

정재은 - portrait(be trivial) (2016)
정재은 - look in (2017) / ugliness (2017)

거울 속 자신의 모습이 낯설게 느껴질 때가 있습니다. 정재은 작가는 낯선 모습 또한 본인이라는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어요. 거울 속 낯선 모습은 단순히 노화에 대한 안타까움 때문일 수도 있고, 미처 정리되지 못한 지난 감정에 대한 본능적인 도피 심리일 수도 있지만, 낯선 모습들을 받아들임으로써 자기 자신을 더 깊이 알아가는 과정을 담고 싶었다고 해요. 눈에 보이지 않더라도 서서히 시간을 타고 변해가는 나의 다양한 모습들, 그리고 스스로와 타인을 느끼고 알아가는 과정을 통해 자기 자신을 온전히 이해하고, 내가 누구인지 더 깊게 생각하게 하지 않을까요?

 

안지예 - Friends, Friends, Freelancer, Noboddy (2017)

안지예 작가의 시선에는 거리에 무심히 서 있는 건물들이 있습니다. 건물 유리창에 비친 풍경은 그 맞은편에 있는 대상이 무엇인가에 따라 변화무쌍하게 바뀌죠. 시간과 날씨의 변화는 건물에 각양각색의 표정을 지닌 듯 매 순간 달리 보이는 모양새를 선사해요. 안지예 작가는 이 건물들을 통해 사회 구성원으로서의 우리의 다양한 얼굴을 표현했다고 합니다. 누구 앞에서는 이런 인상을, 어떤 사람에게는 저런 얼굴로. 그녀는 작품 속에서 도시와 도시인은 고정적인 이미지가 아닌 변하는 상황에 따라 변하는 유기체적 존재로 나타납니다.

 

나수민 - 기다리고 있어 (2019)

나수민 작가는 핑크빛이 전체적인 작품을 가득 채우고 있는 것이 특징입니다. 아름답게 빛나는, 화사한 순간들을 주로 묘사하는 ‘핑크빛’과는 다르게, 그녀의 그림들 속 주인공들은 이 시대 청춘들의 냉정한 현실을 묘사하는 역설적인 상황을 그려내고 있어요.

 

나수민 - 젊은 예술가의 초상 (2019)

편의점 아르바이트를 하며 삼각김밥과 라면으로 끼니를 때우는 청춘들, 텅 빈 농구장의 햇볕이 시간을 따라 점차 사라지는 동안 누군가를 기다리는 듯 쓸쓸해 보이기도 하죠. 나수민 작가는 많은 인파 속에서 상대적으로 대비되는 외로움이 아이러니한 도시의 특성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어떻게 보면 작품 속에서 색감과 대비되게 현실을 적나라하게 표현했다고 느낄 수 있지만, 반대로 차가운 청춘들의 현실에 따뜻한 핑크빛으로 조용한 위로를 전하고 싶었을지도 모르겠어요.

 

이채원 - 마음은 급하지만 포기할 수 없어 (2019) / 나를 어디로 끌고 가는 거니 (2018)

이채원 작가는 따뜻하고 왁자지껄한 정겨운 식사 시간을 모티브로 작품들을 그려냈어요. 단순히 배를 채우는 시간이 아닌, 다양한 관계 속에서 대화를 나누고 사회 구성원으로서의 ‘나’를 다시 한번 확인하는 시간을 그려낸 것이죠. 특히, 각 작품의 제목이 직관적으로 그림을 나타내고 있어 그림을 먼저 보고 어떤 상황인지 생각하며 제목을 비교해보는 것도 재미있더라구요. “마음은 급하지만 포기할 수 없어” 맛있는 음식들을 당장 맛보고 싶지만, 인증샷을 남기기 위해 카메라를 먼저 꺼내는 요즘의 우리들을 위트 있게 표현한 제목인 것 같죠?

 

석난희 – 적응 (2019)

석난희 작가는 캔버스 모양부터 약간의 차별성을 담아냈어요. 특이한 잘린 캔버스와 아기자기한 컬러감의 작품들은 귀여운 매력을 보여주고 있는데요. 귀여운 외관과는 반대로 작품 속에 담긴 의미들은 조금은 서늘한 현실을 담고 있는 것이 특징입니다. 옛날보다 ‘자유’와 ‘독립’은 청춘들에게 더 쉽게 쟁취할 수 있는 것으로 보이는 요즘, 어쩌면 일부에게만 허락된 ‘꿈’이기도 하죠. 작가는 대한민국에서 ‘혼자 사는 여성의 삶’이 얼마나 위험하고 불안한 것인지를 고발하고자 했다고 해요.

 

석난희 - 비보, 기량, 정온, 지천 (2019)

어떤 사람들은 자신의 방에서 여유와 편안함을 즐기기도 하고, 어떤 사람들은 외로움과 불안함을 느끼기도 하죠. 작가는 사물과 분위기 등을 통해 감정이 담긴 공간들을 담았는데요. 여성들의 한없이 불안하고 두렵고 외로운 삶을 알록달록한 색감과 율동적인 캔버스로 그려냅니다.

 

정소윤 - 품, 위로 (2019)

예로부터 인연을 사람과 사람을 잇는 붉은 실로 표현하곤 했죠. 정소윤 작가는 재봉틀로 실을 엮어 가족과 사람들, 다양한 인연들을 복원해냅니다. 실로 엮어서 표현해낸 작품과 빛에 비춰져 작품이 표현해내는 그림자까지 정말 정교하게 나타내고 있어요. 세밀하게 그려낸 연필화인 듯 실 드로잉은 정밀하게 만들어낸 기교를 넘어 작가의 따뜻한 위로의 마음이 전해지는 것 같아요.

 

김서울 - Bus (2017, 2020) / wayhome (2017, 2020)

김서울 작가는 코로나19가 덮친 우리의 일상과 가장 가까운 작품을 그려내지 않았나 싶어요. ‘도시의 과도한 밀집 생활과 수많은 통제 시스템에 의한 사람의 사물화, 그로 비롯된 일상 속의 아이러니’를 작가 특유의 유머와 세밀함으로 연출했죠. 물품들과 함께 박스에 들어가 파묻힌 현대인들, 서브웨이 샌드위치 속에 콕콕 박혀 있는 도시인들이 바로 그 작품입니다. 여기서 주목해야 할 포인트는 그림의 첫 제작 시기인 2017년과 코로나 이후인 2020년의 차이를 ‘부재하여지는 사람’으로 시리즈물을 연결했다는 점이 독특했어요. 작가는 작품 속에서 ‘도시인’을 ‘아무’이기도 하며 ‘모두’이기도 한 존재, ‘나’이기도 ‘너’이기도 한 존재로 나타냈다고 합니다.

 

홍순용 - The inside space (2020)

전시의 중간쯤, 단순하지만 어딘가 모르게 귀여운 작품들이 또 하나 보이는데요. 바로 홍순용 작가의 캔버스입니다. 바쁜 현대인의 삶은 복잡하고, 그로 인해 머릿속은 혼란스럽기만 합니다. 작가는 그런 순간에도 자신의 내면을 침착하게 균형을 이루어 가야 한다는 메시지를 작품으로 표현하고자 했다고 해요. 단순화된 풍경을 통해 정제된 동양화의 정신을 현대적인 도상으로 재현해냈는데요. 단순한 구성과 따듯한 색감은 심신을 차분하게 만들고, 삶의 ‘균형’을 찾아 불안함과 걱정, 욕심과 미련을 내려놓을 수 있는 순간을 선사합니다.

 

박윤지 - 1:27pm / 3:06pm / 붉은 바람 1, 2 (2018)

박윤지 작가는 눈앞에 분명 존재하지만 만질 수 없는, 지나면 사라져버리는 순간을 그려냅니다. 빛과 그림자는 늘 우리의 곁에 있지만, 시간이 지남에 따라 순간의 아름다움을 남기고 이내 사라지는데요. 박윤지 작가는 그 찰나의 아름다움들을 캔버스에 담았습니다. 모두에게 공평하게 주어지는 자연이지만, 바라보는 시선에 따라 모두에게 다른 이야기를 건네죠. 작가는 도시를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 잠시나마 하루를 돌아보게 하는 작고 공평한 순간, 시간의 틈을 떼어 선물합니다.

 

정우재 - Dear Blue-About you 2020 / Dear Blue-Flowing Light (2020)

혼자 사는 사람들, 또는 아이를 키우지 않는 소가족이 늘어나면서 반려동물은 인간에게 다양한 행복감을 주는 존재들이죠. 인간의 손에 보살펴지지만, 그들이 주는 따스한 위로는 그 이상이 아닐까 싶어요. 정우재 작가의 작품은 반려동물들과 관련된 ‘판타지’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현실 세계에서는 존재할 수 없는 거대한 크기의 반려견들은 거대하고 무서운 느낌이 아니라, 신뢰하고 싶고 의지하고 싶은 존재로 표현됩니다. 신뢰의 관계가 바탕이 된 ‘정서적인 안정감’을 표현한 반려견들은 바쁜 도시 생활 속 지친 현대인의 삶을 위로하고, 편안함을 느끼게 해줍니다.

 

유대얼 - 트리아나의 연인들 (2017 外)

마지막으로 소개해드리는 작품은 유대얼 작가의 작품입니다. 광고영상 감독이기도 한 그는 촬영을 위해 잠시 머물렀던 ‘아다에지토’라는 곳의 풍경을 선보였는데요. 자유롭고 편안함이 가득한 이국적인 풍경들을 통해 우리가 당연하게 여겼던 도시 생활들의 아름다움과 안락함을 다시 한번 돌아보게 합니다.

 

모든 것이 코로나19로 인해 비대면화되고 많은 제한과 규약이 생겨나는 요즘, 이렇게 평화로웠던 일상들이 다시 돌아올 수 있을까요? 유대얼 작가는 다시 돌아올 일상을 긍정적으로 기다리게 하는 기분 좋은 에너지를 전달해 줍니다. 전시 ‘나의 밤은 당신의 낮보다 아름답다’는 한 작가의 작품들로만 구성된 게 아니라 이렇게 여러 국내외 작가들의 작품들을 하나의 테마로 모아 소개하고 있어 다양한 표현 방식들을 뜯어보고 비교해보는 재미가 있는 전시였는데요. 사진에 담지 못한 다양한 작품들과, 해외 영상 작품들도 있어 제법 풍성한 볼거리가 많았답니다.

 

흥선대원군이 사랑한 왕실 정원 ‘석파정’을 아시나요? 석파정은 서울의 중심에서 아름다운 자연을 느낄 수 있는 곳으로, 지금은 서울미술관 3층에서 함께 운영되고 있는 곳이에요. 석파정만 따로 관람할 수도 있고, 서울미술관에서 운영하는 전시를 관람하면 추가 입장료 없이도 함께 살펴볼 수 있습니다. 설치 작품인 쿠사마 야요이의 노란 호박이 묘한 이질감을 주며 반겨주네요.

 

입구에 비치된 석파정 지도를 챙기면 석파정과 삼계동각자, 천세송, 사랑채와 별채 앞에서 설치된 스탬프를 찍어 깨알 같은 투어를 할 수도 있답니다. 서울은 조선 시대부터 수도였다 보니, 각종 세도가와 명망가들이 많은 정자를 만들었다고 해요. 세월이 지나며 상당수는 파손되고 잊혀졌지만, 여전히 제자리에 남아 대중들에게 공개된 곳이 바로 이 석파정인데요. 석파정은 조선 25대 왕인 철종 때까지 영의정을 지낸 김흥근의 별서였지만, 석파정이 마음에 든 흥선대원군이 약간은 치졸한 꾀를 내어 김흥근에게서 반강제적으로 얻어낸 곳이라는 비하인드가 있을 만큼 아름다움을 자랑하고 있어요.

 

흥선대원군은 김흥근에게 석파정을 팔라고 했으나 거절당했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너무 갖고 싶었던 나머지 “하루만 놀이에 빌려달라”며 고종을 데려가 기어이 하루 기거하게 만들었어요. 조선의 관례에 따르면, 임금이 하루라도 기거한 장소는 일종의 불가침 장소가 되기 때문에 신하가 소유할 수 없다는 점을 노렸던 것이죠. 이 일을 계기로 김흥근은 석파정을 흥선대원군에게 넘기게 됩니다. 바로 이때 고종 황제가 묵으셨던 방이 우측 사진 속 방이에요.

 

넓지는 않지만, 동선이 잘 짜여진 덕분에 산책하기 딱 좋아요. 너럭바위와 코끼리바위, 신라삼층석탑과 천세송 등 좁은 부지에도 볼거리가 제법 옹기종기하게 모여 있습니다. 하지만 석파정의 가장 큰 매력, 포토존은 바로 ‘유수성증관풍루’ 입니다. 서양식 건축 기법을 더해 기와 대신 동판 지붕을 사용한 것이 특징이에요. 단풍이 한창인 가을에 오면 포토존 앞에 줄을 설 정도로 인기 있는 스팟이라고 해요. 전시 관람 없이 석파정만 입장해도 산책로로 손색없었답니다.

 

소개해드린 랜선 문화생활 & 나들이, 어떠셨나요? 12월은 각종 연말 행사와 송년회, 겨울 여행을 즐기던 때와는 달리, 집에서 소소하게 즐기며 아쉬움을 달래는 연말인 것 같아요. 힘들지만 모두가 조금만 더 힘을 모으면 내년 연말은 다시금 행복하게 즐길 수 있지 않을까요? 즐거운 연말 보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