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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력파 마라토너의 "우리 함께 달립시다!"

DB메탈 동해공장 심진갑 사원
몰입의 쾌감은 한 번 경험하면 쉽게 잊지 못할 정도로 강렬하다. 10년째 마라톤을 하고 있는 DB메탈 동해공장 심진갑 사원은 달릴 때 그와 비슷한 희열을 느끼곤 한다. 그는 “마라톤을 시작한 뒤 인생이 바뀌었다.”고 말한다.

지난 3월 1일 3·1운동 100주년 기념행사로 개최된 ‘동해시민 건강달리기 대회’에서 DB메탈 동해공장의 심진갑 사원이 우승을 차지했다. 5.7㎞의 구간을 달린 그의 기록은 19분 22초. 10년 넘게 마라톤을 한 근력이 만들어낸 값진 결과다. 그보다 앞서 1월에 개최된 ‘2019 대관령 눈꽃 국제 알몸마라톤 대회’에서는 40대 부문 1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이 외에도 그의 각종 마라톤 대회 입상 경력을 말하자면 입이 아플 정도. 아마추어 마라토너 중에는 숱한 수상 경험과 ‘서브 스리(sub three·마라톤 경기에서 풀코스를 3시간 안에 완주하는 것)’를 달성한 실력파로 통한다.

▲ 2018 안산 희망마라톤 대회 참가 모습

 

건강 때문에 시작한 마라톤, 인생을 바꿔놓다

심진갑 사원이 처음 달리기를 시작한 건 2008년이었다. 당시에는 러닝머신 위에서 10분도 채 뛰지 못하고 걷다, 뛰다를 반복했다고 하니 지금의 모습과 비교해 보면 쉽게 상상이 되지 않는다.

“1997년 입사해서 줄곧 교대근무를 하며 밤낮이 바뀐 생활을 하면서 건강이 많이 상했습니다. 그래서 ‘운동을 해야겠다’고 생각했죠. 처음에는 동네 헬스장에서 시작했어요.”

▲ 2018 원주MBC마라톤 대회에서는 3위를 기록했다.

 

처음 세운 목표는 러닝머신 5㎞를 뛰는 것이었다. 하지만 직접 해보니 1㎞를 쉬지 않고 달리는 것조차 버거웠다. 체력도 바닥이었지만, 그보다는 아무런 목표 없이 벽만 보고 달리는 게 가장 힘들었다. 꾸준히 운동을 하기 위해서는 확실한 동기 부여가 필요하다고 생각해 스스로 세운 목표가 바로 마라톤 대회 출전이었다. 이왕 출전하는 거, 꼭 완주 해보자는 생각에 그 때부터 달리기와 마라톤에 대한 정보를 찾아보기 시작했고 그렇게 마라톤에 입문했다.

“아주 작은 것이라도 목표를 세우면 과정이 더 즐겁고 의미 있게 느껴지잖아요. 자료를 찾다 보니 달리기가 아주 체계적인 운동이더라고요. 심폐기능과 지구력은 기본이고, 온 몸의 자세를 바로 잡고 근육을 제대로 써야 단 몇 초의 기록을 단축할 수 있는 게 바로 마라톤이에요. 본격적으로 훈련을 하면서 틀어진 골반이 바로 잡히고 자세가 바뀌는 것을 알곤 더 의욕이 생겼습니다.”

▲ 그는 불과 한 달 사이 8분 가까이 기록을 앞당겼다. 3월에 출전한 동아일보 서울국제마라톤 기록은 풀코스 개인 최고기록이기도 하다.

 

수많은 입상 경력과 서브 스리를 달성한 실력파

그로부터 10년 뒤. 그는 현재 전국마라톤대회 풀코스를 30회 이상 완주한 어엿한 마라토너가 됐다. 사단법인 한국산악마라톤 강원연맹 부회장과 동해시 산악마라톤연맹 전무이사도 역임 하고 있다. 산악마라톤은 일반 마라톤에 비해 체력소모가 2~3배에 달하지만 꾸준히 노력하다 보니 지금은 대회에 출전하면 무조건 입상권에 들 정도로 실력이 늘었다. “마라톤을 꾸준히 뛰면서 하루가 다르게 몸이 건강해 지는 것이 느껴졌어요. 밤낮이 바뀌는 교대 근무를 해도 크게 피곤하지 않고, 일에 더 집중하게 되더라고요. 제가 일하는 생산팀은 합금철을 만드는 원료를 전기로에 공급해주는 일을 하는데, 집중력이 떨어지거나 자칫 실수하면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거든요. 하지만 마라톤을 시작하고 나서는 항상 정신이 맑고 인생의 크고 작은 일이 생겨도 크게 동요하지 않게 됐어요. 생각이 긍정적으로 바뀌었달까요. 또 회사 생활도 전보다 활기차게 할 수 있게 됐죠. 제가 올해로 입사 22년차 인데, 갓 입사한 젊은 사원들과 비교해도 체력으로는 지지 않을 자신이 있습니다.”(웃음)

 

활기찬 직장 생활과 건강한 일상을 위해 강력 추천!

무엇보다 그가 꼽는 마라톤의 가장 큰 매력은 아름다운 경치를 감상하며 어디든 갈 수 있다는 점이다.

“요즘도 거의 매일 15~20㎞ 이상씩 달립니다. 비가 오면 헬스장을 찾지만, 웬만하면 밖으로 나가는 편이에요. 동해의 바닷가 경치는 전국에서도 유명하잖아요. 남들은 주말에 돈과 시간을 들여오는 곳을 매일 달릴 수 있다는 건 엄청난 행운인 것 같아요. 달리기를 하면 차로 갈 수 없는 곳까지 갈수도 있어요. 그렇게 제가 좋아하는 풍경을 보면서 달리다가 한적한 곳에서 잠시 쉬며 차 한 잔 하는 재미도 있어요. 너무 좋아서 아내한테도 같이 뛰자고 몇 번 권했는데, 잘 안 되더라고요(웃음). 고등학생 아들과 중학생 딸과도 함께 운동하고 싶지만 시간이 여의치 않네요. 하지만 운동이 주는 삶의 활력과 즐거움만큼은 꼭 가르쳐주고 싶어요.”

인터뷰 당시 그는 국내에서 가장 규모가 큰 마라톤 대회 중 하나인 ‘2019 동아일보 서울국제마라톤’ 대회 준비에 한창이었다. 탄수화물을 최소화한 철저한 식단 관리는 기본, 대회 당일 최고의 컨디션을 유지하기 위해 훈련량도 조절했다. 부상 위험을 줄이기 위해 좋아하는 축구도 그만둔 지 오래라고. 30대 때 운동의 목표가 건강과 활기찬 사회생활이었다면, 40대가 된 지금은 정년퇴직 후에도 건강하고 즐거운 삶을 누리고 싶다는 것으로 바뀌었다.

“젊을 때는 운동을 하지 않아도 별로 힘들지 않아요. 하지만 주변을 보니 젊었을 때 운동을 하고 체력을 관리한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은 나이가 들어서 삶의 질이 크게 차이가 나더라고요. 개인적으로는 기록 갱신도 중요하지만, 건강에 대해 많이 생각해요. 그래서 주변 동료들한테도 ‘같이 뛰자’고 권유하기도 합니다.”

 

달리기 초보에게 전하는 팁

운동은 시작하는 것이 어려울 뿐, 한 번 궤도에 오르면 오히려 끊기 힘든 중독성이 있다. 달리기는 심폐기능 향상과 다이어트 효과가 탁월한 전신운동이다. 운동화 한 켤레만 있으면 누구나 도전할 수 있다. 그는 “우선 야트막한 등산로를 오르면서 다리 근육을 만들고, 매일 달리는 거리를 조금씩 늘리면 누구나 달릴 수 있다.”고 말한다. 또 운동복을 제대로 갖춰 입는 것도 팁이다. 아무리 초보라도 옷을 갖춰 입으면 마치 선수가 된 듯한 기분이 들면서 운동을 대하는 마음가짐부터 달라지기 때문이다.

“오는 4월 28일에 삼척에서 열리는 ‘황영조 국제마라톤대회’가 있습니다. 해안도로를 달리는데, 코스가 아름답기로 전국에서도 손꼽히는 대회이죠. 유채꽃 축제랑 시기가 거의 맞아 떨어지니 온 가족이 함께 여행 겸 참가해 보세요. 달리기의 매력을 깊이 느낄 수 있을 거예요.”

미세먼지의 방해가 만만치 않지만, 그래도 잠깐이나마 바깥 공기와 햇볕을 쬐면 기분이 한결 나아진다. 오는 주말에는 무거운 몸을 일으켜 일단 밖으로 나가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