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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경자년 소비 트렌드 키워드는?

경제노트

2020년 경자년

소비 트렌드 키워드는?

By동동이

2019년 달력도 이제 한 장 밖에 남지 않았어요. 이맘 때가 되면 동동이는 정신없이 달려온 지난 한 해, 어떻게 살았는지 정리해 보고 새해에는 우리 사회가 어떻게 변할지 상상해 보곤 해요.

 

10년 넘게 김난도 교수가 이끄는 서울대 소비 트렌드 분석센터는 매년 ‘트렌드 코리아’를 통해 우리 시대를 관통하는 주요 흐름을 진단하고 예측해 왔는데요. ‘트렌드 코리아’는 2020년 소비 트렌드를 세분화, 양면성, 성장을 세 축으로 '나는 누구인가', '나다움이란 무엇인가'를 찾는 소비자들의 욕망을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했어요.

 

그럼, 동동이와 함께 2020년 우리 사회와 소비문화의 흐름을 예상해 볼 수 있는 10대 트렌드 키워드를 하나씩 살펴볼까요?

 

 

▎멀티 페르소나 (Me and Myselves)

2020년 모든 트렌드들의 기반이 되는 것이 바로 '멀티 페르소나'예요. 현대인의 정체성은 하나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아주 다양하게 분화되고 있어요. 다양한 상황과 SNS 매체에 따라 서로 다른 정체성을 그때그때 만들어나가는 것이죠.

 

'페르소나'는 원래 고대 그리스의 연극배우들이 연극을 할 때 쓰는 가면을 뜻해요. 이 말이 오늘날에는 '타인이 바라보는 나의 외적인 성격'을 나타내는 말로 쓰이게 되었답니다. 현대인은 마치 가면을 쓰듯이 아주 여러 개의 정체성을 가지고 살고 있다는 의미예요.

 

<정관장 에브리타임 광고 ‘퇴근 후의 나를 위해’ 한 장면 / 출처: 삼삶스토리 유튜브>

쉽게 말하면 '모드 전환'이라고 할 수 있죠. ‘정관장’ 광고에서 평범했던 직장인이 퇴근하는 순간 '인싸'가 되는 장면이나, 여러 개의 SNS 계정마다 마치 다른 사람인 것처럼 다른 성격의 포스팅을 하는 것이 바로 '멀티 페르소나' 트렌드를 나타내는 현상이라고 할 수 있어요.

 

기업은 이제 고객에 대한 명확한 페르소나를 맥락에 맞춰 정밀하게 이해해야 하고, 각각의 고객이 자신의 페르소나라고 느낄 수 있도록 매체와 상황에 맞춘 다면적 커뮤니케이션을 해야 할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답니다.

 

 

▎라스트핏 이코노미 (Immediate Satisfaction: the 'Last Fit Economy')

<세탁특공대 광고 / 출처: 세탁특공대 유튜브>

소비자가 얻는 최종적인 만족을 최적화한다는 뜻의 ‘라스트핏 이코노미’는 온라인과 비대면 사업이 늘어나면서 소비자와의 마지막 접점까지 고려해야 한다는 의미예요. 즉 소비자가 어떤 상품이나 경험을 구매하고 이것을 딱 받아보는 순간, 그 마지막 순간의 경험이 중요해졌다는 것이죠.

 

라스트핏은 첫째, 고객의 마지막 접점까지 편리한 배송으로 쇼핑의 번거로움을 해소해주는 '배송의 라스트핏'과 둘째, 가고자 하는 목표 지점까지 최대한 편하게 접근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이동의 라스트핏', 셋째, 구매나 경험의 모든 여정의 대미를 만족스럽게 장식하는 '구매 여정의 라스트핏'으로 나눌 수 있어요.

 

원하는 시간과 장소에서 세탁물을 맡기면 바로 다음날 깨끗하게 돌려주는 ‘세탁 특공대’ 배송 서비스나 당근 마켓과 같은 지역기반의 앱이 인기를 끌고, 편의점과 지역화폐가 진화하는 것도 가까운 거리 내에서 필요한 것을 한 번에 해결하려는 소비자 성향을 나타내요. 최근 슬리퍼를 신고 갈 수 있는 곳이라는 뜻의 ‘슬세권’이라는 말이 나올 만큼 소비자는 집 근처에서 쇼핑과 여가, 문화생활을 모두 해결하려고 한답니다.

 

소비자의 합리성 기준이 객관적 효용에서 주관적 만족으로 변화한 만큼 기업은 고객 접점에서의 만족 극대화를 추구해야 하는 숙제를 갖게 되었어요.

 

 

▎페어 플레이어 (Goodness and)

최근 몇 년 간 사회 전반에서 ‘공정함’에 대한 열망이 눈에 띄게 중요해졌어요. 직장에서는 아무리 막내라도 자신의 기여는 합당하게 인정받아야 하고, 가사 노동은 가족 구성원 모두에게 공평하게 분배돼야 하죠. 학생들은 조별 과제보다 개인 과제, 주관식보다 객관식 시험을 선호해요. 소비자들은 상품의 객관적 특성뿐만 아니라 브랜드의 도덕성까지 따지기 시작했어요.

 

개인성이 화두인 사회에서 자란 젊은 세대는 다양한 매체와 소비를 통해 공평성, 선함, 효능감에 대한 열망을 표현하고 있어요. 대한민국 역사상 가장 공정을 추구하는 세대가 일어서고 있는 것이죠.

 

<한화 63시티 자율좌석제 / 출처: 한화그룹>

기업은 조직 관리와 CSR 활동에 커다란 방향 전환이 시급해졌다고 할 수 있어요. 일찍 출근하면 한강이 내려다보이는 63빌딩 '카페 마당'에서 일할 수 있도록 한 한화 63시티처럼 원하는 자리에서 일하는 자율좌석제가 도입되기도 하고, 호칭과 서열을 없애는 기업도 늘고 있어요.

 

기업은 이제 공정하고 납득 가능한 평가 시스템을 갖추고, 사회적 선함을 강조하는 진정성 있는 CSR 활동을 펼쳐야 하는 사회가 되었답니다.

 

 

▎스트리밍 라이프 (Here and Now: 'the Streaming Life')

음악이나 영화를 다운로드하던 시대가 스트리밍 시대로 변화했어요. ‘스트리밍 라이프’는 소유보다 경험을 중시하는 소비 트렌드를 강조한 말이에요. 이제 스트리밍은 음악과 영화에만 한정되지 않고 렌탈, 구독, 멤버십 같은 다양한 형태로 나타나고 있어요. 음악이나 동영상 파일을 내려받지 않고 네트워크를 통해 물 흐르듯 재생하는 기술인 스트리밍처럼, 점차 집과 가구, 차 등을 소유하지 않고 향유하거나 경험하는 소비 추구가 늘고 있어요.

 

채우고자 하는 욕망은 있지만 충족할 자원이 부족한 젊은이들이 다양한 종류의 물건을 빌려 쓰면서 새로운 경험을 추구하고 있는 것이죠. ‘스트리밍 라이프는’ 밀레니얼 세대의 노마드적 가치관을 엿볼 수 있는 트렌드예요.

 

현대인의 삶은 스트리밍 하듯 가볍게 옮겨 다니며 경험, 공간, 상품, 선택권을 초단가로 이용하는 방식을 선호해요. 기업이 이러한 경험 채집 소비자의 요구를 충족하려면, 더 많은 고객이 아니라 더 세분화된 고객에게 집중하고 스트리밍 된 제품이 훼손되지 않도록 매뉴얼과 원칙을 마련해 고객의 '구매 여정' 전체를 관리해야 한답니다.

 

 

▎초개인화 기술 (Technology of Hyper-personalization)

5G, IoT, 빅데이터, AI 같은 눈부시게 발전하는 최첨단 기술의 종착지는 어디일까요? 실시간으로 소비자의 상황과 맥락을 파악하고 이해해 고객의 니즈를 예측하고 서비스와 상품을 제공하는 초개인화 기술이 될 거예요. 결국 '나에게, 그것도 그때그때 상황에 맞게 맞춰 달라'라는 것이죠.

 

초개인화 기술은 개개인의 개별 상황까지 세분화해 최적의 순간에 그가 가장 원하는 경험을 할 수 있게 해요. 아마존의 예측 배송 서비스처럼 구매자 행동을 예측하여 물건이나 서비스를 추천하는 기술은 이미 구현되어 있죠. 시장이 0.1명 단위로 세분화되고 있는 것이에요.

 

행동을 예측하는 초개인화 기술 발전의 궁극적인 미래는 고객이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자신이 구매할 것을 예측당하는 단계로 진화해 회사 수익 창출의 디딤돌이 될 거예요. 또 개인 정보 동의를 통해 소비자의 구매 이력이 기업 사이에서 사고 팔리며 공유되는 사례도 늘어날 전망이에요.

 

 

▎팬슈머 (You're with Us, 'Fansumer')

‘팬슈머’는 직접 투자와 제조, 기획 과정에 참여해 상품과 브랜드를 키워내는 소비자를 가리키는 말이에요. 주어진 대안 중에서 선택하는 것만으로는 성에 차지 않아서, ‘내가 키웠다’는 뿌듯함에 적극적으로 구매하는 동시에 간섭과 견제도 하는 새로운 소비자들이죠.

 

인플루언서와 연예인에 대한 지지와 비판, 서포터 활동, 크라우드 펀딩 등 팬슈머가 영향을 미치는 영역은 갈수록 넓어지고 있어요. '고객과 함께'가 아니라 '고객에 의해' 만들어지는 팬슈머 시장에서는 소비자가 생산 과정에 관여해 경험과 즐거움을 느끼도록 유도하는 생산자가 중요해질 전망이에요.

 

기업과 조직에게 팬슈머의 자발성은 큰 자산이면서 부채라고 할 수 있어요. 기업은 팬슈머 확보하기 위해 소비자의 열성적인 지지와 참여에 손을 먼저 내밀어야 하고, 지속적인 투자와 프로그램 개발은 물론 책임 있는 후속작업도 필요하게 되었답니다.

 

 

▎특화생존 (Make or Break, Specialize or Die)

이제는 더 이상 특별하거나, 보편적이거나 하는 상품이 살아남기 힘들게 됐어요. 보다 세분화된 고객을 정밀하게 공략하기 위해서는 누구에게나 보편적으로 괜찮은 것보다, 선택된 소수의 확실한 만족을 유도해야 해요.

 

온라인 유통의 발달로 롱테일 경제가 활성화하고 과당 경쟁으로 제품 사이의 차별점은 점점 찾아보기 어려워지고 있어요. 소비자의 니즈까지 극도로 개인화하면서 표준화된 대중 시장적 접근으로는 소비자의 선택을 받을 수 없게 되었어요.

 

요가복의 샤넬로 불리는 ‘룰루레몬’이 타깃 고객을 ‘콘도 회원권을 소유하고 여행과 운동을 좋아하는 32세 전문직 여성으로 33세나 31세는 아니다’라고 정의한 것처럼, 기업은 어떻게 더 고객을 세분화하고, 개인화된 소비자의 선택을 받을 것인가 고민하고 있어요.

 

핀셋처럼 고객 특성을 골라내고, 현미경처럼 고객 니즈를 찾아내며, 컴퍼스처럼 상권을 구분하고, 낚싯대처럼 자사의 역량에 집중해야 하는 것이죠. 리치(rich)를 위한 니치(niche)를 찾아야 할 때라는 점에서 기업에게 특화는 이제 차별화 포인트 정도가 아니라 생존의 조건이 되고 있답니다.

 

 

▎오팔세대 (Iridescent OPAL: the New 5060 Generation)

오팔(OPAL)은 '활기찬 인생을 살아가는 신노년층(Old People with Active Lives)'의 약자인 동시에 '58년생 개띠'의 '오팔'을 의미해요. 베이비붐 세대의 대표적인 5060세대를 의미하는 오팔 세대가 새로운 소비층이 부각되고 있답니다.

 

신중년 오팔 소비자들은 전통적인 역할에서 벗어나 자아실현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관을 가지고 있어요. 자신들만의 콘텐츠를 구매하고, 활발한 여가 생활을 하며, 새로운 일자리에 도전하고 있죠. 신기술과 유튜브 등 인터넷을 밀레니얼 세대만큼이나 활발히 사용하면서 다채롭게 자기만의 색을 만들어가고 있어요. 이제 이들에게 실버나 그레이 색이 어울리지 않게 되었어요.

 

오팔세대가 사회의 주축으로 등장하면서 관련 업계의 판도를 바꾸고 정체된 시장에 활력을 불어 넣어줄 것으로 기대되는데요. 기업은 오팔세대를 위한 전용 제품을 개발하고 커뮤니케이션에도 극도로 세심하게 배려하려는 움직임이에요.

 

 

▎편리미엄 (Convenience as a Premium)

구매의 기준이 더 이상 가성비에만 머물지 않고 프리미엄으로 이동하고 있어요. 편리한 것이 프리미엄이 되고 있는 것이죠. ‘시간이 돈이다’라는 옛말처럼 하고 싶은 일은 많지만 늘 시간은 부족한 현대인의 노력과 시간을 아껴주는 것이 새로운 프리미엄의 기준이 되고 있어요.

 

소비자들은 나 대신 줄을 서거나 집안일, 심부름을 해줄 서비스와 제품을 최대한 활용하기 시작했어요. 현실적으로 많은 노동을 투입하기 어려운 맞벌이 부부, 1인 가구 등에서 확산하고 있죠.

 

2019년 큰 인기를 끈 ‘김집사’ 앱의 경우처럼 일자리는 부족하지만 수시로 노동을 제공하고자 하는 ‘가교형 노동자’라는 공급을 프리미엄 수요와 연결하여 기회를 만들어낸 사례도 눈에 띄어요. 이 수요와 공급을 연결하는 앱 경제가 발달하면서 편리미엄은 갈수록 필연적인 트렌드가 되고 있답니다. 최악의 불경기라고 하지만 고객의 사소한 불편함에 기회가 존재하는 것이죠. 신뢰가 편리미엄의 또 하나의 조건이 되면서 기업은 정교한 평가 시스템과 스크리닝이 필요하게 되었어요.

 

 

▎업글인간 (Elevate Yourself)

나 자신을 업그레이드하라! 업글인간은 자신을 업그레이드하고 어제보다 나은 나를 지향하는 자기계발형 젊은이를 뜻해요. 요즘 많은 청년들은 더 이상 남들과의 경쟁에서 이기고자 스펙을 쌓기보다는 삶 전체의 커리어를 관리하려고 해요. 단순한 스펙도 중요하지만 이는 단기간의 사회적 지위를 보장할 뿐, 영원히 의미 있는 미래를 보장하지 않는다는 것이죠.

 

업글인간 트렌드는 평생직장 개념이 무너지고 주 52시간제까지 도입된 데다가 고령화가 급속히 진행되면서 인생과 경력 관리의 패러다임이 달라진 결과라고 할 수 있어요. 삶의 질적 변화를 원하는 젊은이들이 늘고 있는 것이죠. 사라지지 않고 남아 삶의 질을 보장할 경험을 찾는 소비자는 성장이라는 재미와 경험 수집이라는 의미 사이의 균형을 추구하고 있어요.

 

 

2020년은 경자년(庚子年)입니다. 꾀가 많고 영리하다고 인식되는 쥐의 해를 맞아 ‘트렌드 코리아’는 1942년 만화로 탄생한 ‘마이티 마우스(MIGHTY MICE)’를 연간 키워드로 선택했어요. 다만 원제목 ‘마우스(mouse)’ 대신 복수형인 ‘마이스(mice)’를 사용해 2020년의 위기 상황을 복수의 소비자와 시민들이 힘을 합쳐 극복해 나가자는 결의를 표현하고자 했답니다.

 

핵심 주제를 아우르는 MIGHTY MICE의 취지처럼, 작은 힘을 모으고 영리함을 발휘한다면, 새해에 어떤 위기가 다가와도 잘 이겨낼 수 있을 거예요. 동동이가 오늘 알려드린 2020년 트렌드 키워드를 기억한다면, 새해 우리 사회의 다양한 모습과 변화의 움직임도 조금 더 쉽게 눈에 들어오지 않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