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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고마비의 계절, 가을 해산물 제대로 즐기자!

봄에는 흐드러진 꽃을 보러 가고, 여름에는 물이 넘치는 계곡이나 바다로 가기 마련인데 2020년은 달랐죠. 봄부터 세계를 뒤흔든 바이러스로 발이 묶였고, 여름인가 싶었는데 이글거리는 햇빛 대신 축축한 날들이 이어졌죠. 분명 우리들의 몸은 2020년을 10달이나 꽉 채워 살았지만, 마음은 계절의 빈자리로 허허합니다. 모두가 처음 경험하는 낯설고 답답한 현실이지만, 그럼에도 우리는 그 안에서 작은 기쁨과 성취, 희망을 찾으며 생활하고 있습니다. 어느새 가을도 슬슬 멀어져 가는 지금, 만끽할 수 있는 기쁨을 찾아 누려보면 어떨까요? 이 계절! 바다가 차려주는 만찬 속으로 풍덩 빠져봅시다.

 

 

지금 와글와글 모습을 드러내는 것은 바로 조개 종류예요. 동네 슈퍼마켓, 재래시장, 온·오프라인 마트 등 어디서나 여러 조개를 만날 수 있습니다. 조개 종류를 고를 때는 살아 있고, 껍데기가 깨지지 않았으며, 이물질이 묻지 않은 깨끗한 것이 좋아요. 조개는 개펄에서 채취하는 것이 많으니 해감을 해야 해요. 우선 조개끼리 살살 비벼가며 두어 번 헹궈 껍데기를 씻습니다. 그다음 바닷물처럼 짭짤하게 간을 맞춘 물에 조개가 잠기도록 담가요. 빛이 들어가지 않게 뚜껑을 덮어(뚜껑이 없다면 쿠킹호일) 1시간 정도 가만히 두면 조개가 진흙 같은 이물질을 뱉어내요. 혹시 구매하여 바로 조리해 먹을 거라면 해감을 하여 조금씩 포장한 조개를 구매하는 것도 괜찮습니다.

 

여러 조개 중에 울룩불룩 단단하게 생긴 꼬막이 눈에 많이 띌 거예요. 꼬막은 이맘때쯤 정말 값싸고 맛있게 먹을 수 있는 조개입니다. 뭐니 뭐니 해도 물에 삶아 바로 까먹는 꼬막이 제일 맛있죠. 해감을 마친 꼬막은 냄비에 넣고 물을 잠기도록 부어 삶고, 이때 소금은 안 넣어도 됩니다. 물이 끓기 시작하면 꼬막을 한 방향으로 계속 저어줘야 하는데 그렇지 않으면 꼬막이 익으면서 살집이 양쪽 껍데기에 붙어 껍데기를 열면 살집이 찢어져요. 물이 너무 펄펄 끓으면 찬물을 조금씩 부어 가라앉혀 주시고, 이렇게 3~5분 정도 삶으면 꼬막 몇 개가 입을 벌립니다. 그러면 꼬막을 건져 찬물에 헹궈 식혀 잘 식은 꼬막을 산처럼 쌓아두고 숟가락 하나씩 들고 까먹으면 됩니다.

 

꼬막살은 두었다가 골뱅이처럼 초무침을 하여 먹어도 맛있고, 같은 양념으로 새콤달콤한 맛을 조금 줄이고 참기름 한 번 더 둘러 뜨거운 밥에 쓱쓱 비벼 먹어도 맛있습니다. 많이 익어서 살집이 쪼그라든 꼬막이 있다면 밀가루와 달걀 풀어 부침개로 만들어 드셔보세요. 꼬막은 세 종류가 있는데 달고 쫄깃쫄깃한 참꼬막, 부드러운 새꼬막, 덩어리가 크고 선홍색이 선명한 피꼬막이고 흔히 보는 게 양식한 새꼬막입니다.

 

꼬막 외에 바지락과 모시조개, 백합 등도 살이 차고 맛이 좋아지는 때입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술찜을 좋아하는데 요리 방법도 간단합니다. 무와 대파, 붉은 고추 숭덩숭덩 썰어 넣고 국물을 내어 먹으면 시원하고 맛있는데요. 먼저 올리브 오일에 도톰하게 썬 마늘과 고추를 살살 볶아 향을 내고, 해감한 조개를 넣고 센 불에서 다글다글 볶습니다. 조개가 입을 열면 청주를 자작하게 부어 팔팔 끓여, 국물의 간을 보고 소금을 넣거나 저는 가염버터 한 조각을 넣어 맛을 내요. 마지막에 쪽파 송송 썰어 듬뿍 뿌려 가볍게 섞어 먹으면 더 맛있겠죠? 청주 대신 화이트 와인을 부으면 이른바 ‘봉골레’ 소스가 됩니다. 수분이 부족하니 파스타 삶은 끈끈한 면수를 두 국자 정도 부은 다음 파스타를 조개 소스와 잘 볶아 드세요. 부족한 음식 솜씨는 맛 좋은 조개가 알아서 해결해주니 걱정 말고 간만 맞추면 됩니다.

 

은회색 통통한 몸통이 반짝반짝하는 새우도 놓칠 수 없죠. 싱싱한 새우 역시 단조롭게 요리해 제맛부터 오롯이 봅시다. 널찍한 프라이팬에 은박지를 대여섯 겹 깔고 굵은 소금을 바닥에 펼쳐요. 그 위에 새우를 겹치지 않게 얹어 선홍색이 돌도록 구운 다음 호호 불며 껍질을 까먹으면 됩니다. 부지런한 이들은 머리를 남겨 두었다가 튀겨 먹기도 하고, 오븐에 바짝 마르게 구워 믹서에 갈아 소스로 활용하기도 해요.

 

입맛이 확 살아나는 가을에 먹기 좋고 무엇보다 손쉬운 ‘감바스 알 아히요'를 해볼까요? 이 요리에서 가장 어려운 건 새우껍질 벗기기 정도입니다. 신선한 새우니 되도록 머리는 떼지 마세요. 거기서 우러나는 맛이 진국이거든요. 마늘은 한 줌 불룩하게 준비하여 도톰하게 썰거나 식칼 면으로 때려 대강 으깬 후 높이가 있는 프라이팬에 준비한 마늘이 잠길 정도로 올리브 오일을 넉넉히 부어줍니다. 기름을 따끈하게 달군 뒤 마늘을 넣어 향을 내주는데 이때 마늘이 타면 안 되니 불은 약하게 자글자글 익혀주세요. 청양고추나, 페페론치노를 조금 넣어 개운한 맛을 더해집니다. 마늘 향이 진하게 배어 올라오면 새우를 넣으시고 추가로 버섯, 올리브, 케이퍼, 방울토마토 등 좋아하는 몇 가지를 같이 넣으면 좋겠죠. 새우가 익도록 자글자글 끓여 소금 간을 하시고 완성된 감바스는 건더기를 건져 먹고 난 후 오일에 빵을 찍어 먹으면 됩니다. 그래도 아쉬운 분들은 삶은 파스타를 섞어 먹어도 맛있어요. 식사, 안주, 야식 등 뭐든 손색이 없죠.

 

게는 봄이면 알 맛으로 먹지만 가을에는 살이 꽉 차올라 요리해 먹기 좋습니다. 자그마한 꽃게를 사다가 반으로 툭툭 잘라 찌개도 끓이고, 마른 고추 넣고 기름에 달달 볶아 튀기듯 먹어도 맛있는데, 시판 칠리소스와 함께 드시면 더 맛있답니다. 개인적으로는 게를 카레에 넣어 드시는 걸 권해요. 보통 식당에서는 말랑한 껍질을 가진 게를 사용하지만, 제철 꽃게로 카레를 끓여도 아주 맛있습니다.

 

이 밖에도 생명력이 넘치는 고등어, 꽁치, 삼치 같은 등 푸른 생선의 맛도 좋아지는 때입니다. 비린내가 많이 나는 생선인 만큼 구매할 때 어느 정도 손질해서 가져오면 좋겠죠. 기름기가 많은 등 푸른 생선은 짭짤하게 간하여 구워 먹어도 좋고, 묵은지와 넣고 푹 삶아도 맛있습니다. 가을은 방어가 유명한데요! 부위별로 맛이 다른 대방어도 좋지만 크기가 작은 방어도 나름대로 쫀쫀하고 고소한 맛이 있습니다. 기름진 붉은 살 회를 즐기지 않는 이들에겐 작은 방어가 훨씬 먹기 좋을 겁니다.

 

 

가을은 알록달록한 나뭇잎과 탐스러운 과일만큼 바다의 산물도 개성 넘치게 맛이 오르는 때입니다. 조금 달라진 일상이지만 계절이 주는 선물만큼은 우리가 듬뿍 누릴 수 있음에 감사하며 건강하고 맛있는 한 끼 즐겨보면 어떨까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