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Home >

파스타 맛집, 이탈리안의 자유로운 영혼을 닮은 파스타 속으로!

글ㅣ 장준우 쉐프
어느 날부턴가 마트에서 늘 집던 국수 대신 파스타 면을 집어 들게 되었다. 그리고 매일 같이 혼자 파스타를 만들어 먹었다. 백 번쯤 시도했을 무렵 머릿속에 문득 이런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과연 내가 파스타를 제대로 만들고 있는 걸까?



파스타의 고향 이탈리아



왜 프랑스가 아닌 이탈리아로 요리를 배우러 떠났냐는 질문을 종종 듣는다. 그러면 나는 이렇게 이야기한다. 첫 번째는 현실적인 이유에서다. 이탈리아 유학비용은 프랑스에 비하면 절반에 가까웠고 프랑스어보다 이탈리아어가 배우기 쉬웠다. 다른 이유는 파스타에 대한 호기심 때문이었다. 잘 만든 파스타가 어떤 것인지 너무나 궁금했다. 여행을 가서 맛을 보는 것으로는 부족했다. 제대로 파스타를 배워보고 싶었다. 나의 여정은 그렇게 시작됐다. 이탈리아 현지에서 맛보고 배운 파스타는 무엇이 달랐을까. 우선 그동안 파스타에 대해 오해하고 있던 것들이 많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탈리아 사람들이라고 무조건 알덴테(단단하게 면이 씹히는 정도)를 선호하는 것도 아니다. 제대로 잘 만든 파스타는 단지 소스에 면을 담가서 비벼 먹는 것이 아니라 면에 소스를 묻히는 과정이 필요하다. 그리고 이탈리아라고 해서 파스타가 무조건 맛있다는 법은 없다는 정도랄까. 현지에서도 잘 만든 맛있는 파스타를 내는 식당과 끔찍하게 맛없는 파스타를 내는 식당 두 부류가 있다. 사람 사는 곳은 어디든 비슷한 셈이다. 파스타는 이탈리아 사람들이 가장 자주 많이 먹는 요리이면서 동시에 전 세계에서 가장 사랑받는 외국요리이기도 하다. 유럽뿐 아니라 어디를 가든지 파스타를 만드는 식당을 찾아볼 수 있고, 슈퍼마켓에서 다양한 파스타 면과 소스를 만날 수 있다. 우리나라도 짜장면이 가지고 있었던 ‘국민 면 요리’의 위상을 파스타가 슬금슬금 넘보는 듯 하다. 동네마다 파스타를 파는 작은 이탈리안 식당들이 속속 생겨나는 것이 목격되며, 파스타는 이제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즐기는 외식 메뉴가 됐다. 파스타가 어째서 이탈리아를 넘어 세계인의 사랑받는 음식이 되었을까.



다채로운 파스타의 세계




먼저 파스타에 대해 좀 더 살펴보도록 하자. 이탈리아에서 파스타는 밀가루 반죽으로 만든 요리를 통칭하는 뜻으로 사용된다. 반죽의 성질에 따라 크게 건면과 생면으로 나뉘는데, 우리가 일반적으로 접하는 스파게티면은 건면에 속한다. 건면은 단단한 경질밀을 사용해 면을 압착해 뽑아낸 후 건조하므로, 수분이 거의 없어 오랫동안 보관 가능하고 식감이 단단한 것이 특징이다. 생면은 건면과는 정 반대 지점에 있다. 경질밀이 아니라 부드러운 밀가루에 주로 물 대신 계란을 넣어 만든다. 마치 우리의 칼국수나 수제비와 같은 식감이다. 필요에 따라 경질밀을 섞어 입안에서 씹히는 맛을 살리기도 한다. 파스타는 만드는 방식에 따라 구분하기도 한다. 먼저 소스와 함께 먹는 파스타가 있다. 여기에는 우리에게 익숙한 모양새의 스파게티와 링귀니 등을 포함해 펜네, 마카로니, 푸질리 등 짧은 파스타도 포함된다. 보통 끓는 물에 익힌 후 토마토소스나 오일소스 등에 버무려 먹는 것이 여기에 속한다. 이탈리아 중북부 지방에서는 안에 각종 속을 채운 파스타를 찾아볼 수 있다. 생김새에 따라 라비올리나 카펠로니, 아뇰로티 등으로 부르는데 생김새가 꼭 만두와 닮았다. 이런 파스타는 대부분 생면으로 만들며 만둣국처럼 고기나 야채로 만든 수프, 브로도에 넣어 먹는다. 오븐에 구워 만드는 파스타도 있는데 가장 대표적인 게 라자냐다.



파스타의 대중화



최초의 이탈리안 파스타는 중세 무렵 아랍 문명이 시칠리아를 포함한 유럽 남부를 지배할 때 생겨났다는 것이 일반론인데, 아라비안 상인들이 사막을 횡단하면서 가지고 다녔던 건조시킨 밀가루 반죽이 건조 파스타의 유래다. 18세기 산업화로 공장이 들어서면서 파스타 면의 대량생산이 가능해졌고, 기근 대책으로 이 면이 공급되어 이후 이탈리아에서 파스타는 배고픔을 해결하는 서민들의 음식으로 자리 잡았다. 파스타가 늘 환영받았던 건 아니다. 19세기 들어 이탈리아 남부에 일자리가 부족해지자 많은 사람들이 미국으로 이민을 떠났다. 미국에 힘겹게 정착한 이탈리아인들은 파스타를 주식으로 생계를 유지했다. 당시 미국인들은 이탈리아인을 두고 영양가도 없고 소화도 안 되는 파스타나 먹는 민족이라고 업신여겼다. 한술 더 떠 이탈리아 내에서도 파스타에 대한 비난이 일었다. 무솔리니를 위시한 파시스트 정권과 급진적 민족주의자들은 이탈리아가 주변국에 비해 열등한 건 파스타를 먹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당시 위정자들은 미국이 국제사회에서 강한 힘을 발휘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쇠고기 중심의 식단이 있다고 봤다. 하지만 이탈리아인들의 삶 속에서 깊게 뿌리내린 파스타를 없애는 건 불가능한 일이었다.


▲그랑씨엘의 엔초비 오일 파스타 (출처 : 그랑씨엘 페이스북)


파스타의 장점은 만들기 간편하다는 데 있다. 건면은 오랫동안 보관이 가능할 뿐 아니라 물에 넣고 삶은 후 소스만 더하면 준비가 끝난다. 면과 소스의 종류에 따라 무궁무진한 변주가 가능하다는 것도 파스타의 매력이다. 이탈리아에서 다양한 파스타를 맛보며 내린 결론은 하나였다. 파스타는 얽매이지 않는 '자유로움'이라는 것이다. 인생에 정답이 없듯 파스타에도 정답은 없다. 이탈리아에 가보면 지역마다 독특한 파스타를 찾아볼 수 있다. 그 지역의 식재료 사정에 따라, 역사적 문화적 맥락에 따라 파스타는 창조됐다. 나폴리에서는 나폴리에서 나고 자란 재료들로, 시칠리아에서는 시칠리아의 재료들로 파스타가 완성된다. 이는 이탈리아를 떠나도 마찬가지다. 어디에서나 적응할 수 있는 요리, 이것이 파스타가 세계인의 사랑을 받는 이유가 아닐까.



레스토랑에서 쉽게 만날 수 있는 파스타 만들기


한국 레스토랑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파스타로는 볼로네제, 까르보나라, 알리오올리오가 있다. 먼저 볼로네제는 전통적으로 펜촉 모양으로 생긴 펜네 면과 야채와 토마토, 고기 간 것을 오랜 시간 끓여 만든 미트(라구) 소스를 활용한다. 미트 소스는 우리나라의 곰탕처럼 오랜 시간 끓여 우려내야 한다. 끓이면 끓일수록 우러나는 깊은 감칠맛이 볼로네제 파스타의 포인트다. 한국에서는 크림소스 스파게티 = 까르보나라 라는 공식이 일반적이다. 하지만 이는 엄밀히 말하자면 미국식이다. 이탈리아 정통 까르보나라에는 염장 삼겹살인 판체타와 달걀노른자, 치즈 가루만 사용한다. 후추로 간단히 간을 하기 때문에 담백하고 고소한 맛이 특징이지만 한국인들에게는 약간 생소할 수 있다. 파스타 중 가장 간단하게 만들 수 있는 요리가 알리오올리오다. 올리브유에 마늘을 볶아 향을 내고, 매운 건고추를 부셔 넣기만 하면 된다. 소스에 별다른 재료가 들어가지 않기 때문에 질 좋은 올리브유를 사용해야 제대로 된 맛을 낼 수 있다.



[서울에서 만날 수 있는 이탈리아 파스타 맛집]

그랑씨엘

홍앤초비 파스타가 유명한 이탈리안 레스토랑. 도산공원 맛집으로 손꼽힌다..

주소 : 서울 강남구 도산대로45길 16-6

대표메뉴 : 앤초비 파스타, 크림소스매쉬미트볼 등

전화번호 : 02-548-0283


서촌김씨 리스토란테 / 뜨라또리아

서촌김씨는 리스토란테와 뜨라또리아 두 가지로 나뉜다. 정식 코스요리로 즐기고 싶다면 서촌김씨 리스토란테로, 단품 메뉴로 즐기고 싶다면 서촌김씨 뜨라또리아로 가면 된다.

주소 : 서울 종로구 자하문로16길 4 / 자하문로9길 6

대표메뉴 : 아란치니, 토마토소스 가지라자냐 등

전화번호 : 02-730-7787 / 02-737-7786


빠넬로

화덕피자가 유명한 맛집이지만, 정통 로마식 까르보나라도 인기가 많다. 크림을 쓰지 않은 꼬들꼬들한 파스타를 맛볼 수 있다.

주소 : 서울 마포구 어울마당로5길 29

대표메뉴 : 마르게리따, 까르보나라 등

전전화번호 : 02-322-0920



쿠촐로

tvN 수요미식회 파스타 편에 소개됐던 가게다. 생소한 이탈리아 정통 파스타를 접할 수 있다.

주소 : 서울 용산구 신흥로 30-1

대표메뉴 : 보드카 크림 토마토 리가토니, 따예린, 비프 카르파치오 등

화번호 : 02-6083-0102


이태리재

대표메뉴 : 트러플 크림 뇨끼, 봉골레 파스타, 성게 어란 파스타 등

주소 : 서울 종로구 율곡로1길 74-9

대표메뉴 : 오로라 샐몬 플래터, 피오르 샐몬 플래터

전화번호 : 070-4233-6262